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마을 탐방의 새로운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을 탐방의 새로운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2.2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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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문화도시 성과공유회 개최…26개 사업 선보여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는 동화·시집·시놉시스 등 다양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화북 동마을 바닷가, 몰방아가 있던 그 자리,
퐁퐁 용천수는 지금도 맑게 솟아나고
고래 입 모양으로 길쭉하게 생긴 포구에서
고랫물집 메누리 명자삼촌은 우릭조림과 해물뚝배기를 맛나게 끓이며
고랫물집 이야기를 전파하고 있다

(동화 ≪고랫물집 메누리≫ 중 일부)

까맣게 썩은 이 때문에 꼬마가 앙앙 울며
엄마 손에 끌려가던 모습에 슬며시 웃어주고
일렛당 지나 심부름 가던 꼬마가 무서워할까
발 돋으며 지켜봐주던 집.
일렛당에 날리는 깃발을 보지 않으려
눈 질끈 감고 달음박질 하던 그 꼬마는
이제 오지 않는데
점점 작아져가는 키에 더 낮게 엎드려
꼬마의 발자국 소릴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
그 집.

(시 ‘낮은 집’ 중 일부)

마을 탐방을 하면 으레 안내자를 따라다니며 듣고 보고, 혹은 뒷풀이라고 먹고 나면 끝이 난다. 그러다 보면 탐방에 대한 기억은 잊는다. 탐방을 했던 일들을 자료로 남겨두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22일 제주시청 제5별관에서 진행된 문화도시 성과공유회. 미디어제주
22일 제주시청 제5별관에서 진행된 문화도시 성과공유회. ⓒ미디어제주

제주시가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며 ‘성과공유회’를 진행한 지난 22일. 제주시청 제5별관 일대에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문화도시는?’을 주제로 진행됐다. 1년 동안 운영했던 26개의 문화도시 사업을 들여다보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탐방 결과물을 작품으로 선보인 곳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주국제화센터(이사장 송정희)와 제주마을미디어협동조합(이사장 김상훈)이 공동으로 진행했던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였다.

자료집은 기본이며 동화와 시집, 원화, 작곡, 영상, 시놉시스가 만들어져 나왔다.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는 5개 팀으로 나눠 진행했다. 1팀은 ‘너영나영 별도에서 노닐다’를 주제로 제주시 화북에서, 2팀은 ‘돌에 새겨진 창조의 내력, 풍요와 신성은 바다로부터’라는 주제를 들고 제주시 조천과 애월 일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팀은 ‘제주, 어느만큼 보이니?’를 주제로 제주시 북촌·조천·신촌 등지를 돌았다. 4팀은 ‘애월읍에서 찾는 삶과 이야기’를 주제로 제주시 애월에서 진행했다. 5팀은 ‘세대를 잇는 이야기유랑단’을 내걸고 제주시 신촌 일대를 탐방했다.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는 11월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진행됐지만 목표를 내걸었다. 탐방을 진행하는 이들과 탐방 참가자들이 작품을 내놓기로 했다. 결과물은 다 달랐다. 동화로 탄생하기도, 시집이 돼 나오기도, 일러스트 원화가 작품이 되기도, 작곡을 더한 음악 작품도 나왔다.

동화 ≪고랫물집 메누리≫는 화북 동마을의 고랫물과 연관이 있다. 고랫물에 시집을 온 명자삼촌을 통해 소중한 옛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다.

문화도시 사업으로 진행된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 결과물들. 미디어제주
문화도시 사업으로 진행된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 결과물들. ⓒ미디어제주
제주국제화센터 송정희 이사장(왼쪽)과 이번 탐방의 1팀 팀장으로 참가했던 문봉순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국제화센터 송정희 이사장(왼쪽)과 이번 탐방의 1팀 팀장으로 참가했던 문봉순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시집도 나왔다. ≪집이 들려주는 신촌 이야기≫라는 시집엔 14편의 시가 실려 있다. 물론 참여자들이 직접 쓴 글이다.

외국인 일러스트 작가도 참여했다. 리투아니아 출신 아그네가 각 마을을 돌아보고 일러스트로 마을을 살려냈다.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는 마을 탐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이 탐방만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를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동화가 될 수도 있고, 시를 쓰기도 하고, 작곡을 하면서 마을의 내력을 알리는 음악도 된다. 드라마나 영화의 바탕이 되는 시놉시스까지 등장을 했다.

제주국제화센터 송정희 이사장은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탐방을 안내한 강사와 팀장, 탐방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냈다”며 “이걸 묵히지 말고 마을탐방의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었으면 한다.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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