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송분재형’ 오름? 세계적인 뉴스거리 될 것”
“‘해송분재형’ 오름? 세계적인 뉴스거리 될 것”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1.20 16: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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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저지오름 조성사업’ 진단] ② 조경·분재 전문가들 “말도 안되는 사업”
가지치기 예산만 16억 … “재선충병 방제, 아름드리 나무로 키우는 게 관건”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시 한경면이 추진중인 ‘명품 저지오름 조성사업’의 사업 내용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이 ‘해송 분재형 가지치기’다.

전체 34억원의 사업비 중 절반 가량인 16억3800만원이 가지치기 예산으로 산출 내역이 잡혀 있다.

문제는 한꺼번에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가지치기 작업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해마다 자라나는 소나무의 순을 따고 가지치기를 하는 작업이 무한 반복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에 따른 관리 비용이나 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제주시 한경면이 ‘명품 저지오름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저지오름 탐방로의 모습.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이 ‘명품 저지오름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저지오름 탐방로의 모습. ⓒ 미디어제주

이같은 사업 계획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지만 모두 한 마디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조경 전문가인 김봉찬 더 가든 대표는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소나무는 자연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억지로 분재형으로 만들게 되면 인위적인 형태가 된다”면서 “시행하는 입장에서는 나무 하나하나가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숲 전체의 ‘조화미’가 나올 수가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 대표는 “오름이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하늘과 오름 능선, 풀밭, 그리고 소나무림 등 그것들의 어울림에 따른 아름다움”이라면서 “나무 하나하나를 조악하게 만들어놓으면 오히려 경관을 망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름에 조명을 설치하고 해송 분재형 오름을 만든다며 가지치기를 한다면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될 거다”라며 “어떻게 하면 저지오름의 식물 천이 과정을 살펴 보전해 나가면서도 사람들에게 보기 좋은 경관을 만들 수 있는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해송의 경우 소나무재선충병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계속 재선충병 방제 약을 투약하는 데 따른 유지관리 비용도 엄청날 거다”라면서 “약재 투여 비용만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해송분재형’ 오름 조성사업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 인근에 있는 저지오름의 모습이 보인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 인근에 있는 저지오름의 모습이 보인다. ⓒ 미디어제주

20여년 전 저지오름 인근에 ‘생각하는 정원’을 조성해 문을 연 성범영 원장도 해마다 막대한 관리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성 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미디어제주>와 만난 자리에서 “저지오름을 가꾸고 싶다면 밀식된 나무를 솎아내 아름드리 나무로 크게 자랄 수 있게 관리하면서 재선충병 방제를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에 조명시설을 하면 온갖 벌레가 모여들기 때문에 나무에도 해로울 수밖에 없다”면서 ‘생각하는 정원’ 개장 초기에도 야간에 문을 열었다가 야간 개장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해송이 어느 정도 크게 자라면 나뭇가지 자체의 무게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무의 수형이 잡히게 된다”면서 자라나는 나무를 일일이 가지치기하면서 관리할 게 아니라 우선 해송이 크게 자라 나무 모양이 갖춰질 때까지 방제 작업과 함께 숲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저지오름을 ‘해송분재형’ 오름으로 조성하겠다는 사업 구상 자체가 처음부터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하지 않은 급조된 사업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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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지수 2019-01-21 10:34:45
한경면이 내 고향인데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다. 도대체가 이런 발상이란..ㅠㅠㅠ 지켜내지 못해 참으로 미안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