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2.11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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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 박희순 교장 두 번째 동시집 펴내
60편 가운데 20편은 제주어로 입말 살려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어린아이처럼 산다는 것.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마음이 어린아이여야 한다. 우린 ‘순진무구’라고 표현한다. 그게 쉽진 않다.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가 될 수 있으려나. 글이라도 써보자. 어린아이와 닮은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제주북초 박희순 교장이 어린아이의 감성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두 번째 동시집을 들고서. <말처럼 달리고 싶은 양말>(청개구리 펴냄, 1만500원)이라는 제목을 단 동시집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들어 있다.

까만 밤이 몰래몰래 걸어와서
우리 마을을 꿀꺽 삼키기 시작한 건
해나 산 너머로 막 떨어진 뒤부터야.

밖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어?
색깔을 하나씩
다 잡아먹는 일 말이야.

초록 색깔 먹고는 ‘흠, 키위 맛이군!’ 했겠지.
아니, 아니, ‘오이 맛이야!’ 했을지도…….
노랑 색깔 먹고는 ‘햐, 셔, 레몬 맛이군!’ 했을거야.
아니, 아니, ‘바나나 맛이야!’ 했을지도…….

정신없이 먹느라 배탈이 났던 걸까?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글쎄,
모두 도로 뱉어 놓고 갔지 뭐야?

<동시 ‘까만 밤이 몰래’ 전문>

모두 60편의 동시가 담겨 있다. ‘까만 밤이 몰래’처럼 어린아이만이 느낄만한 그런 감정이 들어 있다. 밤이 되자 초록색도 까맣게, 노랗게 물든 색도 까맣게 변해버렸다. 까만 밤이 색깔들을 다 먹어버렸는데, 아침엔 다시 원래 색깔로 돌아와 있다. 그걸 시인은 ‘도로 뱉었다’고 표현했다.

아이들만의 언어, 아이들만 느낄 감정을 어찌 그리 잘 알 수 있을까. 아무래도 어린아이들과 생각을 나누며 삶을 살고 있어서인가.

특히 이번 동시집은 60편 가운데 20편을 골라, 제주어로 번역해서 실었다. 제주어로 표현을 하니 더 맛이 난다.

‘까만 밤이 몰래’의 마지막 연을 제주어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정신엇이 먹당 보난 배탈이 나신가?
아칙이 일어나 보거들랑이, 게메
ᄆᆞᆫ딱 ᄄᆞ시 게와뒁 가불어서라게.

제주어로 풀어쓰니 느낌이 다르다. 박희순 시인은 “동시가 제주어를 만났을 때 리듬감과 언어의 생동감, 상상력이 발현되어 웃음을 가져왔다”면서 “제주어가 가진 음악성과 재치발랄한 언어로서의 재발견에 놀라웠다”고 말했다. 고정희·김금희씨가 제주어로 동시를 번역했고, 제주어연구소 김순자 이사가 감수를 맡았다.

또한 동시집 삽화는 서양화가이면서 민화작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신기영 화가가 그렸다.

박희순 시인은 이번 동시집을 읽는 5가지 비법도 소개하고 있다. 우선은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펼쳐보도록 할 것, 엄마·아빠랑 읽어볼 것, 제주어를 느껴볼 것, 가끔은 시의 내용을 상상해볼 것, 아울러 시의 제목과 내용도 바꿔보는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주문한다.

박희순 시인은 지난 1997년 등단했으며, 제18회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제주아동문학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집으로 <바다가 튕겨낸 해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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