최종편집 2024-03-19 16:35 (화)
“1947년 3월 1일에 찍은 제주 사진도 있더군요”
“1947년 3월 1일에 찍은 제주 사진도 있더군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4.18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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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대째 사진을 담는 임정의씨가 말하는 제주
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찍은 제주 관련 수천점
“난 제주 잘 몰라. 공적인 곳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사진가 임정의씨. 그의 가족은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진가 임정의씨. 그의 가족은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그는 건축에 관심이 많다. 사진가이지만 그의 머릿속은 건축물이 늘 자리를 잡고 있다. 어느 도시를 들르건 옥상을 찾곤 한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서이다. 1974년 처음으로 제주에 왔던 그는 제주칼호텔에서 찍은 제주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종종 제주를 찾는다. 건축물을 찍기 위해서이다.

1944년생 사진가 임정의(76·청암건축사진연구소 대표). 사진은 그의 집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의 작은 할아버지인 임석제, 아버지 임인식이 사진가였다. 그의 아들인 임준영씨를 포함하면 4대째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다르다면 피사체이다. 작은 할아버지는 예술 사진을,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그는 건축물을 다룬다. 아들은 예술을 담은 건축물이다.

이들 가족이 찍은 사진은 셀 수 없다. 특히 제주를 담은 사진도 숱하다. 언젠가는 제주도가 넘겨받아야 할 사진일지 모른다.

“제주 관련 사진이 몇 점인지는 세보질 못했어요. 임석제 할아버지는 한라산에서 살았지. 목포에서 배를 타고 내려가서 설경을 찍기도 했어요. 할아버지는 작품 사진이 많고요.”

그들 가족이 남긴 제주 사진은 1940년대부터 만날 수 있다. 해방 직후 제주의 모습도 있고, 풍광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도 있다.

제주사람이라면 4·3을 떠올린다. 제주4·3의 기점은 1948년 4월 3일이 아니라 1947년 3월 1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임정의씨 아버지가 찍은 사진에 1947년 3월 1일의 제주 풍경이 담겨 있다. 총을 든 군인들의 모습이 거기에 있다.

임정의씨는 제주 관련 사진을 누군가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디어제주
임정의씨는 제주 관련 사진을 누군가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디어제주
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은 사진이다. 그가 제주 관련 사진을 펼쳐보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은 사진이다. 그가 제주 관련 사진을 펼쳐보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진엔 1947년 3월 1일 기념이라고 돼 있어요. 그날 경찰이 발포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잘 몰라요. 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총을 들고 연습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그 사진을 보여줬다. ‘1947년 3월 1일 기념’이라는 글이 명확하게 써있다.

그의 아버지인 임인식씨는 ‘대한사진통신사’를 운영한 인물이다. 해방 이후 거물들의 모습이 사진에 들어 있다. 김구도 있고, 김일성의 모습도 보인다. 그가 찍은 사진은 협약을 맺은 AP통신을 거쳐 미국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당시엔 제주도 역시 세계 주요 장면의 하나였다. 4·3과의 연관을 지닌 여순사건도 담겨 있고, 4·3의 현장도 그의 아버지가 찍은 사진에 들어있다.

“제주와 관련된 그런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아요. 난 잘 모르니까. 공적인 곳에서 사진을 가져가서 전시를 하면 좋겠는데요.”

그는 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가 남긴 사진은 그에겐 짐이었다.

“난 돌덩어리를 이고 있는 사람이지. 다른 가족들은 미국에 사는데, 아버지가 남긴 걸 제대로 정리를 해서 남겨놔야 하는데, 난 제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요. 원로 되는 분들이 고증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가 지닌 유품은 차츰 탈색되고 있다. 보관을 한다고 하지만 필름도 오래되면 변한다. 그걸 누군가 보관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실 그는 제주를 잘 모른다.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그런다. 이시돌목장인 줄 알았다고. 그 사진은 현재 제주시청사(옛 제주도청사)의 옛 모습이었다. 그의 유품은 그런 사진이 꽤 된다. 몇천점인지는 그도 모른다고 했다. 공적인 기관에서 살펴줬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제주 전시를 계절별로 해도 되고, 분기별로 해도 되겠죠. 전에 서울 종로구청에서 ‘서울 타임캡슐을 열다’라는 전시를 하기도 했어요. 서울사진은 서울에, 제주사진은 제주에 가면 좋겠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어떤 사진은 나라에서 맡아주면 딱 좋을 사진이 있고, 제주에서 관심을 기울일만한 사진도 많다. 오래된 사진속 제주는 그의 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긴 역사이기에 그렇다. 사진은 ‘현장 증명’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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