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멍청한 짓,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
"혐오는 멍청한 짓,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2.24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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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저자 홍성수 교수 북토크 개최
‘혐오’ 문제 해결 방법? “법 규제보단 ‘의식 개선’부터”
홍성수 교수의 저서 '말이 칼이 될때'.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말이 칼이 될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툭,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는 경우.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난민 혐오, 특정 지역 혐오 등 우리 사회에 ‘혐오’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더불어 살아도 힘든 세상 속에서, ‘혐오’라는 서슬 퍼런 단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까닭은 무엇일까?

12월 21일, 달리책방에서 ‘혐오’를 들여다보는 북토크가 열렸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것은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교수다.

“오늘의 강연은 ‘사이다’처럼 시원한 내용은 아닐 겁니다. 그럴 수가 없거든요. 혐오나 차별 문제는 ‘원인과 해법을 단언하기 힘들다’라는 특징이 있어요. ‘혐오나 차별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면서도, 해법을 강하게 주장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홍 교수가 말하는 ‘혐오’란, 불특정다수를 아무런 맥락 없이 미워하거나 한 개인을 싫어하는 의미와는 다르다.

“혐오란,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그것은 혐오로 이어질 수 있기에 위험한 것이고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다면 혐오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취향 차이, 혹은 선호도의 문제라고 볼 수 있죠.”

홍성수 교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혐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혐오’와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를 설명하며, 한 예를 들었다.

“어떤 식당 주인이, 식당 입구에 ‘히잡(아랍인) 출입 금지’라는 말을 써 붙였다고 합시다. 이것은 ‘혐오’입니다. 히잡을 썼다는 이유로 레스토랑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식당 주인이 ‘파란 옷 출입 금지’라는 말을 써 붙였다면? 이는 ‘혐오’가 될 순 없습니다.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소수 집단이 될 수 없으므로 ‘혐오’가 성립하지 않거든요.”

이어서 홍 교수는 “혐오가 문젯거리가 되는 이유는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면서 ‘혐오’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혐오 문제의 등장 배경으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을 꼽았다.

“문제에 대한 원인이 분명하다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공격하면 됩니다. 하지만 원인이 불분명할수록 희생양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죠. ‘여성 혐오’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여성 혐오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일베’란,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줄임말이다. 홍 교수는 “일베는 기본적으로 유머 커뮤니티지만 그 놀이의 대상이 민주화운동 세력이나 여성, 이주자 등 소수자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베가 공격하는 대상은 소수 집단인 경우가 많다. 소수 집단에 대한 공격은 곧 ‘혐오’로 이어질 수 있기에,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지론이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혐오'는 불특정다수에 대한 파급력이 상당하다.

또한, 그는 “일베건 여성 혐오건 그들이 오프라인에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바로 이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만약, 일베가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여성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면 문제는 복잡할 것이 없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폭력을 휘두른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누군가 ‘여성 혐오’에서 비롯된 여성 폭력을 저지른다면, 이는 ‘해서는 안 될 나쁜 일’이라는 여론이 조성될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지만, 사람마다 해악을 느끼는 정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표현에 대한 개입은 신중해야 하죠. 혐오가 문제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혐오가 행동이 아니라 표현에 머물러 있다면, 이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는 ‘혐오’가 일베에서 성행하는 이유가 “일베를 하는 당신에게는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위안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기, 허탈감, 불만, 우울 등을 가진 세대가 ‘일베’를 합니다. 취업도 힘들고, 삶이 행복하지 않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희생양’에 돌립니다. ‘삶이 힘든 이유는 여성가족부가 여성을 우대하기 때문이다’라는 이상한 논리가 이렇게 탄생하는 거죠.”

홍 교수는 “일베의 글을 보면, 사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편집되어 있다”면서 이러한 방법으로 쉽게 여론을 조장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제주 사회에서 문제가 된 ‘난민 혐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했다.

<난민 혐오가 만들어지는 원리>

여러분은 안전해지고 싶나요? → YES

이주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나요? → YES

난민나쁜 사람들일까요? → YES

그렇다면 이주자쫓아내야 할까요? → YES

“난민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모 아니면 도, 흑백논리로 난민을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되게끔 쉽게 여론을 조장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제 위상이 있는데, 난민을 받지 않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난민법을 폐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본은 난민을 받지 않는 대신 1조원 가량의 돈을 내는데 국내에서도 가능한가’ 등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쏙 빼고 단순화시켜서 ‘난민 혐오’를 조장하죠.”

그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외국인 범죄가 약 3배 증가한 사실을 들며 “이는 증가한 외국인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외국인 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그 비율만큼 범죄 수도 늘어난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외국인 범죄율을 보면 오히려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범죄가 늘어났기 때문에 이주민이 문제”라는 주장은 날조된 것이라는 뜻이다.

홍성수 교수는 '혐오는 전염성이 있으며,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멍청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혐오는 멍청한 짓”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람들을 ’혐오’에 동참시키기 위해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오’를 뒷받침하는 자료(팩트)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경우, 이를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쉽게 현혹될 수 있거든요.”

홍 교수는 ‘안전’문제를 거론하며 난민을 박해하는 사람이야말로 제주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난민들을 괴롭히고, 쫓아내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범죄의 길로 몰아넣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혐오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파란 옷 출입금지’ 글씨를 식당 앞에 붙인다고 해서, 옆 음식점이 이를 따라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히잡 출입금지’는 다릅니다. 옆 음식점에서도 이를 따라 할 수 있고, 이것은 바로 소수자(히잡 쓴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집니다.”

전염성이 있기에 ‘혐오’에 동참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는 현실에서, ‘혐오’를 사라지게 할 방법은 없을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만, 물이 빠지는 양보다 더 많은 물을 계속 부어야 합니다. ‘혐오’ 문제는 이러한 생각으로 접근해야 해요. 지금부터 아이들에게 ‘혐오’에 대한 교육을 잘하더라도, 20~30년 후에야 효과가 나올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끊임없이 물을 부어야 합니다.”

홍 교수는 혐오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강하게 주장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법 제재 등 강력한 수단을 썼을 때, 불합리한 다른 사회 문제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규제가 필요할 순 있겠지만,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의식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혐오’가 사라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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