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혈세 사용한다면, 사회적 가치 확보부터"
"100억원 혈세 사용한다면, 사회적 가치 확보부터"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4.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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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중인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한짓골 사업, 환기하기<2>

제주문화예술재단 밝힌 한짓골 사업 추진배경, “근거 없어”
100억원 혈세로 문예사업한다면? ‘사회적 가치’ 확보해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하 한짓골 사업)이 관련자 고발로 표류하는 가운데, 사업의 당위성 문제가 거론된 지 오래다.

한짓골 사업이란, 제주시 원도심 지역에 위치한 재밋섬 건물(구 아카데미 극장)을 매입해 공공 공연연습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재단이 밝힌 건물 가격은 100억원, 리모델링 비용은 60억원이다. 사실, 이 리모델링 가격이 100억원을 훌쩍 넘길 거라며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미디어제주>는 다양한 방향에서 한짓골 사업의 정당성과 투명성 문제를 지적해왔다.

그리고 오늘은 그동안 한 번도 지적하지 않았던 ‘사회적 가치’의 측면에서 문제를 짚어보겠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린다.

1. 사회적 가치, 그게 뭔데?

수많은 세계 기업과 국가에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내용

12번.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

26번. 사회적 경제 활성화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란 무엇이며,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기에 정부에서 나서서 강조하는 걸까?

2014년,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을 포함한 60여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에는 사회적 가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회적 가치란, 사회․경제․환경․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로서 다음 각 목의 내용을 포괄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권리로서 인권의 보호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 생활환경의 유지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보건복지의 제공 ▷노동권의 보장과 근로조건의 향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상생과 협력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경제활동을 통한 이익이 지역에 순환되는 지역경제 공헌 ▷윤리적 생산과 유통을 포함한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 ▷시민적 권리로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의 실현 ▷그 밖에 공동체의 이익 실현과 공공성 강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흔히 사회적 가치를 공익적 가치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사회적 가치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예술 공연이나 전시회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가질 수 없다.

그 어떤 공익적인 공연 혹은 전시가 펼쳐지더라도, 예술 활동이 사회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가치를 갖는 공연'이 될 순 없다.

아래 그림을 보면 좀더 이해가 쉽겠다.

사회적 가치를 갖는 사업 예시.

바꿔 말하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은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으며, 사회 문제가 없다면 사회적 가치 또한 존재할 수 없다.

 

2. 재단이 밝힌 한짓골 사업 추진배경, "사실과 달라"

재단은 한짓골 사업의 추진배경으로 아래와 같이 밝혔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밝힌 한짓골 사업 추진배경>

“도내 공연예술계는 대학에 공연예술학부가 전무한 탓에 공연예술분야 인적 구조가 취약하고 기본적인 전문 공연연습공간 부재로 공연예술계 역량 부진 초래하고 있는 상황 등으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공공연습장에 대한 공연계의 요구 대두” (2017년 도의회 문광위 지적사항)

실제로 2017년 6월 15일, 제10대 제주도의회 제352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3차 회의에는 연습실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다만, 공공 공연연습장 관련이 아니라 제주도립예술단의 운영과 연습실 확보에 대한 내용이다.

또한, 재단은 한짓골 사업의 근거로 ‘창작여건 개선을 위한 문화생태지도 구축사업 보고서’ 내용을 들었다.

제주도가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예술인(공연)들의 발표활동에 있어 어려움’에 대한 설문에서 ‘공공 공연연습공간 부재’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아래 도표 참고)

제주특별자치도 발간 보고서에서 제주 예술인의 예술 발표 활동에 어려움을 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관람객 부족과 지역 관심 부족이 있었다.

해당 설문에서 제주 예술인들은 ‘관람객 부족(23.9%)’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것이 지역(행정) 관심 부족(21.1%)이었으며, 세 번째가 연습공간 부족(16.6%)이다.

결국 제주 예술인들의 발표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이유 중 83.4%가 연습공간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뜻이다.

오히려 '관람객 부족'과 '지역의 관심 부족'이 상위를 차지한 것을 본다면, 연습공간 확보보다 도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시급한 실정이다.

 

3. 100억원 혈세 사용하는 사업이면, ‘사회적 가치’ 있어야

공공기관이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가치’다. 세금을 들여 집행하는 사업이니,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짓골 사업은 어떨까?

한짓골 사업의 큰 목적은 ‘공공 공연연습장 확충'에 있다. 공공 공연연습장이 생기면 예술인들이 공연활동을 더 활발히 할 테고, 이는 제주 문화예술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재단의 주장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공공 공연연습장이 많아지면,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될 테니까.

다만, 한짓골 사업은 '사회적 가치'를 찾기 힘든 사업이다. 이는 재단이 맡은 일부 사업에도 해당된다.

공공 공연연습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사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따라서 한짓골 사업은 사회적 가치가 없다.
공공 공연연습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사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따라서 한짓골 사업은 사회적 가치가 없다.

문화예술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한짓골 사업은 공익적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와와는 별개의 문제다. 공연연습장이 없어서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재단이 한짓골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이를 증명할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야 한다. 제주도내 예술인들이 공연 연습장 부족으로 예술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고, 이것이 제주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 말이다.

하지만 재단은 100억원짜리 대형 사업 계획을 구상하며, 지표 조사는 커녕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도 밟지 않았다.

100억원 혈세를 사용하는 사업이라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

재단이 한짓골 사업에 사용하려는 사업비는 도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소중한 돈이다.

그러니 이 돈은 공연예술인을 위함과 동시에, 공연예술을 향유하는 도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

제주에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있다. 그중 하나가 외곽 지역 거주민들의 문화예술 소외 현상이다.

모든 국민은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문화예술 사업의 수혜자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 

공공기관의 문화예술 사업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소수만을 위한 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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