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초를 막기 위해 쌓은 게 맞긴 하나요
삼별초를 막기 위해 쌓은 게 맞긴 하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1.09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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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청춘예찬’ 일기] <12> 환해장성의 비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 무척 높아
지금 있는 건 헌종 때 대대적으로 보수한 것
문화재를 보수하면서 파괴되는 경우도 있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청춘예찬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발을 딛고 사는 곳 화북동. 수많은 이야기가 남겨져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제주목사가 살던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에 그러지 않을까. 때문에 화북은 지켜야 할 곳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방어유적을 살펴봐야겠다. 방어유적으로 환해장성이라는 게 있다. 중학생 아이들이 듣기엔 잘 다가오지 않는다. ‘장성’을 알지 않을까. 중국에 있는 ‘만리장성’은 많이 들어봤을테니, ‘장성’의 뜻을 알고 있을테고. 그렇다면 ‘장성’은 무엇인가. 당연히 ‘기다란 성’이라는 말이 된다.

‘장성’은 알겠는데, ‘환해’는 뭘까. 그러게 말야. 중학생들에게 ‘환해’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걸 정확하게 말할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환’이라는 건 “둥글다”는 뜻이다. ‘환해’는 “바다를 빙 두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정리를 하면 ‘환해장성’은 “바다를 두르고 있는 기다란 성”이 된다. 이제 그 뜻을 모를 아이들을 없을테다.

본격적으로 환해장성을 알아보자. 환해장성은 말 그대로 제주도를 한바퀴 둘러서 만들었다. 바닷가에 있는 성곽이다. 언뜻 보기엔 바닷가에 있는 밭담으로 보이기도 한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환해장성은 아주 튼튼하게 만들기보다는, 마구잡이로 만든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닷가 주위에 있는 돌을 그냥 올려 쌓은 성이 바로 환해장성이다. 전문 건축용어로 말하면 ‘허튼층쌓기’라고 한다. 돌을 잘 다듬어서 바르게 쌓는 방식을 ‘바른층쌓기’라고 하고, 그렇지 않고 돌을 얼기설기 끼워 맞추는 방식이 바로 ‘허튼층쌓기’가 된다.

화북엔 두 곳에 환해장성이 남아 있다. 화북진성을 기준으로 서쪽 너머에, 화북 동쪽 끝에 각각 있다. 서쪽에 있는 환해장성은 말 그대로 허튼층쌓기의 표본을 보여준다. 문제는 동쪽에 있는 환해장성이다. 예전에 그렇게 성을 쌓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만들어졌다. 문화재 복원을 하면서 이처럼 만들어뒀는데, 그 때문에 예전 모습은 완전 사라지고 없다.

너무 잘 다듬어진 화북 환해장성. 미디어제주
너무 잘 다듬어진 화북 환해장성. 미디어제주

이런 환해장성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기록을 보면 삼별초를 막기 위해 처음 쌓았다고 한다. 이원진이 쓴 <탐라지>를 보면 ‘고장성’이라는 부분이 있다. 고장성이라는 건 아주 오래된 기다란 성이라는 말이다. 여기엔 “바다를 빙 돌면 300리다. 고려 원종 때 삼별초가 진도에서 반란을 일으키니, 왕이 고여림 등을 탐라에 보내 장병 1000여명으로 장성을 쌓았다”고 나온다.

정말 삼별초를 막기 위해 쌓았을까. 삼별초가 제주도를 최후의 결전지로 선택하고, 제주에 들어온 건 고려 원종 11년(1270)이다. 삼별초를 막기 위해 들어왔다는 고여림 등은 삼별초가 제주에 오기 2개월 전에 제주에 먼저 온다. 기록상으로는 1270년 9월에 고여림 등 관군이 들어오고, 2개월 후인 11월에 삼별초가 제주에 들어와서 관군을 격퇴한다.

문제는 2개월만에 제주도 전체를 빙 둘러싸는 환해장성을 만들었다는 말이 되는데, 길이만도 180km가 된다. 2개월만에 그게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고려 관군이 들어와서 환해장성을 쌓았다기보다는 예전에 환해장성이 있었는데, 삼별초를 막으려고 보강한 게 아닐까. 당시 제주도 인구가 그리 많지도 않았을텐데,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리를 한다면 환해장성은 그때그때 보수가 된 건축물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탐라기년>이라는 책을 보면 1854년(헌종 11)에 영국 선박이 우도에 정박하는 일이 있는데, 당시 권직 제주목사가 크게 놀라 도민들을 동원해서 환해장성을 수축한 일이 있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환해장성은 권직 목사 때 도민들이 쌓아 올린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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