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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과 세월호 5주년, “정의로운 외침, 네 삶에 깃들길”
3·1운동 100주년과 세월호 5주년, “정의로운 외침, 네 삶에 깃들길”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4.16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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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고 영문과 2학년 특강
“독립운동가들의 정의로운 외침, 오늘로 이어져야”
4월 16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제주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설명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019년은 3·1운동과 함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

언론을 통해, 길가의 현수막을 통해 많은 사람이 올해 이 문장을 접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100년’이 무슨 의미를 가지기에 전국에서 이를 강조하고, 관련 행사가 줄을 잇는 걸까?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다소 가려진 진실들이 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지만 지금까지 소홀했던 중요한 사실들. 이를 전하기 위해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직접 나섰다.

때는 2019년 4월 16일, 세월호 아이들이 국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대처로 하늘로 떠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제주고등학교 영문과 2학년 아이들과 만났다. 제주고등학교는 교직생활을 할 당시, 그가 몸담았던 학교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때 피해가 가장 컸던 이유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살아나지 못했죠.”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이를 기억하고, 추모한다. 아이들이 죽어야 했던 이유,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교육감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항일운동의 선봉에 섰던 약산 김원봉을 아시나요? 일제는 당시 100만원, 지금 돈으로 320억원 되는 현상금을 약산에게 걸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거죠. 이후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약산은 악질 경찰인 노덕술에게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습니다. 약산은 이후 삼일을 밤새 울고 월북했다고 하는데요. 김원봉은 지금 독립유공자로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분이,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약산 김원봉은 영화 ‘암살’과 ‘밀정’에서 항일무장투쟁 단체를 이끈 인물로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에 의열단장, 민족혁명당 총서기, 조선의용대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 등으로 활동했던 약산 김원봉.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릴 정도로 일제가 두려워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약산은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해방 이후 북한으로 넘어가 정치가로 활동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제주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여야가 다르다. 추구하는 사상과 관계없이 김창숙, 신채호, 장건상, 김규식 등 독립운동가와 함께 투쟁했던 그의 이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당.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사람’에게는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는 상훈법 제8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독립유공자로 선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야당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국가보훈처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는 지난 2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원봉 등 독립유공자로 평가돼야 할 독립운동가들에게 적정 서훈을 함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라는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김원봉처럼 대한민국의 독립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제주에도 있다. 제주의 첫 여성 교사인 ‘강평국’은 3·1운동에 참여하며 평생을 독립운동에 힘썼지만, 33세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탓에 유족이 없어 유공자 신청에 어려움이 있었다. 강평국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은 8월 중 보훈처 심사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후 100년이 흘렀지만, 친일파 청산은 갈 길이 구만리다.

이 교육감이 이날 자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알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려면 어른들의 바른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육감은 이날 강연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우리는 정직하라는 말을 참 쉽게 하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정의로운 것은 일정 부분 희생을 전제로 할 수 있기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주고의 100년 역사, 여러분의 선배는 그 시대 요구에 맞게 정의로웠습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 정의가 살아 숨쉬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大韓民國은 민주공화국이다. 백성 민民자를 써서, 백성(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대한민국'.

100년 전,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의 노고는 세대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향한 외침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특강을 경청 중인 제주고 영문과 2학년 학생. 세월호 배지를 교복에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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