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생존 수형인들, 70여년만의 특별한 제주 방문
4.3 생존 수형인들, 70여년만의 특별한 제주 방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4.02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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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연대, 확인된 생존 수형인 12명 중 7명 2차 재심청구 준비중
추념식 첫 참석 … 양동윤 대표 “그동안 철저하게 잊혀졌던 분들”
제주도의회 공식 초청으로 4.3 희생자 추념식에 처음 참석하게 된 생존 수형인 할먼니들이 2일 오후 도의회 의장실을 방문,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도의회 공식 초청으로 4.3 희생자 추념식에 처음 참석하게 된 생존 수형인 할먼니들이 2일 오후 도의회 의장실을 방문,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70년 전 불법적인 군법회의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고령의 할머니들이 제71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제주를 찾았다.

4.3 당시 전주형무소로 끌려갔다가 출소한 뒤 70년만에 처음으로 공식 초청을 받고 3일 추념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변연옥 할머니(93)는 당시 전주형무소에서 서대문형무소로, 송순희 할머니(93, 인천 거주)는 전주형무소에서 안동으로 이감돼 10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이번 71주년 추념식 행사에 처음 초대를 받았다.

전주형무소에 있다가 풀려난 김묘생 할머니(94)와 김정추 할머니(88)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회의 공식 초청으로 처음 추념식에 참석하게 된 이들과 도의회 의장실에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김태석 의장이 “너무 늦었다. 죄송하다”고 인사를 건네자 김묘생 할머니는 오히려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겨서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형인 명부를 토대로 이들 생존 수형인들을 찾아내 2차 재심을 준비중인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분들은 지금까지 추념식에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면서 “초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그동안 이분들을 모시지 못한 일을 자책한 뒤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71주년 추념식을 앞두고 초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의장실에서 잠시 얘기를 나눈 이들은 곧바로 숙소로 이동, 이날 저녁 김태석 의장이 주재하는 만찬에 다른 생존 수형인 가족들과 함께 참석했다.

생존 수형인 할머니들과 가족들을 인근 숙소로 모신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양 대표는 이들 생존 수형인 할머니들에 대해 “그동안 철저하게 잊혀져있던 분들”이라는 얘기로 설명을 시작했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가 추가로 확인된 4.3 당시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2차 재심 청구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가 추가로 확인된 4.3 당시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2차 재심 청구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0년 4.3특별법 제정 당시에는 신고 대상자로 사망자와 행불자, 후유장애자로 제한돼 생존 수형인들은 신고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2007년 특별법이 개정된 후에야 신고 자격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양 대표는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분들을 추념식에 초대한 적이 없었다”면서 “사실 4.3유족회 회원 분들은 2·3세 아니냐. 지금까지 유족회에 대한 지원은 많이 이뤄져 왔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분들을 위해 제주도는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지적, 그동안 이들을 살피지 못했던 제주도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 2차 재심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분들의 존재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도민연대에서 확인한 추가 생존 수형인은 모두 12명.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 또는 4.3 당시 겪은 일로 인한 극심한 트라우마 때문에 재심에 참여할 수 있는 생존 수형인은 5명에 불과한 상태다.

여기에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송석진 할아버지와 당시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을 받고 목포형무소에 끌려갔던 김두황 할아버지를 포함하면 모두 7명이 된다.

양 대표는 “1947년 3월 1일부터 이듬해인 1948년 8~10월 군법회의에서 재판이 시행되기 전에 일반재판을 받은 수형인들이 1310명에 달한다”면서 “대부분 4.3의 도화선이 됐던 3.1절 기념식과 3.10 총파업을 거치면서 체포된 분들 중 재판 기록이 남아있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2차 재심이 아직 살아계신 생존 수형인들을 위한 마지막 재심이 될 것 같다”면서 “너무 늦어지면 안된다. 이 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하자는 거냐”며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배·보상과 4.3 당시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4.3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3일 열리는 추념식에서는 이들 생존 수형인들을 위한 특별한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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