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심
경외심
  • 문영찬
  • 승인 2019.02.1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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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45>

어릴 적엔 이런 생각을 했다. 현대사회에서 검술과 같은 무술은 쓸모없을 것이라고. 법치사회에서 칼을 들고 싸운다는 것 자체가 비겁해 보였고 몽둥이를 휘두를 경우 한 번만 참으면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철없고 겁없는 생각을 했다. 아주 어릴적에.

그때 둘째 형이 대한검도회의 검도를 수련하고 있었는데 마당에서 내가 이길 수 있다며 둘째 형에게 덤볐던 기억이 있다. 그때 형이 고수가 아니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2005년 가토리신토류를 처음 접하고 2006년 윤대현 선생을 따라 무작정 일본 스가와라 선생의 도장을 방문했다. 선생의 도장에 앉아 입문서를 작성하고 그 자리에서 입문 허가서를 받아왔다.

그렇게 스가와라 선생과 가토리신토류 인연이 시작이 되었다. 스가와라 선생은 검술 뿐 아니라 정통합기도인 아이키도 7단이며, 가라데, 태극권, 기공 등 여러 무도에도 능통하신 분이다.

스가와라 선생과 첫 만남(중앙_스가와라 선생, 맨우측_도장장)
스가와라 선생과 첫 만남(중앙_스가와라 선생, 맨우측_도장장)

그해 처음 스가와라 선생 방한 검술 강습회가 열렸다. 처음으로 본 선생의 검술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었고, 도저히 눈으로 보고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선생의 가르침이 없이는 어떤 동작도 따라 할 수 없었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가르침을 받은지 13년이 지나고 있다.

경외심(명사):공경하면서 두려워하는 마음.

2월 3일 일요일 일본 마치다를 다녀왔다.

2006년 첫 방문 이후 2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스가와라 선생의 도장을 찾아 수련을 하고 있다. 10년이 지날 동안 목록을 받았으며 교사면허를 받았다.

이번 방문은 본인 포함 9명의 수련생이 참여했으며 두 명의 교사와 4명의 목록이 참가했다. 어찌보면 약간의 자만심(?)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매번 갈 때마다 해외의 선배와 면허 선생들과 칼을 맞대고 훈련을 한다. 그저 훈련으로 끝내는 게 아닌, 내 실력을 점검하고 상대의 실력을 확인하려 한다.

이런 행동 속에 마음속의 자만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음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나의 손목과 몸통은 선배들의 칼에 가차없이 잘려져 나가고 만다.

2019 마치다 행사에 참가한 제주회원들.
2019 마치다 행사에 참가한 제주회원들.

이번 마치다 무도 여행은 다시 한번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는 기회를 주었다. 너무나 부족하고 부족한 자신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자신을 낮추라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는 게 무도이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것 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선생의 가르침은 무서울 정도로 깊다. 그 끝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었다. 이번 행사 때 깜짝 축하 이벤트가 열렸다. 스가와라 선생의 60년 무도인생 기념.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은지 60년이 되는 해.

어떤 느낌이고 어떤 기분일까?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나도 그런 길을 선택하고 걸을 수 있을까?

이번 행사는 이제껏 다녔던 행사보다 더욱 많은 여운을 남겼다. 부끄러운 내 자신을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을 더 채찍질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2년 뒤 다시 마치다를 방문할 때는 올해보다 더욱더 발전하여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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