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한짓골 사업…"10억원 세금 지키는 방법은?"
갈 길 잃은 한짓골 사업…"10억원 세금 지키는 방법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1.1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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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당성 잃은 한짓골 사업, 중도금 10억원 되돌릴 방법은?

1. 재단과 제주도에서 수사의뢰 및 귀책 사유자에게 구상권 청구
2. 한짓골 사업 관련 범죄 밝히고, 범인 처벌 위한 제3자의 고발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지난 9일,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부동산 매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그동안 제기된 ▲계약금 2원, 계약해지위약금 20억원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매매계약 체결 ▲재단 육성기금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면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속전속결 처리한 점 ▲113억 기금 사용을 도지사가 아닌 도 국장이 전결한 점 ▲수차례 유찰된 경험이 있는 재밋섬 건물 매입가에 대한 적정성 문제 ▲재단이 신탁된 건물을 매입하면서, 신탁자의 말만 믿고 수탁자에게 확인 서류를 직접 받지 아니한 점 등은 모두 '문제가 있다'라고 판명되었으며, 이로써 재단의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이하 한짓골 사업)은 정당성을 잃어버렸다.

만약 한짓골 사업이 이쯤에서 중단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안타깝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재단은 이미 ㈜재밋섬파크 측에 재밋섬 부동산에 대한 10억원의 중도금을 납입했기 때문이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계약 후 중도금 납부 전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만약 재단이 계약금 2원만 납부한 상태라면, 잃어버릴 세금은 단 2원 뿐인 것이다.

그러나 중도금이 납부된 경우는 다르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기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 만약, 계약 해지를 원한다면 매도인(재밋섬파크) 측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재단은 계약금 2원 납입 이후 1차 중도금 10억원을 재밋섬파크 측에 납부한 상태다. 따라서 재밋섬파크와의 합의 없이는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미 납부된 중도금 10억원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

쉽지는 않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만 살펴보자. 단, 아래 방법들은 모두 '재밋섬 부동산 매입이 전면 취소된다'라는 조건 하에 진행될 수 있다.

 

방법1. 한짓골 사업의 귀책 사유자에게 구상권 청구

감사위는 재밋섬 부동산 매입을 추진했던 재단 및 도 관계자들에 대해 경징계 혹은 훈계,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감사위의 처분에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자칫 혈세 100억원이 낭비될 수 있는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이들에게 내려진 처사라기엔,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또 감사위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주요 인물인 박경훈 전 재단 이사장은 임기 만료로 퇴임해 징계 처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단이 박 전 이사장 및 한짓골 사업 관련 귀책 사유자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구상권'은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국가소송에서 구상권은 일반 구상권과는 조금 다르다.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국가가 먼저 배상금을 지급한 뒤, 실제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감사위가 이번 사안을 가지고 수사의뢰를 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지금. 방법은 재단 측에서 하는 것뿐이다. 구상권 청구로 귀책 사유자가 판명된다면, 이들에게 중도금 1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재단에 과연 구상권 청구 의지가 있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짓골 사업을 추진한 이들 기관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지금, 상황은 낙관하기 쉽지 않다.

한편, 재단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감사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관계자 인사 처분은 징계위원회 소집 후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 징계위원회 소집 일정은 협의 중이다. 

또한, 그는 재단 측의 수사의회 및 구상권 청구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논의된 바가 없음을 알렸다.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관계자는 같은날 통화에서 구상권 청구 등의 조치는 한짓골 사업 속행 여부를 먼저 결정한 후 논의될 사안이라면서, 현재 감사 결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 처분은 청렴감찰관실에서 통보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렴감찰관실 관계자는 "청렴감찰관실에서는 감사위의 인사 처분을 총무과 인사계에 요구하는 역할만을 맡는다"라면서 "인사 처분 대상자의 이의신청 의사 확인 후 인사 요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법2. 한짓골 사업 관련, 범인 처벌 위한 제3자의 고발

재단은 세금 100억원을 건물 매입에 사용하겠다면서, 절차적 정당성과 타당성을 무시한 채 사업을 진행했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도민의 소중한 세금을 집행하는 기관은 정해진 법률과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 ‘융통성이 없다’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행정이 원리, 원칙을 따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짓골 사업의 원리, 원칙은 이미 깨져버렸다. 이러한 사실은 감사위 감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상황을 이렇게 만든 범인은 누구이며, 도대체 무슨 이권이 있기에 온갖 의혹을 낳으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한 걸까?

이 이유를 밝히려면 제3자에 의한 고발이 있어야 한다.

고발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해 범죄의 기소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행위’다.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꼭 사건의 당사자나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범죄 사실이 의심간다면 개인이 직접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직무를 행할 때 범죄 사실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공무원은 고발할 의무를 가진다. 공익을 위해 힘써야 할 공기관의 범법 행위를 발견한 공무원은 응당 이를 알려야 하는 책임을 갖기 때문이다.

재단이 한짓골 사업을 진행하며, 일반적이지 않은 행태의 부동산 계약을 진행한 정황을 봤을 때 여기에 범죄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만약 제3자의 고발로 재단 및 제주도 등 관련자의 범죄 사실이 드러난다면, 범인에게 배상액을 청구, 1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두 가지 방법은 모두 한짓골 사업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계약을 체결한 재단.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라는 궁금증이 해소되려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및 수사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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