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을 보면 동서남북 방향을 알 수 있죠
깃발을 보면 동서남북 방향을 알 수 있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1.0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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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청춘예찬’ 일기] <9> ‘탐라순력도’에 나오는 화북

‘화북성조’ 그림을 통해 예전 화북 마을 알게 돼
18세기에도 여전히 화북보다는 별도로 많이 불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도를 그림으로 그린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걸 들라면 <탐라순력도>라고 답을 하는 게 맞을 듯하다. <탐라순력도>는 제주도 전체 지도를 비롯, 제주도 곳곳의 모습이 담겨 있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 제주목사로 내려왔던 이형상이라는 인물과 관련이 깊다. 제주목사는 봄과 가을에 순력을 행한다. 순력을 쉽게 풀어 써볼까. ‘순력’은 제주도를 한바퀴 돌면서 지역정세를 탐방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제주목사는 지금의 도지사로 볼 수 있으니, 도지사가 동사무소와 읍사무소를 둘러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엔 군사적인 목적이 강했기에 군인들이 경비를 잘 서고 있는지를 보는 게 더욱 중요했다.

<탐라순력도>는 모두 41점의 그림을 담고 있다. 이형상 목사가 직접 그린 건 아니라, 당시 제주 관아에 속해 있던 김남길이라는 화공이 그림을 그렸다. 이형상 목사는 그림을 그리도록 지시한 인물로, 지금으로 말한다면 제작자라고 할 수 있겠다.

<탐라순력도>엔 다양한 그림이 전하는데, 화북과 관련된 그림도 찾을 수 있다. 화북을 그린 대표적인 그림으로 ‘화북성조’가 있다. ‘화북성조’라는 그림을 통해 당시 화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살펴보자.

탐라순력도에 등장하는 '화북성조'라는 그림이다. 미디어제주
탐라순력도에 등장하는 '화북성조'라는 그림이다. ⓒ미디어제주

이형상 목사는 제주시내(당시엔 제주목)을 출발, 동쪽으로 한바퀴 순력을 했다. 다시 제주목으로 들어오는데는 한달가량 걸렸다. 제주목사가 동쪽으로 순력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바로 화북이다.

‘화북성조’는 1702년 10월 29일 그린 그림으로 나온다. ‘성조’라는 말이 청춘예찬 아이들에겐 어려울 수 있겠으나, “성에서 조련을 한다”라고 하면 좀 더 쉽게 이해를 하지 않을까. ‘성조’는 한마디로 화북진성을 지키는 군사들이 얼마나 훈련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훈련정도로 보면 된다.

‘화북성조’에 등장하는 화북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바닷가의 모습은 아주 딴판이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서쪽을 중심으로만 포구가 발달된 걸 확인하게 된다. 포구 서쪽은 지금의 서마을과 중마을이 해당된다. 현재 화북포구는 서마을과 중마을을 거쳐 동마을까지 넓게 퍼져 있는데, 지도는 그렇지 않다. 지도를 보면 예전 동마을은 배를 댈만한 포구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걸 짐작하게 된다. 동마을 포구는 그렇다면 언제 만들어졌을까. 어른들의 말을 빌리면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서야 포구가 구축된다고 했다.

지도를 보면 화북진성은 바로 바닷가와 붙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어찌 된 걸까. 1990년대까지도 화북진성은 바닷가에 접해 있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에 변화가 찾아온 건 화북진성 북쪽 일대 바닷가를 매립해서이다. 매립을 하는 일이 좋은지는 모르지만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게 좀 아쉬움이랄까.

‘화북성조’를 들여다보면 마을 이름이 나타나 있다. 화북일까, 별도일까. 지도에 등장하는 마을이름은 ‘별도포리’라고 돼 있다. 화북진이라는 이름을 지녔으나 당시까지도 별도라는 이름이 화북보다는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탐라순력도>엔 ‘한라장촉’이라는 이름을 지닌 커다란 지도도 등장을 하는데, 이 지도를 봐도 포구이름은 ‘별도포’라고 쓰여 있는데, 어쨌든 화북보다는 별도라는 이름이 대세였다.

순력을 다닐 때 깃발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깃발 색이 다르다. 동쪽은 녹색 바탕, 서쪽은 흰 바탕, 남쪽은 붉은 바탕, 북쪽은 검은 바탕의 깃발이다. 성에 꽂혀 있는 깃발을 통해 방향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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