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9:27 (금)
내 인생의 중년기
내 인생의 중년기
  • 문영찬
  • 승인 2019.01.31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44>

30에서 60세까지의 연령대를 장년기라 하고 40에서 60세까지, 즉 노년기를 준비하는 마지막 성인 단계가 중년기라고 한다.

중년기 중기 이후부터 눈, 치아, 성, 모발 등 신체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미래를 예견하기 보다 과거의 기억에 점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왕년엔 내가 말이야”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 걸 보니 이제 나도 완전한 중년기에 접어들었나 보다.

2018년 전일본 연무대회 참석(고바야시 선생 도장 방문 수련)
2018년 전일본 연무대회 참석(고바야시 선생 도장 방문 수련)

도장에서 10대 청소년부터 50대 선배들과 함께 운동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면 노년기를 준비한다는 중년기라고 해서 실망하지는 않는다. 어릴 적부터 시작한 무술이 아직도 끝이 어딘지 모르겠는데 벌써 내 나이가 노년기를 맞이할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

철모를 시절 만난 지금의 아내는 나와 같이 중년기를 보내고 있고 태어난 두 아이는 이제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학창시절 어떤것이 강하고 약한지 모르는 시절 그저 무술을 배우면 다 될줄 알고 넉넉치 않은 집안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졸라 도장을 등록했다.

선수 생활을 하며 많이 다치고 그 부상이 훈장인양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녔다. 그런 모습이 어머니는 가슴이 많이 아프셨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군생활도 일부러 특전사를 지원하고 부모님께 공수부대 간다고 떼를 썼으니….

그래도 어디 크게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만기 전역했으니 지금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군생활을 뒤로하고 또다시 무술, 특히 강함이라는 헛된 망상에 빠져 다시 내 몸을 혹사시키고 가족들을 등한시 했다.

그 갈증은 어떤 운동도 어떤 무술도 나에게 해답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지금의 스승과 정통합기도인 아이키도는 내 갈증을 깨끗하게 씻어내리기 충분했다.

그렇다고 이전의 스승들은 틀린 답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젠 아내도 아이키도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
이젠 아내도 아이키도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

그저 나의 갈증과 맞지 않았을 뿐 그 분들도 내 인생 내 무술의 훌륭한 선생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통합기도인 아이키도를 만나고 수련하면서 내 가족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진정 강함이 어떤것인지 구별할 수 있었으며 단단함과 딱딱함의 차이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합기도를 처음 만나고 선생을 처음 만나 배우면서 선생의 느낌은 정말 강했지만 그 힘을 접하는 순간 부드러운 힘이 나를 감싸 안았으며, 내가 힘을 주면 어떤 힘도 쓸 수 없게 강하게 나를 통제했다.나는 그저 딱딱한것이 강한것인줄 알았고 부드러우면 약할 줄 알았다.

나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바보였다. 나를 지켜주는 가족은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는 나를 감싸줄 정도로 부드러운 존재였고, 그럼에도 나를 지켜주고 내가 깨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정말 강한 존재였다.

가족은 부드럽지만 약하지 않았고 강하지만 딱딱하지 않았다.

아이키도를 통해 만난 또 하나의 가족
아이키도를 통해 만난 또 하나의 가족

정통 합기도인 아이키도를 만나고 수련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점이 있다면 이처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인듯 하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평생 함께해 줄 반려자와 두 명의 아이들 그리고 평생을 수련할 수 있는 무도와 그 무도를 통해 얻게 된 스승, 그리고 선, 후배들 특히 제주의 도장을 통해 남은 인생을 함께 해주는 또 다른 가족들을 만난 게 내 인생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미래를 예견하기 보다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는 중년기임에도 훗날 맞이 하게 될 노년기가 그리 두렵지는 않다. 평생 할 수 있는 취미와 함께 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