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33 (금)
혐오시설 없애지 않고 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나
혐오시설 없애지 않고 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1.15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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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5> 부천시 소각장

1995년 들어선 소각장 멈춰 서자 문화시설로 ‘변신’
도심에 들어선 개발 모습 부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줘
아픈 기억 보여주면서 갤러리 등 시민 찾는 곳으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기억은 아픈 기억도 있고, 즐거운 기억도 있다. 얼마 전, 생을 마감한 현대극장은 그런 기억들을 지니고 있었다. 건축이 지닌 힘은 장소성인데, 수많은 기억을 지닌 장소성의 몰락이라는 점에서 너무 아쉽다. 사라진 걸 되돌리진 못한다. 사라지게 만든 건 인간이지, 건축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현대극장을 매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관망만 하던 행정에게 뭘 또 바라겠는가.

이쯤에서 도시재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사례를 통해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습을 들여다보자.

부천은 작은 규모의 도시이다. 예전에야 신도시였으나, 이젠 신도시로 부르기엔 너무 오래됐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1995년 부천의 중동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욕구를 처리하는 장소가 필요했다. 그 욕구란 인간들이 뱉어낸 도시 쓰레기를 말한다. 바로 ‘삼정동 소각장’이다. 제주 사람들에겐 쉽게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하루 200톤에 달하는 도시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이 부천 중동에 만들어졌다.

부천 도심에 세워진 소각시설. 가동이 멈추고 난 뒤 문화시설로 탄생했다. 거대한 굴뚝은 소각시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제주
부천 도심에 세워진 소각시설. 가동이 멈추고 난 뒤 문화시설로 탄생했다. 거대한 굴뚝은 소각시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제주
부천 도심에 세워진 소각시설. 가동이 멈추고 난 뒤 문화시설로 탄생했다. 문화시설로 탄생된 후 내부의 벙커는 그대로 살려냈다. 미디어제주
부천 도심에 세워진 소각시설. 가동이 멈추고 난 뒤 문화시설로 탄생했다. 문화시설로 탄생된 후 내부의 벙커는 그대로 살려냈다. ⓒ미디어제주

도심 한복판에 세워진 소각시설이라니. 어쨌든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그런 시설이 세워졌다. 쓰레기를 실은 수많은 차량이 오갔다. 개발이라는, 인간이 살아가는 현장의 모든 배설물이 모여 들였다. 도심에 있었으니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얼마나 많은 먼지가 날렸을까. 문제는 다들 싫어하는 혐오시설이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부천 시민들에겐 아픈 기억의 장소가 바로 소각장이다.

혐오시설은 멈췄다. 다이옥신 파동도 있었다. 도심에 있는 소각장은 애초에 성립되기 어려웠다. 2010년 멈춰선 소각시설. 우리 같으면 어떨까. 도심에 있는 시설을 걷어내고, 대규모 아파트를 세우려 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도심이니까. 그런데 부천시의 선택은 그게 아니었다. 문화시설인 ‘부천아트벙커 B39’가 만들어졌다.

혐오시설이라도 문화시설이 된다. 혐오시설이기에 완전히 없애면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면 달라진다. 나쁜 기억도 어떨 땐 가치가 있다. 사람을 파괴하는 환경물질이 나오는 소각장을 생각해보라. 그런 시설이 도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다시는 이런 시설은 도심에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항변이기도 하다.

부천 도심에 세워진 소각시설이 문화시설은 '부천아트벙커 B39'로 바뀌었다. 미디어제주
부천 도심에 세워진 소각시설이 문화시설은 '부천아트벙커 B39'로 바뀌었다. ⓒ미디어제주
'부천아트벙커 B39' 내부는 소각시설이 있었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는 이런 시설이 도심에 세워지면 안된다는 걸 말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부천아트벙커 B39' 내부는 소각시설이 있었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는 이런 시설이 도심에 세워지면 안된다는 걸 말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부천아트벙커 B39’는 소각장이 있던 모습을 보여준다. 도심에 이런 시설이 가능했던 시절도 있었구나라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개발의 단면이 여기에 있다.

‘부천아트벙커 B39’는 소각장의 모습을 군데군데 보여주면서 갤러리 기능도 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세미나도 여기서 열린다. 물론 먹거리도 있다. 혐오시설도 얼마든지 문화시설로 변모가 가능하다는 걸 ‘부천아트벙커 B39’는 말하고 있다.

이제 제주시로 눈을 돌려본다. 이미 현대극장은 사라지고 없다. 또 사라지길 기다리는 건축물이 있다. 제주시민회관이다. 도의원이 나서서 뜯으라고 아우성이다. 그들은 제주시민회관이 정말 사라지는 꼴을 보고 싶을까. 다른 지역은 혐오시설도 살려내는 판인데, 우린 있는 걸 지키지도 못한다. 제주시민회관의 활용방안은 다음 기획을 통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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