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전통 명절 설날이 없어질 뻔한 사정, 알고 있나요?"
“전통 명절 설날이 없어질 뻔한 사정, 알고 있나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2.01 17: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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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전통문화 말살 정책’ 이후 우리 정부, 음력설→양력설 강조
광복 후 정부는 여전히 양력설 추진…하지만 국민 정서는 ‘음력설’
국민 정서에 손을 든 정부, 1989년부터 음력설에 ‘설날’ 이름 붙여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5살 꼬마도 아는 ‘우리 민족의 대표 명절, 설날’.

'설날'로 불리는 매년 음력 1월 1일은 무탈한 새해를 기원하는 대한민국의 명절이자, 공휴일이다.

하지만 설 명절이 없어질 뻔했던 위기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과연 어떤 사연일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 일제의 ‘전통문화 말살 정책’...기존 음력설 폐지→양력설 '신정' 강조

서슬 파랗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우리의 전통을 없애고, 민족성을 짓밟으려 ‘전통문화 말살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설의 위기는 이 말살 정책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일제는 우리 명절 설을 ‘구정’(舊正)’이라고 지칭하며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옛 구舊, 정월 정正 자를 쓰는 구정은 오래되고, 낡은 명절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일제는 구정 폐지를 주장하며, 우리 민족에게 일본의 시간 체계와 동일한 양력설, 즉 ‘신정(新正)’을 지킬 것을 강요한다.

이와 함께 일제는 음력설 구정을 지내는 조선인 탄압을 시작했는데, 그 방법은 참으로 악랄하고 치졸했다.

음력설을 앞두고 방앗간이 영업하는지 감시했을 뿐만 아니라 설빔을 입고 나온 조선 사람에게 먹물을 뿌리는 등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이던가. 짓밟힐수록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일어나는 잡초 같은 민족이 아니던가.

일제가 양력설 신정 지내기를 강요하자 우리 국민들은 ‘신정은 왜놈들이 정한 명절’이라며 양력설을 일부러 외면하기에 이른다.

양력설은 물론 음력설까지 명절을 지내지 않는 사람, 일제의 눈을 피해 몰래 성묘하는 사람 등 일제에 대한 반발심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됐다.

 

# 광복 맞이했지만, 여전히 정부는 '양력설 지키기' 나서...

독립운동가들이 다수 수감되어 있었던 서대문형부소의 모습.

한편,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우리 민족은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일제에 의해 강조된 양력설은 다시 음력설로 원상복귀 됐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이미 양력 1월 1일로 굳어진 설 명절은 꽤 오랫동안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한다. 정부에서 계속해서 양력설 지내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때 상당수 국민들은 ‘양력설은 일제의 잔재, 음력설을 지내자’라며, “설 명절 제자리 찾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국가가 나서서 양력설 지키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음력설을 지냈고, 양력설에는 간단히 제사만 지냈다. 음력설은 이미 ‘민족 고유의 명절’로 국민의 인식에 뿌리내리고 있었고, 그 깊이는 꽤 깊었다.

 

# 지금의 음력설 설날, '민족의 날' 명칭 시작으로 점차 자리매김

정부로부터 지금의 ‘음력설’이 공휴일로 공식 인정받은 것은 1985년. ‘민족의 날’이라는 명칭을 통해서다.

단, ‘민족의 날’이라는 이름은 1988년까지 사용되었고, 1989년부터는 설날로 개칭되어 지금처럼 3일의 공휴일이 지정됐다.

이후 1991년, 정부는 양력설 휴일을 기존 4일에서 2일로 줄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1999년부터는 양력설 휴일을 하루로 줄여 1월 1일만 공휴일로 인정하게 된다.

즉, 지금처럼 1월 1일 하루를 쉬고 음력설 3일을 쉬는 명절 형태는 1999년부터 시작됐다는 의미다.

일제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국민들 스스로 지켜온 우리 전통 명절 ‘설날’.

전통을 영원히 원형 그대로 계승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설날에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는 설의 핵심 풍습만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민에 의해 계승된 음력설 명절 ‘설날’. 매년 돌아오는 설날이지만, 그 의미를 안다면 새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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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9-02-02 07:08:15
상당히 좋은 내용입니다.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기사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김기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