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마을 곳곳의 풍경을 담은 <직진 버스 타는 구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엄마가 쓰던 카메라를 잡았다. 셔터를 눌렀다. 3년은 된 듯하다. 사진을 배운 적은 없지만, 그렇게 하며 사진을 익혔다. 마치 시를 쓰는 감각처럼 셔터를 눌렀다. 그 사진은 시가 됐고, 시집이 되어 나왔다. 이승일씨의 이야기이다.
이승일씨가 10년만에 시집을 내놓았다. <직진 버스 타는 구름>이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이승일씨에겐 ‘지적장애 시인’이라는 이름이 붙어다닌다. 장애를 안고 있는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세상과 소통을 이어갔다. 이젠 거기에다 카메라가 덧붙여졌다.
<직진 버스 타는 구름>은 엄마를 따라서 제주도내 중산간 마을을 돌면서 써낸 기록이다. 금악리, 선흘리, 산양리, 저지리, 신풍리 등 엄마랑 밟았던 중산간 마을이 시가 되고 사진이 되어 책에 담겼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의 중산간 마을이 있다. 또한 책은 시력 약자들을 위해 큼직한 글씨가 돋보인다.
이승일씨의 엄마는 승일씨가 어릴 때부터 곁을 지키며 ‘시인 이승일’을 만들어냈다. 지적장애 아들에게 매일 책을 읽고 들려줬다. 5년 정도 그렇게 했더니 어느 정도 알아듣더니, 10년이 흐르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인 이승일은 탄생했다.
승일씨의 엄마는 시집 <직진 버스 타는 구름>에 ‘엄마의 글’도 남겼다. 그 글의 일부를 옮긴다.
“승일이가 찍은 사진들을 한 컷 한 컷 보았습니다. 수직, 수평은 물론 초점도 맞지 않은 것은 당연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컷도 버릴 수 없었습니다. 폴더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사진 중에는 찢어지고 비뚤어지고 홀로 떨어져 있는 피사체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아들의 마음이라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체온을 잃은 것들이 가장 낮은 데로 와서 승일이랑 만난 것입니다. 이제는 쓸모없이 버려둔 것들과도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 사진들은 별도로 안아줄 것입니다.”
시인 이승일은 중학교 3학년 때 첫 시집 <엄마 울지 마세요, 사랑하잖아요>를 내놓았다. 지적장애로는 유일하게 <장애예술인총람>과 <한국장애인문학도서총람> 시 부문에 올라 있다.
10년 만에 내놓은 사진·시집 <직진 버스 타는 구름>은 도서출판 한그루에서 펴냈다. 책은 1만5000원이다. 도서문의는 한그루 ☎ 064-723-7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