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도서관에 마을이 들어 있다는 상상만으로 즐거워”
“도서관에 마을이 들어 있다는 상상만으로 즐거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1.2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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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8> 사람냄새나는 도서관

구산동도서관마을, ‘생활 SOC’를 실현한 대표적 사례
문재인 대통령 직접 찾아 “여느 도서관과 달라” 평가
사람 살던 공간 이어붙여 수십개의 다양한 공간 창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다른 곳은 다 마을도서관인데 여기는 왜 도서관마을인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까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우선 건물이 다른 마을 도서관과 확연히 다릅니다. 기존에 있던 단독주택, 연립주택을 허물지 않고 붙여지어서 공공건물이라기보다는 동네의 여느 집과 같습니다. 건물 안에는 만화방, 키즈카페, 향토자료실 등 50여개의 방이 한 마을 속 여러 채 집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열린 공간은 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각 방에서는 부모, 아이, 동네 어르신이 어울려서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사랑방이 되고 쉼터가 되어 하나의 작은 마을이 형성된 것입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빌라를 이어붙여 만든 곳으로, 마치 집에서 집으로 이동을 하는 그런 느낌을 준다. 미디어제주
구산동도서관마을. 빌라를 이어붙여 만든 곳으로, 마치 집에서 집으로 이동을 하는 그런 느낌을 준다. ⓒ미디어제주
구산동도서관마을이 들어서기 전에 있던 옛 건물에 대한 기억도 있다. 미디어제주
구산동도서관마을이 들어서기 전에 있던 옛 건물에 대한 기억도 있다. ⓒ미디어제주

기자가 한 말이 아니다. 지난해 9월 4일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직접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함께 ‘생활 SOC’ 현장을 둘러보는 첫 발걸음을 뗐고, 그 장소는 구산동도서관마을이었다.

SOC는 익숙한데,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한 ‘생활 SOC’는 뭘까. SOC는 사회간접자본으로 도로나 공항, 전기·통신, 상하수도 등을 말한다. 사회간접자본 자체가 어찌보면 토목과 연관된다. 하지만 여기에 ‘생활’을 붙이면 달라진다. 생활이라는 건 사람을 말한다. 사람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이 바로 ‘생활 SOC’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가보면 안다. 사실은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다 담겨 있다. 공공건물이기보다는 ‘동네의 여느 집’과 같다는 이야기. 실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공공건물이지만 ‘공공’이라는 그런 냄새는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서관 개념이 아니어서 그렇다. 흔한 공공도서관은 위압적이면서 질서를 추구한다. 공공도서관에서는 떠들어서는 안된다. 흔한 공공도서관은 자유롭게 책을 읽는 공간이기보다는 ‘시험준비를 하는’ 그런 류의 사람을 위한 공간이 돼버렸다. 하지만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아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여러 채의 빌라를 이어붙였다. 빌라엔 사람들이 살았을테고, 그렇다면 수많은 공간이 있게 마련이다. 빌라 한 채에만 적어도 8가구는 있었을테고, 한 가구에만도 다양한 공간이 존재했다. 그런 공간에 책장이 들어가고, 사람이 들어가서 책을 읽는다고 상상해보라. 일반 공공도서관이 품지 못하는 다양한 공간을 구산동도서관마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나는 ‘생활 SOC’가 됐다. 그에 앞서 구산동 마을 사람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예산을 모았기에 ‘생활 SOC’라고 부르지만.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다양한 공간. 미디어제주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다양한 공간. ⓒ미디어제주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다양한 공간. 미디어제주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다양한 공간. ⓒ미디어제주

구산동도서관마을은 1층부터 4층까지 다양한 공간을 지닌다. 책을 찾으러 1층부터 4층까지 오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중간중간엔 한명 혹은 두세명만 들어가서 앉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구석진 곳에만 있고 싶은 그런 추억을 어른들은 다 지니고 있다. 그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구산동도서관마을로 가보면 된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의 공간은 너무 즐겁다. 공간이 즐겁다보니 책을 찾는 재미도 있고, 책을 읽는 재미도 있다. 더욱이 여기는 사람이 살던 공간이었기에 사람냄새가 진하게 난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둘러보는데 고교생이 기자를 부른다. 사진을 찍어달란다. 새학기엔 2학년이 되는 최지윤 학생(예일여고)이다. 그는 매일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들른다. 마치 출근을 하듯 오간다.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걸어서 15분이라고 했다.

기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한 최지윤 학생. 매일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들르며, 여기서 책을 읽는게 즐겁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기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한 최지윤 학생. 매일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들르며, 여기서 책을 읽는게 즐겁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여긴 독립출판물도 많아요. 새로운 책도 읽을 수 있고요. 영화도 볼 수 있어요. 처음엔 1층부터 4층까지 다니려니 힘들었어요.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거든요. 이젠 그렇지 않아요. 옮겨다니며 공부도 할 수 있고, 오히려 집중도 더 잘 돼요.”

정말 사람냄새가 나는 도서관이다. 그래서 여긴 마을이 됐다. 하나의 마을이 생겼다. ‘도서관마을’이라는 이름.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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