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5년생 고은영들은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기고 85년생 고은영들은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3.07 1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고은영 녹색당 전 제주도지사 후보
고은영 녹색당 전 제주도지사 후보
고은영 녹색당 전 제주도지사 후보

벌써 7개월 전입니다. 한 매체를 통해 ‘위 세대’이자 자유기고가 조정의 선생님께 공개 격려를 받았습니다. 나름의 질곡을 넘었을 ‘85년생 고은영’에게 선뜻 표를 주진 못 했지만, 지방선거를 잘 치렀다는 내용이었지요. 늦었지만 저도 매체를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제주녹색당이 기성정치에 균열을 낸 후, 저는 도민들이 다른 제주를 그려보기를 원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주녹색당 고은영의 생존이 곧 변화의 시작인 것을 알게 되면서, 도민들께 말을 건네고 상상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께선 새로운 정치 세대 출현에 주목하셨지만 3·8 여성의 날인만큼 성평등 정치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제주 정치는 민주화 후에도 남성이 아닌 사람들에게 오랜 장벽이었지요. 남성이 아닌 도지사가 한라산신제와 해신제를 집전하는 모습을 혹시 상상해보셨는지요? 11대 제주도의회의 여성의원 8명 중 한 명이 역사 상 최초의 여성 의장이 되는 일은 어떻습니까? 여성 의장이 의사봉을 내려치는 그 호쾌한 순간도 분명 역사에 쓰여야 할 겁니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젊은 여성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을 대거 받아, 뜨거운 유세 경쟁을 벌이는 광경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제2공항과 비자림로 공사 중단, 영리병원 철회를 요구하는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중 3분의 2 가량이 비남성인 것처럼, 제주 여성들이 똘똘 뭉쳐 도청을 에워싸는 정치적 장면도 떠올려봅니다.

물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입니다. 국가 성평등지수 중 의사결정 분야가 꼴찌인 우리 현실 때문입니다. 여성 의원 후보 공천은커녕, 당장 마을 의사결정 참여도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 마을제를 집전하는 마을회장은 늘 남성의 얼굴이고, 여성들은 마을제에 출입할 수조차 없습니다. 피를 흘리는 불경한 여성이니까요.

교육 현장에서 여학생들의 목소리도 번번이 억압당합니다. 모 여고 성폭력 제보함을 없앴던 교장이 현재 도의회 교육위원이고, 제주대학교 또한 남성이 아닌 총학생회장을 가져본 일이 없습니다. 어린 여성은 통제의 대상이니까요. 작은 자치에서조차 여성 정치인을 배태하지 못하는 토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토양에선 더 이상 살 수 없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남성 정치가 구조를 공고히 하며 권력 싸움과 제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할 때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주의 호흡과 결을 지켜왔지만, 부조리가 한계에 달한 지금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개발 말고 삶의 질을 따져라! 미래세대의 삶터를 보존하라! 학생 인권 조례 제정하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하라! 돌봄 민주주의 실현하라! 대리정치에 종말을 고하는 외침들이 제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손으로 직접 풀어야 할 우리 세대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입니다. 선생님, 그렇기에 저는 살아남아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토양을 뒤집고 문제를 해결해야겠습니다.

저는 우선, 이렇게 계속해서 말을 건네겠습니다. 선생님, 마을과 직장, 학교, 의회와 기관, 각 정당, 그리고 도청 앞 천막촌에서 세대와 성차별을 뚫고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아직 오지 않은 제주의 미래를 당겨오는 여성들을 귀하게 여겨주세요. 그 따뜻한 격려를 믿고 수많은 고은영들이 용감하게 나아갈 겁니다.

9일 토요일 오후, 제주시청 앞 여성대회에 모인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할 예정입니다. 다음 선거에서는 이 젊은 여성들에게 고귀한 한 표로 응답해주시겠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