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자유학기제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해보자고요”
“자유학기제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해보자고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2.19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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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중앙여중, 19일 교내에서 ‘자유학기 학술제’ 행사 개최
한학기 동안 배운 자유학기 수업 사례를 학생들이 직접 발표
학부모들도 참관…자유학기제에 대한 궁금증 해소하는 기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중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는 기간이 있다. 제주에서는 중학교 1학년 2학기가 해당되며, ‘자유학기제’라고 불린다. 그렇다고 평가 자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는 유일한 때이기도 하다. 요즘은 ‘자유학기제’를 넘어서 ‘자유학년제’를 도입하는 학교도 있다.

서귀중앙여중. 제주에서 가장 먼저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학교이다. 지난 2013년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로 선정됐으니, 벌써 6년차가 된다. 자유학기제가 내거는 건 중학교에 들어와서 새로운 경험, 즉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서귀중앙여중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됐을 때는 교육부장관이 직접 이 학교를 찾을 정도로 히트를 치기도 했다. 6년차라면 자유학기제가 잘 정착되지 않았을까. 사실 그랬으면 좋았지만 부침을 맞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서귀중앙여중 자유학기제가 빛을 발하고 있다. 19일엔 보드 기문 행사를 가졌다. 학생들이 주인공이 된 ‘행복할 樂, 꿈 그릴 樂 자유학기 학술제’라는 주제의 행사를 교내 목련 아트홀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를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학생들은 신나지만, 학부모는 불안하다. 교사는 혼이 난다. 학생들은 시험이 없어서 신난다. 학부모들이 불안한 이유는 시험을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혼나는 이유는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19일 서귀중앙여중에서 열린 자유학기 학술제. 학생들이 직접 수업사례를 발표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미디어제주
19일 서귀중앙여중에서 열린 자유학기 학술제. 학생들이 직접 수업사례를 발표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미디어제주
서귀중앙여중이 19일 자유학기 학술제 발표와 아울러 활동 성과를 담은 결과물도 전시했다. 미디어제주
서귀중앙여중이 19일 자유학기 학술제 발표와 아울러 활동 성과를 담은 결과물도 전시했다. ⓒ미디어제주

이런저런 이유로 자유학기제는 애초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학부모들은 시험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을 더 시키고, 하지말라는 선행학습에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19일 서귀중앙여중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그런 불안감을 내비쳤고, 자유학기제가 어떤 것인지 솔직히 몰랐다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자유학기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학부모 이순미씨는 “부모로서 자유학기제를 잘 모른다. 불안하기에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자유학기제는 진로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켜 준다. 그런 점에서 부모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1학년 학부모들에겐 이날 아침에야 갑자기 공지된 학술제였지만 엄마들이 학교로 대거 찾아왔다. 자유학기 학술제가 어떤 것인지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학부모들은 이날 학술제를 통해 자유학기제가 어떤 것인지를 간접 경험을 하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학부모에게 공개된 학술제. 이렇게 규모가 커질 줄은 몰랐다. 시작은 교사들이었다. 수업혁신 동아리인 ‘가즐배즐(가르치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 참여 교사들이 수업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해왔고, 교실에서만 그런 수업혁신을 보여줄 게 아니라 학급끼리 공유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2시간 정도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행사는 점점 커졌다. 학생들끼리 수업발표로 그치려던 학술제는 학부모들이 즐기며 참관하는 그런 행사로 변신했다.

이날 학술제는 수업사례 발표와 동아리 발표로 이어졌다. 하루를 꼬박 들였다. 오전엔 학생들이 도덕, 수학, 국어, 영어, 사회, 음악, 진로 등 7개 교과를 직접 배우며 활동했던 과제를 발표했다. 오후는 자유학기제를 하며 익혔던 활동을 뽐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아리는 사물놀이, 오카리나, 요가, 영화, 댄스, 밴드 동아리였다. 크레셴도 밴드동아리인 경우 이날 발표를 위해 한달간 학원도 접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오후 사회는 학생들이 맡았다. 사회자는 교내 공개 오디션을 거쳐 뽑았다고 한다.

서귀중앙여중 1층에서 자유학기 활동 결과물이 전시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귀중앙여중 1층에서 자유학기 활동 결과물이 전시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귀중앙여중은 이번 학술제 행사를 위해 수업동아리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자유학기제를 안착시키고, 자유학기제의 흐름을 이어가는 수업도 계획중이다.

서귀중앙여중 오경규 교장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학술제를 한다기에 수업동아리에 예산을 지원하게 됐다”며 “2학년 1학기는 자유학기제 ‘연계학기’로 꾸밀 계획이다. 자유학기제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이며 어떤 프로그램이 좋을지에 대한 설문도 진행을 했다. 교사들은 힘들지만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활동엔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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