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주인공은 관광객, 그 안에 도민은 없다”
“제주도의 주인공은 관광객, 그 안에 도민은 없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1.19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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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제주 지키기 위한 문화제
-관광객으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도민
-제주 원형 지키기 위해 도민이 나서야...
1월 19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주, 그대로가 아름다워> 문화제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가 앓는다.

하수처리장은 수용량을 넘어 똥물이 바다로 흐르고, 아름다운 오름은 수많은 발걸음에 땅이 움푹 꺼져 쓰레기가 넘친다.

어느새 제주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도민이 아니다. 관광객 혹은 제주에 돈을 투자하는 그 누군가가 주인이 된 것만 같다.

출퇴근 시간마다 도로변을 가득 채우는 렌터카들 때문에 도민들은 혼잡한 교통에서 비롯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공실이 넘쳐나는데도 집값은 내릴 줄 모르고, 새 건물은 계속 지어진다. 투기성 부동산이 줄을 잇고, 개발 때문에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러한 제주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불평만 늘어놓기는 이제 그만. “제주에 사는 우리가 직접 행동할 때”라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1월 19일 쌀쌀한 겨울 날씨를 녹이는 가랑비가 내린 토요일 오후 4시. 제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주, 그대로가 아름다워> 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는 사물놀이 ‘마로’와 제주어 가수 ‘양정원’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제주다움’이 무엇인지, 소리와 음악으로 신명 나게 표현한 두 무대가 끝난 뒤, 본격적인 토크쇼가 이어졌다.

토크쇼의 진행은 전 국회의원 장하나씨가 맡았고, 패널로는 제주 생태문화여행 고제량 기획자, 이매진피스 임영신씨, 육지사는 제주사름 박찬식 대표가 자리를 빛냈다.

1년에 다섯 번 이상 제주를 찾는다는 이매진피스 임영신 대표는 “어제(18일) 제2공항이 들어설 성산을 방문했는데, 늘어난 리조트의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프더라”며 운을 뗐다.

이매진피스 임영신 대표는 이미 섬의 수용력을 넘어서 자연이 무너지는 제주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임 대표는 “사는 사람을 위한 제주가 아니라, 오는 사람을 위한 제주로 변하며, 제주가 망가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여행 오는 사람은 리조트 앞에서 바다만 보니까 모른다. 리조트 뒤편에는 마을 사람들의 터전이 있고, 제주 사람들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올레길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강정에 해군기지를 만들어 마을을 파괴하고, 선흘리에 사파리를 만든다고 하는 제주 뉴스를 서울에서 볼 때면 화가 난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 생태문화여행 고제량 기획자는 제주가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제량 기획자는 선흘1리 동백동산의 사례를 들며, 주민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제주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고 기획자는 “제주에는 제주만의 것이 분명 있었는데, 최근에 개발 사업이 많이 진행되며 제주다운 것을 잃고, 남의 것을 따라가고 있다”라며 “제주 사람들의 삶, 시민들의 소소한 행복은 뒤로한 채 제주다움을 잃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주가 제주다움을 잃고 있다는 사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관광객들 또한 잘 알고 있다. 예전과 같지 않은 풍경, 우후죽순 들어선 대형 건물들, 악취가 나는 바다를 통해서다.

전 국회의원 장하나 진행자는 제주를 올 때마다 변하는 풍경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러한 현실을 들며 장하나 진행자는 “바다를 따라서 걷기만 해도 좋은 게 제주였는데, 이제는 해안 따라 카페, 식당이 줄지어 이어진다”라며 “관광객은 오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사는 우리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육지사는 제주사름 박찬식 대표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관광객이 너무 많거나, 관광개발이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혜택은 주지 않으면서 주민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을 일컫는다.

육지사는 제주사름 박찬식 대표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 중이다.

박 대표는 오버투어리즘이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단어라면서, 그만큼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의 뜨거운 현안, 제2공항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장하나 진행자는 “공항이 생기면, 성산일출봉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이 보일 것”이라며 “오름의 풍경이 렌터카 사무실, 숙박업소, 식당 등의 경관으로 바뀌었을 때가 상상이 가질 않는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임영신 대표는 몰디브의 사례를 들며 제주에 빗대 표현했다.

임 대표는 “몰디브는 35년 동안 관광을 국가제도로 키워온 섬인데, 이곳의 풍경을 보라”면서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몰디브 섬의 건물들 모습. 제주도 이처럼 될 수 있다.

임 대표는 “현재 몰디브 옆의 한 섬에는 쓰레기가 가득 차 바다로 둥둥 떠내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삶에 관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쓰레기 문제, 상하수도 문제 등에 대한 관리 없이 무작정 관광객만 늘어난다면, 몰디브의 쓰레기섬과 같은 현상이 제주에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거대 유람선이 들어오고 있는 베니스 도시의 풍경. 마치 합성 사진처럼 어색한 경관이다.

임 대표에 따르면, 베니스의 경우 거대 유람선이 들어오며 내뿜는 매연에 시민들이 고통받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관광포비아’들이 생겨나며, 일부 시민들은 ‘우리 마음에 그만 들어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어 임 대표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뿐만 아니라 도민과 모든 국민이 생각해 볼 문제다.

“20명 정원의 음식점에 2000명이 들이닥쳤다면, 300명 정원의 영화관에 5000명이 들어와 영화를 관람한다면. 과연 우리는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취하게 될까?”

임 대표는 오마이뉴스 기사(베를린 리포트, 신희완 기자) 중 이 문장을 인용한 뒤 “(제주를) 파괴하는 사람도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용역하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지키려는 사람도 더 정교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제주를) 지킬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번 문화제는 ‘제주 지키기 시민행동’의 김민주씨가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기획한 행사다.

김민주씨는 “제주를 지키려는 목소리가 지금은 미약하지만, 이번 문화제를 매개체로 커지기를 바란다”라면서 ‘제주 지키기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제주 지키기 시민행동’에서 함께할 구성원을 모집한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화제를 기획한 김민주씨가 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혼자서 행사 기획, 패널 및 가수 섭외 등 모든 것을 도맡아 한 민주씨는 “다소 서툴지만,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인다면 제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를 지키고자 하는 모두를 모아보겠다는 그의 큰 포부가 이번 문화제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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