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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모노레일카 설치논리 '자가당착'
어설픈 모노레일카 설치논리 '자가당착'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6.14 13:3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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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위 첫 회의, 설치목적 관련 의문점 쏟아져

30년간 끌어온 한라산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14일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한라산 1100도로 상의 모노레일 카 설치 논란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 11시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한라산 1100도로 모노레일카 설치 검토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이의 검토에 착수했다.

#김 지사 "주차난 해소 등 설치 필요성 제기"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나눠준 후, 인사말에서 "한라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으로, 한라산을 관통하는 1100도로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로"라며 "그러나 어려운 접근성과 귀중한 보배를 관광자원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주차난 해소 등의 문제에 따라 모노레일카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위촉장 수여가 끝난 후 검토위는 장성수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한 후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송억영 위원 "도시형 모노레일 해야 국고지원"

회의에서는 먼저 송억영 위원(사단법인 한국신교통협회장)의 모노레일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송 위원은 "모노레일카의 경우 도시형과 관광형으로 구분해 설치가 가능한데, 도시형으로 해야만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고, 설치금액은 km당 5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차량 줄어든다면서 주차장 확보이유 내세우는 것은 모순"

계속된 자유토론에서는 한라산 1100도로의 모노레일카 설치계획과 관련한 의문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석창 위원(자연제주 대표)은 "제주도는 지속가능한 보전 위해서는 적절한 등반객수와 적절한 주차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1100도로 이용차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도 주차장 확보 측면에서 모노레일카 설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모순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광춘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장은 "등반객수는 연간 42만명 정도가 적정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현재 등반객 수는 67만명 정도로 다소 포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석창 위원은 "맥킨리 국립공원의 경우 한라산보다 훨씬 넓은데도 포장도로 없이 엄격하게 관리.통제하고 있었다"며 모노레일카가 한라산 보전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역설했다.

#"1500억원 정도 소요되는 재원 어떻게 마련할 건가"

이어 이지훈 위원(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은 "최소한 모노레일카를 설치한다면 탐방객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돼야 하는데, 1년에 주차공간이 모자란 일수가 얼마 되는지 등에 대한 분석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특히 "영실과 어리목 지선까지 모노레일이 설치된다면 접근성이 더 편리해져 한라산 탐방객은 더 몰릴 것"이라며 모노레일카가 제주도의 적정 등반객 수 유지정책과는 거리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와함께 "모노레일카 설치비용이 km당 50-100억원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평균치로 1500억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며 "민자유치를 할 경우 눈썰매장에 이어 스키장 건설 등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국비확보할 자신없으면 이 사업은 아예 손대지 않는게 낫다"고 말했다.

강순석 위원(제주지질연구소장)은 "관광자원화했을 때의 가치에 대해서는 많이 얘기하면서도, 정작 있는 그대로의 자연환경보전의 가치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우선 한라산 보전에 대한 대원칙을 세운 후 모노레일카 등에 대해 논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 "차라리 손안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성홍 위원(한라산지킴이 회원)은 "주차장이 부족하다 해서 모노레일카를 만들고, 케이블카를 설치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한라산에 만큼은 손을 안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모노레일카 설치에 원칙적으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위원들의 자유토론이 끝나자 장성수 위원장은 "앞으로 모노레일카를 설치하는 기본적인 목적, 한라산보전에 대한 개념, 배경, 당위성, 취지 등에 대해 다듬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날 회의를 정리했다.

그런데 이날 회의 분위기와 전반적인 위원 입장을 고려해볼 때 모노레일카 설치문제는 제주도의 강력한 추진의지에도 불구하고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했다.

#어리목.영실 일대 22.3km 대상 설치

한편 제주도 당국이 밝힌 사업개요를 보면 모노레일카 설치 구간은 1100도로 어승생수원지 목장지대에서 거린사슴 전망대까지의 본선 16㎞와 지선인 어리목 진입로 1.2㎞, 영실진입로 5.1㎞ 등 전체 22.3㎞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모노레일㈜이 1천420억원을 들여 이같은 모노레일카를 설치, 직영하겠다는 사업제안서를 제주도에 제출한데 따른 것이다.

다음은 모노레일카 검토위에 참여한 위원 명단.

#강영필(제주 MBC 자회사 설립단 기획단장) #장성수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이지훈(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고성일(산악연맹 제주도연맹 부회장) #고성홍(한라산 지킴이 회원) #강승석(한국유네스코 제주지부 사무처장) #이석창(자연제주 대표) #김천수(산림청 난대림 연구소 책임연구원) #최재용(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송억영(사단법인 한국신교통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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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 2005-06-14 14:58:02
사단법인 교통신보협회장이 위원으로 참가한 이유를 모르겠다.
지난해 모노레일 계획 제시한 업체는 여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촌놈 2005-06-14 14:05:50
여기 댓글들은 촌스럽다.. 그치?

걱정태산 2005-06-14 14:04:59
컨벤션센터 지을때 국고지원 받고도 천 몇억원인가 하는 돈 확보하지 못해 도민주다 뭐다 하면서 무지 애를 먹었는데,
1500억원 정도라면 그만한 투자가치 있는가.
차라리 모든 등반로 폐쇄하는게 지역경제 위해서라도 나을것 같네요.
1500억원이 누구집 강아지 이름인가.
이지훈 님 지적 참 잘했네요

열시미 2005-06-14 14:03:24
미디어제주가 그나마 제일 낫네요.
이 기사 읽으니까, 회의장 상황 , 회의에서 오간내용 훤히 보이네요.
음, 열심히 취재했구먼.

한라산 2005-06-14 14:02:25
이유없는 설치는 아닐테고, 그냥 속시원히 관광도 하고 지역경제도 살리고 하기 위해 한라산 좀 이용해먹겠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시지, 말을 뱅뱅 돌리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