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지워진 4.3의 역사,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에 복원돼야”
“지워진 4.3의 역사,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에 복원돼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4.02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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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4.3평화상 수상한 현기영 선생,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운동” 강조
“냉전세력의 대중조작에 맞서 4.3의 진실 지키려면 끊임없이 기억해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3회 제주4.3평화상을 수상한 ‘순이삼촌’의 작가 현기영 선생이 수상 소감을 통해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이 기억운동을 위해서는 교과서에 4.3이 옳게 기록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4.3에 대한 기억운동의 최대 장애물이 4.3을 부정하는 냉전세력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제3회 제주4.3평화상을 수상한 현기영 선생(가운데)과 특별상 공동 수상자인 베트남 평화인권 운동가 응우옌 티탄(오른쪽 2명)이 2일 오전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3회 제주4.3평화상을 수상한 현기영 선생(가운데)과 특별상 공동 수상자인 베트남 평화인권 운동가 응우옌 티탄(오른쪽 2명)이 2일 오전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현기영 선생은 지난 1일 오후 7시 제주KAL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연설을 통해 “국가 수립과정에서 일어난 4.3의 대참사는 한국 역사의 큰 실패요 치욕”이라면서 “이제 대한민국의 공식 역사에 그 실패가 제대로 기록돼야 한다. 4.3의 진실과 진상을 제대로 기록해 지워진 역사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 교과서에는 자랑스럽고 성공한 사례들 뿐만 아니라 실패한 역사도 제대로 기록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교과서를 통해 성공과 영광만 강조해서 가르치고 실패와 치욕을 외면해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실패와 치욕에서 교훈을 얻어낼 수 없다면 그것은 불구의 역사교육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4.3의 진실을 반드시 교과서에 실어 국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70대 노작가의 수상연설은 1978년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한 후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4.3에 천착해온 그의 삶이 그대로 투영돼 있었다.

지난해 4.3 70주년 행사 등으로 4.3에 대해 알게 된 사람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4.3의 진실과 의미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국가가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더욱 무관심하고 수동적”이라면서 “이 때문에 그 정보는 의식에 새겨지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 그 정보가 정책이나 여론을 바꾸지 못한 채 의식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다”고 ‘기억운동’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도 이 기억운동의 최대 장애물은 4.3을 부정하는 냉전세력”이라면서 “독재정권이 물러나고 국가 추념일도 제정됐지만 4.3의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음해하는 세력이 아직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그는 “4.3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식을 호도하기 위해 가짜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면서 집요하게 공작을 벌이고 있는 냉전세력의 대중조작과 대중의 무관심에 맞서야 한다”면서 “4.3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되새기는 재기억의 노력, 즉 끊임없는 기억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3을 “이승만 정권이 국가를 모욕하고 국민을 대량으로 파괴한 경우”라고 규정한 그는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 정권이 국가의이름으로 저지른 그아 같은 폭력범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 그는 “국가란 우리 국민이 몸담고 살고 있고, 우리 후손들이 이어서 살아갈 집”이라면서 “보다 더 튼튼하고 안전한 집, 보다 더 좋은 국가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 민중 파괴의 국가 폭력을 비판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고 자신의 ‘국가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기억운동이야말로 4.3의 원혼을 제대로 진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죽은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마땅한 도리이거늘, 3만 조상의 통한의 죽음을 어찌 공동체가 무심할 수 있겠느냐. 원혼은 섬기면 보살펴주고, 푸대접하면 해코지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라고 제주 공동체 차원에서 기억운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1968년 베트남 민간인 학살 당시 각각 11살과 8살의 나이로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여성 후유장애 생존자인 2명의 동명이인 응우옌 티탄이 특별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 두 명은 지난해 4월 22일 한국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을 위한 시먼평화법정에 참석해 하미마을과 퐁니-퐁넛마을 학살을 증언, 최초로 원고승소 판결을 이끌어내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시상식에는 재일 시인 김시종 시인을 비롯해 김동전 제주발전연구원장, 고경대 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강요배 화가 등과 재일본4‧3유족회 및 다수의 베트남인들이 하객으로 참석해 시상식의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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