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한짓골 사업, 시작부터 문제투성이”
“제주문화예술재단 한짓골 사업, 시작부터 문제투성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1.09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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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감사위원회, “한짓골 사업 시작부터 진행 과정까지 문제 지적”
꼼꼼한 문제 지적 후, 관계자 수사의뢰 하지 않은 점..."다소 아쉬워"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018년 7월 25일부터 시작된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에 대한 감사가 2019년 1월 9일 끝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는 감사 결과를 통해 재밋섬 부동산의 감정평가를 의뢰했던 시점. 즉, 한짓골 사업을 구상했던 초반부터 ‘문제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로써 반년이 조금 안되는 긴 시간동안 진행된 감사에서,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하 한짓골 사업)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라는 사실이 공식 인정된 셈이다.

그렇다면 감사위가 지적한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1. 2017년부터 준비했다는 한짓골 사업, 2018년 재산 운용 계획안에서 쏙 빠진 이유는?

재단은 2017년 9월부터 재밋섬 건물에 탁상감정평가를 의뢰하는 등 사업을 준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업이 속전속결 처리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진행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재단은 2017년 12월 8일 정기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날 이사회 때 상정된 안건은 ‘2018년도 기본재산 운용계획’을 포함한 9개의 항목이다.

하지만 이 계획안에는 재단의 재산(육성기금)을 활용해 재밋섬 부동산을 매입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감사위는 이 점을 문제로 지적햇다. 재밋섬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초반 이사회 의견 수렴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까닭이 바로 이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사위는 이와 함께 "연도별 기본재산 운용에 대해서는 도지사가 사전 승인해야하는데, 한짓골 사업은 당시 안건에 포함되지 않아 규정 위반까지 초래했다"라고 밝혔다.

 

2. 전문가 없는 기본재산관리위원회, 무슨 의미 있나

감사위는 재단이 한짓골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구성한 ‘기본재산위원회’의 전문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1억원을 초과하는 공유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관련 조례에 따라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때 위원회 구성은 7명 이상 15명 이하로, 외부 전문가가 과반수 포함되어야 한다.

이에 재단은 2018년 1월 15일, 기본재산관리위원회를 5명으로 구성하게 된다. 위원회의 상세 명단은 재단 이사장과 감사, 제주도 국장, 재단의 전 사무처장, 회계법인 직원 등이다.

감사위에 따르면, 결국 기본재산관리위원회의 위원 모두가 재단 업무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말이다. 이에 재단의 육성기금으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자는 계획은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하게 된다.

이러한 재단의 행보에 감사위는 “부동산 매입비만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신규사업의 사전타당성 검토가 외부 전문가 없이 이뤄졌다”라면서 “전문성 없는 기본재산관리위원회가 사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렸다”라고 평가했다.

 

3. 도민을 위한 사업이라면서, 도민·도의회 무시한 재단

감사위는 한짓골 사업은 문화예술계, 지역주민, 도의회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100억원 건물을 매입하는 사업의 필요성, 재밋섬 부동산 위치의 적정성 등에 찬반이 나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감사위는 재단이 사전에 도의회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또한 문제라고 밝혔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중인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은 최근 메가박스 제주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때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018년 5월 15일 화요일 오후 3시, 한짓골 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재단은 2018년 5월 15일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설명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80여명이 참석한 사실만 있을 뿐 참여 단체 및 논의 내용, 향후 조정 방안 등 주민설명회의 성과는 나와 있지 않다.

감사위는 주민설명회 이후 후속 조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재단이 더 이상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감사위는 도의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재밋섬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제대로 된 도의회 보고 없이 매매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업추진의 적정성 논란이 점화됐다는 의미다.

 

4. 소유권 없는 재밋섬파크 측과 매매계약 체결, “위험한 행위였다”

재밋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논쟁은 작년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재밋섬파크는 신한은행에 재밋섬 부동산을 신탁했다. 거액의 돈을 대출하는 조건으로, 건물의 등기부상 소유권을 신한은행에 넘겼다는 의미다. 이는 ‘부동산 담보신탁’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는 뜻이다.

재밋섬파크는 재밋섬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총 61억3천만원을 대출받았다.<br>​​​​​​​따라서 현재 재밋섬 건물의 소유권은 수탁자인 은행에 있다.<br>
재밋섬파크는 재밋섬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총 61억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따라서 등기부상 재밋섬 건물의 소유권은 수탁자인 은행에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재단이 세금 100억원으로 재밋섬 부동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등기부상 소유권이 없는 재밋섬파크 측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작성한 것이다.

만약 계약 당시 재단이 신한은행으로부터 ‘재밋섬 부동산의 처분권을 재밋섬파크 측에 위임한다’라는 확인서를 받았다면 이와 같은 지적사항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재단은 신한은행 측에 재밋섬 부동산 처분권 위임 확인서를 받지 않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위는 재밋섬파크와 신한은행 사이 작성된 신탁원부에서 제10조의 항목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다. 신탁원부 제10조에는 “위탁자(재밋섬파크)는 수탁자(신한은행)와 사전 승낙 없이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저당권 설정 등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는 만약 은행 측이 재밋섬 부동산 매매계약과 다르게 소유권을 행사하는 경우, 재단의 권리를 보증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감사위는 매매계약금 2원, 계약 해제 시 위약금 20억원이라는 계약 내용을 지적하며, "이는 법적 위험을 재단이 부담하게 될 소지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5. 재밋섬 부동산 110억원 감정평가도 “문제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재밋섬 부동산 매입을 위해 모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한 감정평가서. 금액은 약 110억원으로 평가됐다.

