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회관도 도서관으로 변하면 참 좋겠어요”
“제주시민회관도 도서관으로 변하면 참 좋겠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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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6> 도서관이 된 체육관

경남도교육청, 쇠퇴하던 구암동에 ‘지혜의 바다’ 선물
두 학교 통합하며 남은 건물을 도서관으로 적극 활용
도시재생 대표 모델 성장…하루 평균 5천명 이상 찾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옛 도심은 늘 차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됐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편견은 어느 도시에다 다 있다. 오래됐다는 이미지에 덧붙여, 찾고 싶지 않은 곳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도시는 사람이 몰려야 하고, 몰려든 사람과 사람간의 교감을 통해 성장한다. 그러지 않으면 도시는 차츰 활력을 잃게 된다.

경남 창원시. 계획도시로 만들어졌다가 이웃한 마산과 진해까지 포함되면서 거대한 통합창원시가 탄생했다. 마산이나 진해보다 역사성이 짧은 도시였다가 어느새 도시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경남의 도청소재지가 있는 곳이 창원이다.

그런 통합창원시를 바라보는 마산 사람들의 입장은, 예전이 그립겠지만 세월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마산의 영광이 마냥 유지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걸 보면 예전 마산시에 속했던 구암동은 시대의 흐름에 영광을 잃어가는 단면을 보여준다. 인구도 줄면서 학교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암중학교와 구암여자중학교는 통합을 경험한다. 학교 통합은 2017년 이뤄졌다. 옛 도심 공동화로 인한 학생수 감소가 통합의 이유였다.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진 남녀 중학교 통합이기도 했다.

경남도교육청이 창원 구암동에 '지혜의바다'라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두 학교를 통합한 뒤 남은 체육관 시설을 도서관으로 창출, 하루에 50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미디어제주
경남도교육청이 창원 구암동에 '지혜의바다'라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두 학교를 통합한 뒤 남은 체육관 시설을 도서관으로 창출, 하루에 50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미디어제주

남녀 중학교 통합은 지역 주민에게나 학생들에겐 지역의 쇠퇴라는 체감을 해야 하는 경험이었으나 새로운 도전을 여는 길이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 과제는 남은 건축물 활용이었다. 두 학교를 통합하면서 학생들은 구암여중의 시설을 이용하게 되고, 구암중 건물은 죄다 남게 됐다. 경남도교육청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구암중 체육관을 도서관으로 활용하게 된다. 지난해 4월 13일 문을 연다. 이름은 ‘지혜의 바다’이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듯, 책을 통해 수많은 지혜와 지식을 쌓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지혜의 바다는 3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테마별 체험공간, 2층은 복합도서 문화공간, 3층은 테라스형 열람공간이다. 체육관으로 쓸 당시엔 1층은 필로티 공간으로 주차장으로 활용됐다. 필로티 공간을 막고, 내부 공사를 진행했다. 2층과 3층은 일반적인 체육관 시설에 수많은 책을 집어넣었다. 체육관 벽면 가득 책장이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1층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많다면, 2층과 3층은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2층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 “와~”하는 감탄사를 뱉게 되어 있다. 10m 높이의 공간에 책이 꽂혀 있는 걸 보고서 감탄사를 뱉지 않는 이들이 없다.

그렇다고 ‘지혜의 바다’에서 감탄사만 뱉다 보면 제대로 감상을 느끼지 못한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가장 책읽기에 좋은 장소를 찾으면 된다. 아주 편안하게, 그야말로 마음의 긴장을 풀고 ‘릴렉스’를 꿈꾸고 싶다면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책을 읽는 공간으로 가면 된다. 엎드려서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겐 무대가 마련돼 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헤매는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인 형태의 공간에서 책을 읽어도 좋다.

이런 다양성 때문인지, ‘지혜의 바다’를 찾는 이들은 구성원이 다양하다. 어린이만 오는 곳도 아니고, 청소년만 오는 곳도 아니다. 아빠·엄마를 비롯한 가족단위 구성원이 한꺼번에 와서 제각각 책을 읽으며 즐길 수 있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즐기게 되어 있다.

'지혜의바다'는 다양한 공간을 지니고 있다.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고, 엎드려서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가족단위로 오기엔 그만이다. 미디어제주
'지혜의바다'는 다양한 공간을 지니고 있다.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고, 엎드려서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가족단위로 오기엔 그만이다. ⓒ미디어제주
체육관을 그대로 활용해서 도서관으로 만든 '지혜의바다'. 미디어제주
체육관을 그대로 활용해서 도서관으로 만든 '지혜의바다'. ⓒ미디어제주

‘지혜의 바다’가 문을 연지 8개월이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옛 도심에 도서관을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과연 오기나 할까.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 때의 고민은 바로 ‘사람들이 찾을까’였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하루 평균 지혜의 바다를 찾는 이들은 5200명에서 53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주말에만 사람이 몰리는 것도 아니고, 평일에도 바글바글하는 곳이 지혜의 바다이다. 이쯤 되면 도시재생의 가장 올바른 모델이 아닐까 싶다.

지혜의 바다는 체육관 시설을 그대로 활용했기에 무대공연을 하기에 제격이다. 한달이면 서너번 강연이나 공연이 열린다.

‘지혜의 바다’를 지키는 주무관 박혜영씨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는 “서로 다른 연령층이 서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주도에도 이런 도서관이 있으면 어떨까. 박혜영씨가 개인의 생각을 다음처럼 전했다.

“제주도는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뿐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생각해서 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해요. 제주도는 관광객이 많잖아요. 관광객이 제주에 와서 문화를 즐기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어요.”

맞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문화도 즐길 줄 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혜의 바다’보다 더 지혜로운 도서관도 기대를 해볼만 하다. 지혜의 바다를 바라보면 겹치는 건물이 있다. 바로 제주시민회관이다. 제주시민회관은 체육관 용도로도 사용하는 건축물이다. 도서관으로 변신한 ‘지혜의 바다’처럼 제주시민회관도 이런 모습으로 변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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