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이 사라졌어요”
“이젠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이 사라졌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3.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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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고, 고교학점제 도입 2년차…달라지는 학교문화
학생들에 수업 선택권, 교사들도 교과편성 의지대로
일반고에서 선택하기 힘든 진로 과목 적극적 개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일선 학교에도 차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5 교육과정 개정은 문과·이과로 구분되던 고교 교과목을 통합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첫 적용을 받는 아이들은 현재 고교 2학년이다. 이런 교육과정을 완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게 다름 아닌 ‘고교학점제’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 강의처럼 학생들이 수강 과목을 선택, 자유롭게 이동하며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있다. 고교학점제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취지이지만 읍면의 작은 고교엔 적용이 쉽지 않다. 읍면의 일반고는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수많은 과목을 개설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학교가 있다. 바로 대정고등학교이다. 대정고는 1개 학년이 4학급 100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제주도내 일반고 가운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유일하게 지정, 운영되고 있다.

대정고 우옥희 교장(오른쪽)이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달라진 학교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대정고 우옥희 교장(오른쪽)이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달라진 학교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올해 2년차인 대정고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대정고는 1학기에 내년 한해 받을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수강신청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이런 과정을 밟은 학생들은 현재 2학년에 올랐다. 대정고가 2학년을 위해 개설한 과목은 34개에 달한다. 지난해 1학년 16개 과목과 비교하면 갑절 이상 증가했다.

대정고는 고교학점제 최소한의 개설 인원을 8명으로 정했다. 8명이 되지 않을 경우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못하는 걸 원칙으로 정했다. 예·체능인 경우 8명 제한을 두지 않고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규모 학교이기에 ‘인원 제한’은 곧, ‘수강 불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술이론과 음악이론인 경우엔 수강인원이 4명이지만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진로 선택 과목이다. 현재 2학년 진로 선택 과목은 11개 과목으로 중국어Ⅱ와 일본어Ⅱ 등이 들어 있다. 대부분의 일반고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을 개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정고 정유훈 연구부장은 “고교학점제로 인해 학생만 달라진 건 아니다. 교사들도 과목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제 경우는 사회과 교과이다. 10년 이상 교직에 있었지만 정치 과목은 한 번도 해보질 못했다.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 편성 권한이 교사에게 있다.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때문에 신념에 따라 가르칠 수 있다”고 변하는 교단을 설명했다.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당장 교사들의 일이 늘어났다. 개설 과목이 늘어나면서 교사들의 수업시수가 덩달아 증가했다. 그런 어려움은 있으나 의욕을 더 넘치게 만드는 일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도 없고, 전체적으로 학습의욕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는다.

대정고 우옥희 교장은 “전국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는 모두 31곳이다. 대정고가 가장 규모가 작은 농어촌 일반고다. 우리 학교가 이뤄내는 교육과정 혁신에 대해 교육부를 비롯한 전국의 학교들이 주목하고 있다”면서 “내신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최근 서울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단순 내신 성적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춰 어떤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다. 그 성과가 차츰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정고의 작은 도전. 어쩌면 오는 2025년에 완전 도입될 고교학점제의 서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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