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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번영의 신화’의 우상에서 깨어나십시오”
강우일 주교 “‘번영의 신화’의 우상에서 깨어나십시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2.25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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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사목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죽음으로 내몬 성장제일주의에 경고
강우일 주교가 성탄절 사목서한을 통해 최근 잇따라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고와 관련, '번영의 신화' 우상에서 깨어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진은 24일 밤 신제주성당의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 세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성탄절 사목서한을 통해 최근 잇따라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고와 관련, '번영의 신화' 우상에서 깨어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진은 24일 밤 신제주성당의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 세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진 사고와 관련, 강우일 주교가 성장제일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엄중히 경고하고 나섰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성탄절을 맞아 발표한 성탄절 사목서한을 통해 2016년 5월 구의역 열차 사고와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발생한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의 죽음, 그리고 지난 10일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야간 순찰을 돌던 젊은이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사고에 대해 “모두 외주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다가 인생을 제대로 꽃피어보지도 못하고 지고 말았다”며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처럼 가슴 아픈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사호 모든 구성원들이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해야 된다는 무조건적인 욕구와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사회의 가장 힘없고 나약한 이들이 제일 무거운 짐을 지고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물질주의가 만들어낸 번영의 신화에 취해 한없는 발전과 성장을 세상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최상의 목표로 오인하면서 살고 있다”면서 이 ‘번영의 신화’야말로 하느님이 경계했던 이 시대의 우상임을 직시할 것을 호소했다.

특히 강 주교는 예수님이 동전에 새겨진 황제의 초상을 가리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고 말씀하신 것을 두고 “황제의 것은 기껏해야 쇳덩어리로 만든 동전 몇 닢에 지나지 않지만, 세상 만물은 다 하느님의 것임을 선언하신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로마의 권력이 우상 얼굴이 새겨진 동전으로 지탱되는 제국이었으며, 때가 되자 우상의 제국이 무너져 예수님이 세우신 가난한 이들의 하느님 나라가 갈수록 커져 그 기둥과 그늘에 많은 이들이 기대고 쉬고 있음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오늘의 세상도 이집트 제국이나 로마 제국이 추구하던 권력과 번영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수레처럼 질주하고 있다”고 현 시대의 상황을 빗대 “그런 이 시대를 향해 예수님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우신 당신 모습을 보여주신다”고 예수 탄생이 우리 시대에 던져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더 큰 권력과 더 화려한 번영을 향해 끊임없이 유혹하는 오늘의 우상들에게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종으로 내어주지 말자고 예수님이 우리를 불러세워 깨우치고 계신다”며 ‘번영의 신화’의 우상에서 깨어날 것을 거듭 호소했다.

한편 성탄절을 맞아 도내 성당과 교회에서는 일제히 미사와 예배를 드리며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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