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봄은 온단다"…고아성 오열하게 한 '항거', 3.1절 100주년을 새기다
"봄은 온단다"…고아성 오열하게 한 '항거', 3.1절 100주년을 새기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2.18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항거' 메인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항거' 메인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가야, 봄은 온단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선물' 같은 작품이 찾아왔다.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는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제작 ㈜디씨지플러스 조르바필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영화가 끝난 직후 마련된 기자간담회는 여느 때보다 정적이고 숙연했다. 작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조민호 감독과 주연배우 고아성, 김예원, 정하담, 류경수의 눈가는 촉촉했다.

조 감독은 "그간 유관순 열사에 관해 피상적,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신념이 뚜렷한 여성'이라고만 느끼고 있었는데 우연히 서대문 형무소를 갔다가 거대하게 걸린 유관순 열사의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새삼 17살이라는 게 느껴졌고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눈빛을 봤다. 슬프지만 강렬한 눈빛이었다"며 작품의 시작점을 언급했다. 

그 '눈빛'은 곧 호기심으로 번졌다. 조 감독은 "'저 눈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로 시작돼 '열사가 태어난 게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로 빠져들었다. 17살 소녀의 마음을 파헤치고 연구하면서 덮혀있던 소녀의 정신을 한 번은 살아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들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조 감독의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주연 배우들의 책임감, 마음가짐도 단단했다. 특히 주연배우들은 작품을 임하며 '죄책감'을 느꼈다며 눈물을 보여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편안하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마저도 죄스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유관순 역을 맡은 고아성은 '항거'를 촬영한 시간을 회상하며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어렵게 마음을 추스르며 "굉장히 성스럽고 존경스러운 감정 외의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었는데 한 사람의 인간으로 표현해야됐기 때문에 다가가는 과정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설명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역을 맡은 김예원 역시 "대한민국 한명의 국민으로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늘 영화관에서 보는데 '앉아서 보고 있다'는 자신이 부끄러울 만큼 이상한 감동이 있었다. 벅차기도 하고 잊지 말아야 할 과거의 한 장면을 본 거 같았다. 이런 시간들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울먹거렸다.

일본 헌병보조원 니시다 역을 맡은 류경수도 무거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으며 영화 촬영 전 유관순 열사의 생가를 방문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촬영 시작에 앞서 천안에 있는 유관순 열사의 생가를 방문했다. 생가 뒷산에 묘소가 있는데 절을 올리고 예를 갖췄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할 수 있으나 저는 그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했다.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 이 촬영이 끝나고, 개봉하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아픈 역사에 관한 마음을 가지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죄송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3.1 만세운동과 독립운동가에 대한 무거운 마음가짐으로 촬영 내내 눈물을 쏟아냈다는 '항거' 팀. 고아성은 "밖에서 잘 안 우는데 이번 영화를 하며 눈물이 많아졌다"며 유난히 뭉클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거들었다. 

영화가 가진 뜨거운 온도를 억누르듯 '항거'는 '색'을 지우고 흑백영상을 담아냈다. '현재'인 서대문 형무소의 이야기를 흑백으로 설정, '과거'인 만세운동을 '컬러'로 담아냈다.

조 감독은 "이 영화가 주로 감옥에서 이뤄지지 않나. 좁디 좁은 감옥에서 인물이 가진 희로애락 등 미세한 감정이 부딪치고 드러나야 하는데 컬러로 표현했을 때보다 흑백으로 보여줬을 때 감정 결이 미세해도 잘 표현될 거라고 봤다. 또 1919년 서대문형무소가 너무 열악하고 생지옥 같아서 컬러로 표현했을 때 못 보겠더라. 컬러가 주는 가학적인 느낌이 참기 힘들었고 관객들도 받아들이기 힘들 거 같았다. 상상하면서 여지를 두게 하고 싶었다. 순화해서 보여준다고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고아성은 유관순에 관해 "죽음보다 삶으로 기억되는 인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유관순 열사와 작품에 관한 깊은 애정을 전하며 "저예산 영화임에도 베테랑 스태프들이 많이 모여주었다. 감독님과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한편 '항거'는 '정글쥬스'(2002), '강적'(2006), '10억'(2009) 등을 연출한 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등이 출연한다. 오는 2월 27일 개봉.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