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물도, 땔감도 풍족했던 수망리 마을의 중심은 물영아리”
“물도, 땔감도 풍족했던 수망리 마을의 중심은 물영아리”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3.15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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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왓 이야기] ①소 키우면서 꿀벌도 치는 수망리 김창언씨
“환경에 가장 예민한 벌이야말로 이 일대 종 다양성 지킴이”

<미디어제주>는 지난해 남원읍 습지 지역관리위원회와 ‘람사르 습지 가치 인식 제고 및 보전운동 협약’을 체결, 물영아리 오름 등 습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습지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물왓 이야기’ 기획연재는 물영아리 오름을 품고 있는 수망리 주민들의 얘기와 숨은 사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지난 2006년 제주도내 첫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물영아리 오름. 오로지 비가 내려야 물이 공급되는 환경이지만 오름 정상의 분화구에 늘 물이 잔잔하게 고여 있어 ‘수영악’, ‘수령악’이라고도 불린다.

물영아리 오름은 하천이나 지하수 등 외부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는데도 다양한 습지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한 곳이다.

고조부 때부터 5대째 수망리에 살고 있는 김창언씨. 그는 물영아리 오름이 마을 내 모든 일의 기준점이 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 미디어제주
고조부 때부터 5대째 수망리에 살고 있는 김창언씨. 그는 물영아리 오름이 마을 내 모든 일의 기준점이 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 미디어제주

김창언씨(74)는 5대째 수망리에 살고 있다. 물영아리 오름 기슭에서 소를 키우면서 30년째 꿀벌을 치고 있는 김씨를 지난 13일 물영아리 탐방로 입구 근처에 있는 양봉 현장에서 만났다.

“지난 겨울처럼 날씨가 따뜻하면 벌이 안돼. 추운 겨울에는 벌들이 단단히 뭉쳐져서 동면에 들어가는데, 날씨가 얼었다 풀렸다 하면 충분히 겨울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지.”

3월 중순이면 아직 벌이 활동활 시기는 아니라고 한다. 이제 곧 감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벌통을 들고 과수원이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꽃이 피는 시기와 장소를 따라 벌통을 옮겨다녀야 한다.

벌이 새끼를 치기 시작하면 보온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가장 바쁜 시기가 된다는 게 김씨 얘기다.

자신의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수망리에 정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그는 “수망리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 물영아리 오름이 기준이었다”고 말한다.

목장에서 소를 키우다 잃어버려도 일단 오름 정상에 올라가서 주변을 돌아보고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예전 물영아리 오름은 물이 굉장히 깊어서 무서웠지. 뗏목을 띄워도 좋을 정도였고 실제로 소가 빠져죽기도 했어. 워낙 안개가 많이 끼는 곳이어서 ‘신이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고…. 땔감과 물이 풍족했기 때문에 예전에는 마을에 경조사가 있으면 여자들은 물을 긷고 남자들은 땔감을 해서 전해주는 게 부조였다고. 멀리 신흥리에서도 물을 길러 올 정도였어.”

물영아리 오름의 모습. ⓒ 미디어제주
물영아리 오름의 모습. ⓒ 미디어제주

물영아리 오름에 대한 그의 얘기는 끝이 없다.

김씨의 꿀벌은 감귤꽃 뿐만 아니라 찔레, 때죽나무 등 물영아리 일대 온갖 꽃에서 꿀을 채집해 벌통에 꿀을 모은다. 습지가 있어 다양한 식생을 보유하고 있고, 그 다양한 식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김씨가 키우는 꿀벌인 셈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상의 모든 종이 멸종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실감나는 순간이다.

“망고 농장에 벌통을 갖다놓으면 열매의 기형이 훨씬 줄어든다고 하더라고. 요즘은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 재배를 하는 감귤 과수원에서도 벌을 활용하고, 블루베리 농가에서도 벌을 놓고 있어.”

주변 환경에 가장 민감하다는 벌이 꿀 수확만이 아니라 과수 농가에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영아리 습지를 품고 있는 바로 이 곳이야말로 생태계의 선순환 모델이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창언씨가 물영아리 오름 인근에서 벌을 치고 있는 벌통의 모습. ⓒ 미디어제주
김창언씨가 물영아리 오름 인근에서 벌을 치고 있는 벌통의 모습.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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