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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평화재단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13년째 단절 중"
국제평화재단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13년째 단절 중"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2.27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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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평화재단 운영 실태 고발] <1> 베일에 싸인 재단

국제평화재단 및 유관기관 3개소, “정보공개포털 기관 등록 안 돼 정보청구 불가”
국민의 알 권리 위한 ‘정보공개청구 및 사전정보공표 제도' 무시한 채 13년 운영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올해는 2019년 기해년(己亥年).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16년째 되는 해다.

정부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를 근거로 2005년,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세계평화의 섬 지정은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한다. 제주4·3의 아픔을 씻고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지향하는 역사 가치를 반영, 제주를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창출, 정착, 확산시키려는 목적이 담겼다.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며, 제주도는 외교부와 함께 2006년 국제평화재단(이하 재단)을 공동 출연한다. 이에 재단의 조직 구성은 다소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재단 산하에는 제주평화연구원과 제주국제연수센터가 있다. 두 기관은 재단 산하에 있기에, 재단과 마찬가지로 국비와 도비로 운영된다.

그리고 재단은 이들 부설 기관 외에도 제주도의 위탁으로 제주국제평화센터를 운영 중이다. 위탁 운영이므로 매해 출연금은 제주도가 지급한다. 또한, 재단은 매년 제주포럼 공동주최 업무도 맡고 있다.

재단 산하 기관 및 진행 사업을 정리해보면 ▲제주평화연구원 ▲제주국제연수센터 ▲제주국제평화센터(제주도 위탁) ▲제주포럼(제주도, 중앙일보 등과 공동 주최) 총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기자는 이번 기사에서 이들 기관에 대한 공통된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문제1. 정보공개포털 기관등록 안 해...국민의 '알 권리'는 어디로?

그렇다면 이들 기관은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위해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까?

기자는 관련 내용을 조사하던 중, 궁금한 점이 있어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로 했다.

정보공개청구란, 정부에서 시행 중인 제도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업무 수행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가진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하며, 1998년부터 시행됐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정부공개청구를 온라인으로 쉽게 신청할 수 있는 ‘열린정부’(현 정보공개포털)를 개설했다.

정보공개청구는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 홈페이지(https://www.open.go.kr/)에 접속해 공개청구란의 청구신청 페이지를 통해서 하면 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없었다.

국제평화재단과 제주평화연구원, 제주국제연수센터, 제주국제평화센터 모두가 기관 등록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포털의 기관 검색 페이지. 국제평화재단 검색 결과 '내용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는 혹시 띄어쓰기의 문제일까 싶어 '평화', '국제' 등을 키워드로 검색해봤지만 등록된 기관은 없었다.

국제평화재단, 제주평화연구원, 제주국제평화센터는 2006년 설립된 기관이다. 제주국제연수센터는 2010년 설립됐다. 정보공개포털이 개설된 지 13년이 흘렀건만 지금까지 정보공개 기관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관계자들이 ‘무지’했거나 ‘무관심’했다는 것 말고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정보공개포털에 기관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이 행정을 감시할 수 있는 가장 큰 창구가 지금까지 막혀 있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는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출범할 때도 나타났다. 진흥원은 출범 후 4개월이 넘게 기관 등록을 하지 않았고, 기자가 전화로 문의를 하고 한참 뒤에야 기관 등록이 완료됐다.

그나마 진흥원은 출범 후 1년 이내에 등록을 완료했으나 13년 동안 정보공개 기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건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문제2. 사전정보공표 페이지 누락...업무 추진비, 수의계약 내역 등 "알 수 없음"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사전정보공표'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전정보공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국민이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이 주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다.

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공공기관의 사업 진행 과정을 알 수 없는 국민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정보공개청구를 해야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한 행정을 만들고자 도입했다.

'사전정보공표' 제도에 따라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예산 집행 내역, 수의계약 내역, 업무 추진비, 사업 집행 현황, 이사회 회의록 등을 기관 홈페이지 내 별도 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아래 제주테크노파크 홈페이지 화면 참고)

제주테크노파크의 홈페이지에는 '경영공시' 페이지를 통해 업무추진비, 사업계획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평화재단과 부설기관 3개소는 정보공개 기관 등록이 안 되어있을 뿐더러, 사전정보공표 페이지도 개설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들 기관이 업무 추진비로 사용한 내역 등을 알기 위해선 직접 관계자에게 문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공공기관의 사전정보공표 사항을 전화로 요청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수의계약 내역이나 업무 추진비가 그렇다. 타 기관이라면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인데, 관련 페이지마저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사전정보공표 제도는 물론,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무시한 행위다.

 

문제3. 국제평화재단,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국제연수센터 조직도..."구성원 정보 누락"

앞서 지적한 정보공개포털 기관등록 누락, 사전정보공표 페이지 누락의 문제를 당장 해소하는 방법은 기관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로 문의해서 관련 정보를 얻는 것뿐이다.

하지만 국제평화재단와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국제연수센터의 경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세 기관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조직도'에 따르면, 어느 담당자가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아래 국제평화재단 홈페이지 조직도 참고)

국제평화재단의 홈페이지 내 조직도 모습. 재단 조직 구성원은 사무국의 팀장 한 명의 이름만 게재되어 있어 타 직원의 업무 및 연락처를 알기 힘들다.
제주국제연수센터 기구표. 이들 기관 중 가장 불친절한 홈페이지로, 아래 'Click' 연결 링크는 연결할 수 없는 페이지로 나온다. 기구를 소개하는 영문 텍스트는 글자 형식이 아닌, 통이미지 형식이라 웹 브라우저를 통한 번역 서비스도 이용이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국제평화재단와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국제연수센터 세 기관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조직 구성원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기관임에도,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면,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관계자 모두 이 제도를 숙지할 의무 또한 존재한다.

기자가 지난해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기관 등록 건으로 행정안전부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정보공개포털의 기관 등록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매우 간단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관이 신설되면, 기관 코드명을 부여하는데 이것만 알면 등록이 쉽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기관 등록, 사전정보공표 페이지, 조직도를 통한 임직원 정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단 및 산하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그리고 투명한 기관 운영을 위해 조속한 개선 작업을 우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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