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공감대 만드는 게 우선이다”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공감대 만드는 게 우선이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1.0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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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4> 현대극장 결국 잿더미로

행정서 3년 허송세월 보내다 결국 4·3 흔적 사라져
도시재생 떠들어봐야 돈 앞에 쩔쩔매는 인간군상들
원도심 수백억 투입하는 돈보다 인식전환이 “우선”
도시재생 바라보는 제주도 문화수준 그대로 드러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욕심을 버리고 살면 좋겠지만 인간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특히 돈 앞에서는 더더욱 욕심을 부리는 게 인간이다. 연말에 도시재생 기획을 하며 사라질 현대극장 얘기를 했다. “4·3의 기억 담긴 건축물이 또 사라집니다”(2018년 12월 26일자 보도)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자 제주시청 담당 공무원들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현대극장을 곧 매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자가 “그걸 기사로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담당 공무원은 “좀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유는 관련 내용이 나갈 경우 더 많은 가격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였다.

물론 그 내용은 쓰지 않았다. 사라지려는 건축물을 보존하려는 행정의 의지가 대단해서, 좀 기다려봤다.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건축물은 허무하게 파괴됐다. 제주4·3의 역사도 함께 사라졌다.

현대극장 소유주가 어느 정도 불렀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자신이 부른 값에 합당하지 않았으니 건축물을 부숴버리지 않았을까.

새해 벽두에 허무하게 파괴된 현대극장. 권정우
새해 벽두에 허무하게 파괴된 현대극장. ⓒ권정우

어쩌면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수준이 여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극장 매입 문제가 언제부터 나왔나. 지금 나온 게 아니다. 2015년부터 현대극장 매입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엔 도시재생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튀어나올 때였다. 현대극장을 매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그런 의미에서 조성됐고, 행정도 10억원을 준비하며 매입하겠다고 했다.

매입이 지지부진하자 행정은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 현대극장에 E등급이라는 딱지까지 붙여버렸다. 매입을 하지 못할테니, 부숴버리라는 제스처였다. 그 점이 못내 아쉽다. 현대극장은 공공건축물이 아니라 개인 소유이기에, 그 개인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E등급이라는 딱지를 덜컥 붙일 게 아니라, 도시재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현대극장 소유주에게 했어야 했다. 소유주가 도시재생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십차례, 아니면 수백차례 찾아가며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 정말 현대극장이 필요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현대극장은 두 개인의 필지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어서 행정절차 등 까다로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대화를 통해 설명하고, 설득을 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벌써 사라졌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재생의 모델이 될 건축물로 우리 곁에 남을 수도 있었다.

우린 이렇게 3년을 허송세월했다. 별다른 일도 하지 않고 3년을 보냈다. 사라져버린 현대극장은 우리의 문화수준을 보여준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걸 새삼 보여준다. 도시재생은 할 필요성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파괴되기 직전의 현대극장 내부 모습. 트러스 구조 건축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권정우
파괴되기 직전의 현대극장 내부 모습. 트러스 구조 건축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권정우

도시재생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걸 실천하는 일이다. 현대극장을 보면 아직까지도 이 지역에서는 돈이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맞긴 맞다.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걸 가져오지 않는 이상 인간은 돈에 굴복하게 마련이다.

아무래도 제주시 원도심의 도시재생은 새로 해야 할 듯싶다.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도시재생을 외치는 웃긴 행동을 우린 하고 있으니 말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하기 위한 돈은 수백억원 있는데, 그걸 거리에 쏟을 생각은 우선 접자. 돈만 부으면 도시재생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돈만 뿌리다 보면 오히려 도시는 더 망가진다.

그 보다는 도시재생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민들과 해나가는 게 우선일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극장과 같은 사례는 계속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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