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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제주의 난개발 원치 않아요”
“관광객은 제주의 난개발 원치 않아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3.2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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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 수용력 관리방안 연구>

-제주도 관광객, 제주도 추가 개발에 부정적 답변
-제주도민, 거주지역 개발 반대… 제주 발전은 찬성
관리보전지역 등급 변경 동의안이 제주도의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 중산간 난개발이 상당 부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도 관광객들이 제주의 추가 개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바로 제주관광공사가 제주 관광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한 ‘제주관광 수용력 관리방안 연구'의 인식조사를 통해서다.

이번 ‘제주관광 수용력 관리방안 연구’는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맡았으며, △제주도민, 관광객, 업계관계자 세 집단에 대한 인식조사 및 심층면접 △국내외 유사사례 및 정책사례 조사 △2018 제주국제 컨퍼런스 개최 등을 통해 최종보고서가 작성됐다.

 

# 관광객 1500만명 시대 제주, 급속 성장의 폐해 속출

관광객 1500만명 시대를 맞이한 제주. 2016년과 비교했을 때 관광 수요는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제주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6년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수는 3.2배가 증가했고, 외국인 수는 12.49배가 늘었다.

<2000년과 2016년, 제주도 내국인 및 외국인 방문객 변화>

내국인 방문객 수 : 382만2509명 (2000년) → 1224만9959명 (2016년), 3.20배 증가

외국인 방문객 수 : 28만8425명 (2000년) → 360만3021명 (2016년), 12.49배 증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제주의 관광산업이지만, 이를 마냥 기뻐할 순 없다. 바로 쓰레기 처리, 오폐수 불법 방류, 무분별한 개발상황 등 관광수요 급증에 따른 폐해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관광 수용력'에 대해 알아야 한다.

 

# 쓰레기, 오폐수 문제는 관광 수용력 초과 때문? 수용력이 뭔데?

제주도의 관광 수용력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급격한 관광산업 성장은 각종 부작용을 발생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번 ‘제주관광 수용력 관리방안 연구’에서는 수용력 개념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과거 단순 수치에 불과했던 수용력의 개념이 이제는 생리·물리·사회·환경·심리 등이 반영된 가치판단의 산물로 발전했다고 한다.

연구에서 '수용력'의 개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물리적 수용력: 인공구조물이나 시설물의 최적 공간규모, 즉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생태적 수용력: 자연생태계에서 자기회복능력이나 정화능력의 한계 내에서 인간 활동을 흡수하고 지탱할 수 있는 최대 범위와 밀도. 즉, 인간의 행위로 자연이 버틸 수 있는 최대 범위.

사회·심리적 수용력: 인간이 일정수준의 이용경험의 질을 유지하고 만족을 느끼기 위해 필요로 하는 환경적 조건

그렇다면 관광에서의 수용력이란 무엇일까?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 모두를 발생시킨다.

다만 관광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관광의 긍정적 이익이 감소된 후, 관광객이 특정 한계점(최대치)에 도달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한계점이 자원에 대한 '실제적인 수용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언젠가 다가올 관광 수용력 초과... "지금부터 대비해야"

제주의 관광 수용력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제주관광공사는 이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2017년 연구에서는 제주도 도민들이 관광객의 증가로 도로혼잡, 쓰레기처리, 하수처리 문제에 대해 불편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또한,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2017년 ‘제주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의하면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4개 측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바로 경제, 지역, 정서, 안전/건강 등 삶의 질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여기서 잠깐! 투어리스트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투어리스트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은 관광지가 되어간다는 의미를 지닌 ‘투어리스티파이(Touristify)와 지역 상업화로 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다. 관광객들이 주거 지역을 찾으며 발생하는 소음과 쓰레기, 주차 문제 등이 도민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2018년 9월 19일 열린 ‘제주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르지 마리 관광국장 또한 이 점을 지적했다.

세르지 마리 관광국장에 의하면, 관광 수용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잉 관광 피해에 대한 복원력이 있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장기 계획에는 공공·민간·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관광의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도시계획 전체를 검토해야 한다.

과잉 관광을 대표하는 관광도시, 베니스 시의회의 지오바니 마르티니 의장은 이날 포럼에서 '과잉 관광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자치기구 사례'를 들었다.

베니스 시민들은 더 이상 관광객을 손님으로 보지 않는다. 도시 내에서 관광객을 침략자로 보는 경향이 생겨나 작년 6월 10일에는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베니스 대부분은 도시가 관광지 기능만 수행하고 있고, 높아진 임대료로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 이에 베니스 시의회는 ‘의무예약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베니스의 일일 방문객을 제한해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관광 수용력을 넘어선 과잉 관광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뿐이 아니다. 자연을 보러 왔다가, 우후죽순 ‘미분양’ 빌라가 늘어선 풍경과 악취나는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면. 관광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관광객 200만명을 넘어 하루 평균 4만 5천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는 보라카이는 2018년 4월 4일, 섬 전체를 폐쇄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부족한 하수도 시설로 인한 악취, 수질오염 등 환경 오염이 극에 달하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내린 비책이다.

보라카이 섬은 6개월간의 폐쇄 기간에 환경 복구 활동을 진행했으며, 10월 26일 다시 섬을 개방했다.

 

# 관광객은 제주의 난개발 원하지 않는다

이번 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 수용력 관리방안 연구’에서 용역단은 제주관광 인식 조사를 위한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지역주민, 업계 관계자, 관광객을 대상으로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주도의 교통 체증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것은 관광객이라는 점이다.

또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제주도내 더 많은 관광지, 관광시설을 만드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제주도 지역주민들은 제주 전통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응답했다. 도민들도 제주의 난개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 설문에서 제주 관광이 가야 할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관광지는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제주를 더 이상 개발하지 마라’고 말한다. 이들이 제주를 관광지로 택한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보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용역단은 현 시점에서 제주도는 ‘오버투어리즘’을 우려할 만큼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제주관광 수용력 관리를 위한 대응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용역단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도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기반시설 확대·확충 △하수종말처리장 추가 건설 등 오폐수 처리 문제 위한 정책 추진 △제주국제공항 추가 활주로 신설 등의 방안으로 공항 혼잡 개선 등을 제시했다.

또한, 제주도내 관광 관련 정책과 업무 등을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관광관리시스템을 개발할 것과 현재의 관광진흥조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례 변경안도 제안했다.

이밖에도 용역단은 △지역주도형 관광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 △제주관광산업 역량강화 및 고용창출 △제주관광정보 고도화 기반 구축 △스마트 제주관광 활성화 사업 추진 △안전한 관광환경 및 위기관리 체계 강화 △환경보전기여금 부과 등의 방안을 밝혔다.

뭐든지 급하면 탈 난다.

급격하게 성장한 제주 관광산업. 제주가 앓고 있는 각종 문제가 단순 성장통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를 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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