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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때늦은 육성기금 활용법, 최선이었을까"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때늦은 육성기금 활용법, 최선이었을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1.1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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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부동산 매매계약, 새로운 문제 <4>

2010년 이후 재단 육성기금 출연금 적립 상황…“수년간 매우 저조”
10년 넘게 다른 계획 없던 재단, '왜 진작 활용방안 모색하지 않았나'
서울문화재단 사례, 재단과 달라…육성기금 활용 면죄부 될 수 없어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하 한짓골 사업)의 적법성 및 타당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며 제주도 감사위원회에서 감사를 진행, 지난 9일 “문제 있음”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계약금 2원, 계약해지위약금 20억원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매매계약 체결 ▲재단 육성기금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면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속전속결 처리한 점 ▲113억 기금 사용을 도지사가 아닌 도 국장이 전결한 점 ▲수차례 유찰된 경험이 있는 재밋섬 건물 매입가에 대한 적정성 문제 ▲재단이 신탁된 건물을 매입하면서, 신탁자의 말만 믿고 수탁자에게 확인 서류를 직접 받지 아니한 점 등은 모두 감사 결과를 통해 다시 한 번 지적됐다.

도의회 역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주문한 시점에서, 기자는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재단 출연금, 2010년부터 저조한 상황..."당시 활용방안 모색했더라면"

 

재단은 한짓골 사업을 위해 삼도이동에 위치한 재밋섬 건물을 100억원에 매입하겠노라 밝혔다. 그리고 여기에 드는 돈은 재단의 ‘육성기금’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육성기금’이란 무엇일까?

앞선 기사를 통해 언급한 바 있지만, 아래 조례를 통해 다시 한번 복기해보자.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조례> 제4조(기금의 설치)

①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재단에 제주문화예술재단육성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한다.

② 제1항의 기금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그 외의 출연금으로 조성한다.

제주 문화예술을 위한 ‘육성기금’은 2020년까지 3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적립되고 있었다. 당초 2010년까지였지만, 목표액 달성에 실패해 10년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단이 밝힌 연도별 육성기금 출연금은 아래와 같다. 단, 재단과 민간 출연금은 제외하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연한 육성기금만 기재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연도별 육성기금 출연금 내역. 2016년 들어서 10억원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300억원 조성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위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제주도(제주시, 서귀포시, 남군, 북군 포함)는 최소 1억원에서 최대 19억5000만원의 육성기금을 재단에 출연했다. 그리고 위 출연금 내역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2005년 정부 출연금 44억원을 포함한 총 51억원의 육성기금 출연 이후 그 금액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2006년 이후 재단 육성기금 출연금은 1억원, 2억원… 많아야 10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양상은 10년 이상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됐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재단은 진작에 육성기금 활용방법을 모색하지 않은 걸까?"

2010년 재단은 이미 한번 육성기금 300억원 조성에 실패했다. 그래서 10년을 연장해 2020년까지 300억원 육성기금을 모으겠다는 새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도 출연금 적립의 성과는 저조하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억원만 적립되기도 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

위 그래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추이를 보여준다.

기준금리란, 말 그대로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경우는 시장 상황이 나쁘고, 앞으로도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경우다. 그리고 위 변동추이를 보면 2011년 6월 이후로 기준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다. 경기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했을 때, 재단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육성기금 300억원 조성이 단기간에 될 수 없다”라는 사실과 “2020년까지 300억원 육성기금 조성 목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현실을 말이다.

2010년 당시, 재단이 진작에 육성기금 활용 방안을 새롭게 모색했더라면 어땠을까?

부랴부랴 100억원의 재밋섬 부동산 매입을 추진한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토지·건물을 매입, 한짓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 공연연습장 조성사업에 지원 자격이 되어 지금쯤 정부로부터 리모델링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을 테다.

 

서울문화재단 사례, 재단과 달라…"육성기금 사용 면죄부 될 수 없어"

재단은 2018년 5월 사업설명회 당시, ‘재단 육성기금 사용’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의 사례를 들었다. 2018년 서울문화재단이 동숭아트홀을 500억원에 매입했는데, 제주문화예술재단이라고 재밋섬 건물 매입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서울문화재단도 제주문화예술재단처럼 육성기금을 활용한 걸까?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8일 <미디어제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문화재단이 매입한 동숭아트홀은 기본재산 적립금을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문화재단에는 고유 사업을 위해 적립해온 기본재산이 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시의회에 보고하고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면서 말이다. 또한, 그는 서울문화재단의 조례에 '재단의 기본재산은 사업비로 사용될 수 있다'라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한짓골 사업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서울문화재단은 애초에 ‘사용’ 목적으로 적립된 돈을 건물 매입에 사용했다.

반면,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적립’ 목적으로 모은 돈을 건물 매입에 사용했다. 그리고 재단 조례 그 어디에도 육성기금을 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결국 서울문화재단의 사례와 한짓골 사업의 공통점은 '어떤 건물을 매입'한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재단은 '육성기금으로 건물을 매입하겠다'라는 계획의 근거로 서울문화재단 사례를 들면 안된다. 재단 육성기금 사용을 위해서는 도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적법한 절차 아래 조례 변경이 필요하다.

이미 계절이 두 번 바뀌고, 해를 넘겨 표류 중인 한짓골 사업.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고, 수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감사 결과로 드러났다.

사업의 목적에서 이미 정당성을 잃어버린 지금.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와 관련자를 색출하고, 이들의 잘못에 면죄부를 주지 않으려면 수사 의뢰가 절실하다.

그래야 재단은 도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도민의 세금을 재단 사업에 떳떳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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