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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제주에 있는 이들에게 묻다..."당신의 설 계획은?"
지금 여기, 제주에 있는 이들에게 묻다..."당신의 설 계획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2.04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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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설 명절 계획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 고유의 명절, 설”.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설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은 없을 것 같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룻날을 의미하는데, 설에는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떡국을 먹는다는 전통이 있다.

추석과 함께 올해 장 긴 ‘빨간 날’ 휴일이 될 설날, 제주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제주에서 평생을 나고 자란 토박이,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이주민, 설 명절 휴일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여행객 등… 지금 여기, 제주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설 명절 계획은?”

 

“설날, 온 가족이 함께 했던 윷놀이가 그리워요”
김별 (35세, 호텔 종사자, 제주 토박이)

김별씨.

제주시 용담 지역을 고향으로 하는 김별씨에게, 이번 설은 ‘빨간 날’이 아니다.

호텔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어 설 명절 같은 연휴는 ‘가장 바쁜 대목’이기 때문이다.

“부득이 이번 설에는 근무하게 되었는데요. 안타깝다고 말하는 주변 분들도 있지만, 사실 이번 설 근무는 제가 스스로 자원한 거라 괜찮아요.”

김별씨 집안의 명절 문화는 제주의 것을 따른다. 설이나 추석 때면 가족 집을 순회(?)하며 제사를 지내는 문화다.

“어릴 때부터 명절에는 큰집, 작은집 구분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제사를 지냈어요. 사실, 어릴 적에는 그게 지루하고 귀찮기도 했는데 그게 또 매력인 것 같아요. 1년 중 제사를 지내는 큰 명절은 설이나 추석 두 번 정도니까요.”

다가오는 설, 제사가 두려워 명절 근무를 자원한 것 아닐까 슬쩍 물으니 김별씨는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돌렸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어요. 설 때면 가족들이 모두 모여 윷놀이를 하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바빠 명절놀이를 생략하게 되거든요. 이제는 점점 사라지는 명절놀이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족과 만남은 소중한 법”
강미승 (41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주 거주 2년 차)

강미승씨.

서울 명동이 고향인 강미승씨는 제주 이주 2년 차인 제주도민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다소 독특한 직업 덕일까? 그의 명절 계획은 범상치 않다.

“이번 설에는 고향에 가지 않는, 혹은 사정상 갈 수 없는 사람들과 파티를 할 계획이에요.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각자가 정의하는 설음식을 가져오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라고 할까?”

포틀럭 파티란, 참석자들이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준비해 함께 나누는 미국식 문화다. 외국인 친구가 많은 그는 평소 포틀럭 파티를 즐겨 한다.

그런 미승씨의 어린 시절 설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일까?

“한복을 입고 용돈을 받아 ‘득템’한 기억이 강렬한데, 한복 안에 나만의 비밀 복주머니를 달고 야금야금 친척 어른들의 용돈을 챙겼죠. 제사 상차림 중 예쁘게 깎아 놓은 밤을 좋아했는데, 그것을 탈취하기 위해 동년배의 친척 꼬마들과 경쟁한 기억도 있어요.”

새록새록 떠오르는 어린 시절 기억에 그는 새삼 추억에 빠진다.

“우리 집은 명절 때면 15명의 대식구가 모여 식사를 하곤 했는데요. 칠순이 넘은 어머니가 요리를 총괄 지휘하고, 딸과 며느리가 합세해 조카들과 함께 몇 끼니를 해결하는 그런 문화죠. ‘설 문화’라고 부르기엔 다소 송구스러울 정도로 간소화된 풍경입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가족 모임은 이번 설엔 일어나지 않는다. 앞서 밝혔듯, 미승씨와 그의 남편은 제주에 남기로 했기 때문이다.

“설 명절에 반드시 가족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시대에 따라 세상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사정에 따라 개인적인 편의로 명절을 지내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미승씨는 변해가는 설 명절 풍경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명절 외에 가족과 얼마나 자주 보는지”에 대해서는 의문하고 싶다고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가뜩이나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가족 사이. 이런 명절 연휴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가족을 언제 볼 수 있을까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당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간소화된 제사상, 조상을 기리는 설 문화 잇고 싶어요”
이세민 (39세, 자영업자, 제주 토박이)

이세민씨.

이세민씨는 늘 명절 전, 어머니와 장을 보고 제사 음식을 함께 만든다.

“설 명절에는 늘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요. 그리고 친척집 일가를 큰집부터 차례대로 방문하죠.”

세민씨에게 ‘설’이란, 전국에 있는 온 가족이 제주로 모여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예전보다 간소화되긴 했지만, 전이나 산적, 떡, 과일 등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의 가짓수도 아주 적지 않다.

“제주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로 ‘식게 먹으러 가자’라는 말이 있어요. 명절 혹은 제사를 말할 때 쓰는 말이죠. 제주를 고향으로 하는 저에게 ‘설날’은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날이에요.”

세민씨는 제주의 설 문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신, 지금보다는 간소하게 축약해서 말이다.

“설에 친척들과 만나면, 가족의 결속력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아요. 제사상을 차리는 이유도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문화잖아요. 너무 정형화된 틀에 갇혀 힘들게 제사상을 차리기보단, 상을 간소화시켜 문화를 계승했으면 좋겠어요 ‘조상 없는 자손은 없다’라는 말처럼, 내 가족과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이 설날의 가장 큰 의미니까요.”

 

“희미해진 설날 풍습,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 아닐까요?”
배수호 (39세, 직장인, 제주 거주 2년 차)

배수호씨.

배수호씨는 부산이 고향이다.

그는 2017년 7월부터 제주에 정착하기 시작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단다.

“이번 설에는 제주에서 사귄 지인들과 가벼운 술자리를 가지고, 노을 해안길에서 돌고래를 볼 예정이에요.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볼까 합니다.”

글 쓰는 것을 취미로 하는 그는 나름 ‘문학 청년’이다.

그리고 그런 수호씨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설날’은 비빔밥과 소고기전을 먹는 ‘맛있는 날’이었다.

“우리 집은 작은 집이었어요. 그래서 설이면 울진의 외갓집에 가거나 부산의 큰아버지 댁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남은 나물로 맛있는 비빔밥을 비벼 먹었죠. 명절 음식 중 소고기전을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설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문화가 사라지고, 여행을 다니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의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요즘. 수호씨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문화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잖아요. 설날 풍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설 연휴, 온 가족 여행지로 제주를 선택했어요!”
김희연 (30세, 직장인, 서울에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

김희연씨.

김희연씨의 가족은 설 연휴를 맞아 제주를 방문했다. 모처럼 주말을 끼는 긴 연휴에 쉽지 않은 온 가족 여행을 결심한 것.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2월 1일 금요일 제주에 왔어요. 남편은 중간에 합류하기로 했는데요. 설날을 제주에서 보내고, 휴가를 조금 더 써서 8일 떠날 생각이에요.”

설 명절 친척들과 만남을 포기하고, 가족 여행을 택한 희연씨. 후회는 없을까?

“정말 좋아요. 여행과 휴식이야말로 저와 같은 직장인 겸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거든요. 이런 문화가 좀 더 확산되었으면 해요. 명절을 활용해서 길게 여행을 가고, 가족들과는 주말을 활용해 식사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설 명절의 풍경은 각양각색, 모두가 다르다.

하지만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을 기억하고, 가족과의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 제주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 누구보다 행복한 설날을 보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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