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봤다. 내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현장을”
“난 오늘도 봤다. 내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현장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4.03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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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관덕정 광장 일대 도로보수 현장을 보며

道, 6월까지 ‘관덕정 광장 주변 활성화 사업’ 실시설계 용역
하반기부터 500m 구간 걷어내고 저속도 도로로 변경 추진
행정시, 이런 사실 모르고 관덕정 주변 일대 도로 포장 공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뜯어내고 덮는 장면이다. 도로에 흠결이 났다고, 인도에 금이 갔다고 뜯겨낸 뒤 다시 새로운 것으로 입힌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보수를 하는 건 마땅하다.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불편하다. 그 장면을 바라봐야 하는 입장이 불편하다. 왜냐, 내가 낸 세금이 줄줄 새기에 그렇다.

세금이 새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장을 소개할까 한다. 관덕정 서쪽 일대에 진행되고 있는 도로 보수공사 현장이다. 지난 2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진행된 도로 덧씌우기 작업은 몇 달 후엔 다시 뜯어내야 한다. 뜯어낼 도로인데, 포장을 하고 있다면 과연 이해를 해 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내가 낸 세금을 가지고 그런 일을 하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관덕정 서쪽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보수. 기존 도로를 뜯어내고 새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몇개월 후에 다시 뜯겨질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관덕정 서쪽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보수. 기존 도로를 뜯어내고 새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몇개월 후에 다시 뜯겨질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지금부터 자세하게 그 얘기를 해보자.

관덕정 일대는 사연이 참 많은 곳이다. 제주의 중요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으로서의 중요성이 있기에 관덕정에서 다들 뭔가를 해보려고 시도를 한다. 특히 행정이 그렇다. 지난 2017년 2월 8일이다. 삼도2동 주민센터에서 설명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차 없는 거리’에 대한 설명회로 알고 갔으나 관덕정 광장 복원사업이라는 타이틀이었다. 주민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관덕정 주변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려던 행정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주민들 스스로 토론회를 열면서 문제를 제기했고, 행정은 두 손을 들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행정은 ‘관덕정 광장 복원’을 도시재생의 마중물 사업으로 추진하려 했다. 정부로부터 돈도 따왔다. 행정이 써야 할 돈은 42억원이다. 행정은 2017년의 과오를 벗어던지기 위해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며 대화를 해왔다. 숱한 대화를 나누며 지난해 12월 ‘관덕정 광장 주변 활성화사업’이라는 이름의 실시설계 용역에 돌입한다.

행정은 관덕정 광장 주변 활성화 사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늘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써온 입장이었기에 담당자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실시설계 용역에 담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왜 그럴까. 기자가 전화를 해서 그런가?

공무원이 관덕정 광장 주변 활성화사업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려 하지 않으니 갑갑하기만 하다. 다들 아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주민협의체를 하면서 주민들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오는 6월까지 진행될 용역의 주요 내용은 보행로를 확보하고, 아스콘으로 돼 있는 관덕정 광장 일대의 도로를 저속도 도로로 포장을 하는 등의 내용이다. 사업구간은 중앙사거리에서 서문사거리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구간은 500m 정도 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업에 들어가게 되고, 도로 500m는 완전 뜯겨 나갈 예정이다.

공무원이 이런 내용을 모른다?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더 황당한 건 몇 개월 후에 공사가 진행될 도로임에도, 제주시청은 그 사실도 모른채 포장공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원이 있어서 그렇다는 행정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하다.

도로 보수공사는 흠결이 있는 부위만 땜질을 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문제가 되는 구간을 완전 뜯어내 새로 포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관덕정 서쪽 일원에서 진행되는 보수공사는 후자에 해당한다. 몇 개월 후에 다시 뜯어내야 할텐데, 왜 행정은 단순 땜질을 하는 전자의 방식이 아니라 도로를 완전 걷어내는 후자의 방식을 택하고 있을까. 돈이 남아 도나?

관덕정 서쪽 일대 도로보수 현장. 미디어제주
관덕정 서쪽 일대 도로보수 현장. 미디어제주

핵심은 다른데 있지 않다. 제주도와 행정시간의 유기적인 호흡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어느 부서에서 뭘 하는지 서로 관심이 없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체계가 하나도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덕정을 중심으로 동서를 잇는 도로를 걷어내는 건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서로 모른다. 그러다 보니 한쪽 공무원들은 도로를 뜯어내 공사를 진행하고, 몇 개월 후엔 다른 부서의 공무원들이 나서서 그 도로를 다시 뜯어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공무원들이야 이런 행위가 아무렇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시민은 다르다. 세금이기에 분통이 터진다. 월급을 받으면 소득세를 내야 하고, 술을 마셔도 간접세가 빠져나간다. ‘나’라는 자신이 하는 모든 활동의 일정액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그 세금은 수많은 일에 쓰인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도, 사회간접자본에도 투입된다. 물론 인도와 도로를 보수하는 일에도 내가 낸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더 있다. 공무원들의 급여도 우리가 낸 세금이다.

난 세금을 도둑맞고 있다. 서로 엇박자 내는 공무원들 덕분에 내가 낸 세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허공에 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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