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옳고 나도 옳다
당신도 옳고 나도 옳다
  • 강인숙
  • 승인 2019.04.05 16: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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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톡(talk talk)] <6> 가롤로의집 사무국장 강인숙

빵 굽는 냄새가 고소하다. 이른 아침 빵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빈 속의 후각과 식욕을 동시에 자극한다. 아무도 없는 홀에 빵을 굽느라 바삐 움직이는 종업원들만 부산스럽다.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미연나비’ 회원들을 기다린다. 곧이어 잠이 덜 깬 얼굴로 연이어 들어서는 회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는다. 휴일 아침 달콤한 늦잠에 행복을 느낄 만도 한데 다들 부지런한 새처럼 움직인다.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나로부터 비롯된 선한 영향력’이란 뜻의 ‘미연나비’ 는 지난 해 2월에 결성된 독서모임이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낌과 의견을 나누고 사회복지현장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독서모임이다. 올해 들어 첫 번째 나눔 책은 정혜신작가의 ‘당신이 옳다’이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기에 평소 공감과 소통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자주 접해서 더 특별하게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종합복지관, 장애인거주시설, 사회복지관련 단체 등 여러 기관에서의 일들과 개인적인 사례들을 나누며 공감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신문에 ‘흉기난동 울산 양로원 70대의 비극’이란 기사가 실렸었다. 70대 노인이 다른 노인 4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2006년도에 양로원에 입소한 후 가족과의 연락이 단절된 상태로 찾아오는 사람 없이 비교적 조용한 생활을 해 왔다고 한다. ‘양로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차츰 주변 사람들과 잦은 말다툼을 하였지만 이런 큰 사건을 일으킬만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시설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해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기사도 생각난다. 백두대낮에 젊은 이십대 청년이 알바생의 얼굴과 목 등을 난도질해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가해자는 알바생이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욱하는 마음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경찰은 그런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소한 시비 끝에 억울한 생각이 들었고 과거의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그냥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까 피해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사라져서 젤 죽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젊은 청년은 말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마음은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무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해자들의 마음속에 내재된 세상을 향한 분노와 좌절감에 대해 주변에서 돌봐주지 못한 안타까움이다. 70대 노인도 20대 젊은이도 우리 사회 한 일원으로서 건강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인데, 살인마란 오명을 쓴 채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낙오되고 마는 사회현상에 대해 사회복지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은 더해진다.

사례의 이십대 젊은이 옆에 청춘의 고단함을 터놓고 애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면, 칠십대 어르신에게 당신의 고독한 마음을 나눌 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저토록 절망적인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자기감정을 억제당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면서 자기존재가 희미해진 삶의 종착역이 바로 청년들의 고독사로 이어지고 자기 존재가 소멸된다고 느낄 때 최후에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 시키는 감정이 파괴적 폭력이라고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소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너는 옳다’라며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해 수용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본다. 내가 근무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 보며 나도 그들에게 그러한 힘을 주는 존재인지 새삼 느껴본다.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그들의 눈빛과 표정을 읽고 공감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어느 순간에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한다. 슬픈 눈빛을 보일 때, 분노의 표정을 보일 때, 그들의 마음이 아픈지 몸이 아픈지 알아차려야 한다.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지 또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지 구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전히 그 한사람에 대해 존중하고 지지하는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 이상의 한 사람의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살핌과 성찰의 단계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라는 말처럼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분노의 감정, 슬픔의 감정, 절망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 줄 때 최고조의 감정들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스며든다. 공감자 또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너도 마음이 있지만 나도 마음이 있다. 너와 나는 동시에 존중받고 공감 받아야 하는 마땅한 개별적 존재’라고 했듯이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도 공감 받아야 하는 개별적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도 옳고 나도 옳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현장을 지키고 있다.

두 번째 커피 잔이 비어 갈 때 쯤 우리들도 자리를 정돈한다. 각자 속한 사회복지현장으로 돌아가 내 옆의 한 사람에게 ‘당신이 옳다’라고 말해주는 사회복지사가 되자고 격려하며 다음 달엔 작가와 함께 하는 모임을 준비한다.

밖으로 나서니 봄 햇살 자락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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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바다 2019-04-06 09:53:46
소소한이야기 ~~ 보기 좋습니다.

짱구 2019-04-05 22:17:51
멋지십니다~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당~

윤다빈 2019-04-05 21:52:39
글을 참 잘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