재단은 2018년 4월, 재밋섬 부동산 매입을 위해 두 감정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의뢰하게 된다. 두 법인은 재밋섬 부동산에 약 110억원의 가치를 내리고, 재단과 재밋섬파크 측은 100억원에 재밋섬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하지만 재밋섬 부동산 감정가액이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었다는 목소리가 등장한다. 이러한 의혹은 수차례 유찰된 이력이 있는 재밋섬 부동산의 경매 이력이 공개되며 한층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에 2018년 8월 7일, 감사위는 재단을 통해 감정평가 타당성 검토를 국토부에 의뢰한다. 재밋섬 건물에 대한 두 법인의 감정평가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2019년 1월 초, 국토부는 "재밋섬 부동산 감정평가에 문제가 있다"라는 결론을 재단 측에 회신한다. 재밋섬 부동산이 위치한 삼도2동 인근 지역의 쇠퇴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인근지역의 쇠퇴상황을 고려한 감가 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탓에 감정평가액이 시장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단정하기 곤란하다”라면서 “감정평가가 다소 미흡하다”라고 결론지었다.

이로써 재밋섬 부동산 매입가 100억원에 대한 논란은 이제 단순 의혹이 아니라, 충분히 살펴볼 여지가 있는 문제로 부상했다.

 

6. 제주도, 재단 사업에 대한 지도·관리 업무 소홀 "책임 있다"

제주도는 도의 출자출연기관인 재단에 대한 지도, 감독 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다. 이는 재단에서 추진하는 한짓골 사업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제주도는 시종일관 한짓골 사업을 옹호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도지사 대신 113억원 재단 육성기금 사용을 전결한 김홍두 전 문화예술대외협력국장은 도의회 회의 자리에서 쏟아지는 각종 문제 제기에도 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또한, 김홍두 전 국장 자리에 새롭게 임명된 조상범 국장 역시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사업 추진 의지를 피력해 전임자와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경용 위원장(왼쪽)이 김홍두 문화체육대회협력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18년 7월 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이하 문광위) 제362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이경용 위원장(왼쪽)이 김홍두 문화체육대회협력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도의 태도에 감사위는 ‘문제가 있다’라고 판단하면서도, 징계 수준은 훈계에 그쳤다.

감사위는 당시 관련자인 두 명의 제주도 소속 공무원에 훈계 처분을 내렸고, 재단에 대해서는 제주도지사가 경고 조치할 것을 당부했다.

 

7. 박경훈 전 이사장 부재, 재단 관련자 “경징계 및 주의 조치”

제주문화예술재단 박경훈 이사장(왼쪽)이 이승아 의원에게 답변하고 있다.
2018년 7월 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이하 문광위) 제362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 박경훈 이사장(왼쪽)이 이승아 의원에게 답변하고 있다.

한짓골 사업은 박경훈 전 이사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사업 추진 중, 박 전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고경대 이사장이 새롭게 부임했다.

따라서 현재 문제를 야기시킨 재단의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감사위 관계자는 “박경훈 전 이사장이 자리에 있었다면, 징계를 내렸을 것”이라면서 “현재 일선에서 물러난 관계로 그에게 징계를 내리기가 곤란한 점”을 알렸다.

그렇다면 박 전 이사장과 함께 사업설명회등 한짓골 사업 업무를 도맡았던 재단 관계자는 어떤 징계를 받았을까?

감사위는 한짓골 사업의 실무를 맡은 재단 관계자 A씨에게 재단 인사관리 규정에 따른 경징계 처분을,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관계자 B씨, C씨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단순 경징계 및 주의를 넘어 이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순 없을까? 이는 경찰에 수사 의뢰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감사위 관계자는 “관계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면서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법률 및 경찰 관계자 자문 후 심사숙고한 끝에 이와 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라는 점을 알렸다.

감사위는 17쪽에 달하는 감사결과를 공개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한짓골 사업이 ‘추진 당시,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공표했다.

감사위 감사가 '제 식구 감싸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꽤나 꼼꼼하게 조사한 흔적이 보이는 결과다.

다만 열심히 문제를 지적해 놓고, 관계자에 대한 수사 의뢰가 없어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한 탓에 소중한 세금 10억원은 이미 ㈜재밋섬파크 측에 중도금으로 넘어가 버렸다. 1차 중도금이 납입된 상태라 재단 측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계약을 파기하면 2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물론 재밋섬파크 측에서 넓은 아량을 베풀어 10억원 중도금을 되돌려준다면 참 좋겠지만, 쉽지 않아보이는 지금. 앞으로 한짓골 사업의 진행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다시 한번 도내 여론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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