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건축가가 손을 잡고 만들어냈어요”
“아이들과 건축가가 손을 잡고 만들어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2.18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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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2> 건축물이 주는 기쁨

김영수도서관 상량문에 학생들의 손길 가득
육지부 오가며 참나무와 고재 등 직접 수급
“건축주와 건축가 협업의 중요함을 보여줌”
새로 문을 연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김형훈
새로 문을 연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김형훈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새로운 얼굴로 바뀐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금성건축의 작품이었으나 이젠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대표 권정우) 작품으로 불러야겠다. 그럴 이유는 충분하다. 여기에 건축가의 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영수도서관이 건축가만의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건축을 얘기할 때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를 꺼내곤 한다. 건축주의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간 건축물도 있고, 반대로 건축가의 디자인에 대한 의지만 주입된 건축물도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생각이 들어간 건축물은 바람직할까. 그렇진 않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그 집에 살아갈 사람들의 생각을 잘 흡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쨌건 건축물도 생명체와 같은 유기물로 본다면 건축가와 건축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영수도서관은 두 주체인 건축가와 건축주의 생각이 잘 반영돼 있다. 함께 만들었다고 해도 좋다. 김영수도서관의 주인은 제주북초 어린이들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건축가의 몫으로 본다면, 건물 곳곳에 들어가는 숨결은 학생들의 몫이다. 김영수도서관엔 학생들의 흔적이 있다.

제주북초 아이들이 직접 쓴 상량문. 김형훈
제주북초 아이들이 직접 쓴 상량문. ⓒ김형훈

집을 올릴 때, 그 집을 언제 지었고 어떤 이유로 지었는지를 드러내는 게 ‘상량문’이다. 김영수도서관 상량문은 학생들의 손길이 닿았다. 내년 졸업을 앞둔 제주북초 6학년들이 상량문에 흔적을 남겼다. 아울러 제주북초 44회 졸업생인 서예가 현병찬 선생이 상량문을 썼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김영수도서관 글씨체는 다소 독특하다. 누구의 작품일까? 그런 궁금증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름 아니라 제주북초 병설유치원 원아들의 작품이다. 원아들 전체가 ‘김·영·수·도·서·관’이라는 여섯 글자를 썼고, 원아들이 쓴 글자 하나하나를 모아서 ‘김영수도서관’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여느 손글씨보다 더 맛깔나고, 눈에 잘 들어온다.

제주북초는 김영수도서관을 더 기억하자며 심화학습 과제로 삼기도 했다. 제주북초가 매년 제주목관아에서 치르는 과거시험 재현 마당에 김영수도서관을 시제로 삼기도 했다. 지난 10월 30일 제주목관아에서 열린 과거시험 재현 마당의 주제는 ‘김·영·수·도·서·관’이라는 6행시 만들기였다. 마구잡이로 써내려가지 않았다. 독서가 왜 중요한지를 담아야 하고, 김영수 선배의 뜻을 이어가는 방법, 김영수도서관이 어떤 도움을 줄지 등에 대한 내용을 써내야 했기 때문이다. 마치 ‘바칼로레아’ 시험을 보는, 그 느낌이라는 표현이 제격이겠다.

김영수도서관이 만들어지기엔 이처럼 제주북초 어린이들의 다양한 활동이 들어가 있다.

이젠 건축가 얘기를 해보자. 리모델링은 쉽지 않다. 기존에 있는 걸 살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외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김영수도서관을 가보라. 있는 걸 살려내는 건축가의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김영수도서관은 앞선 기획에서 설명했듯이 제주북초를 졸업한 동문의 열정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돈을 번 고(故) 김영수씨가 후배들을 위해 기증한 건축물이다. 수많은 동문들이 김영수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갖가지 활동을 했던 기억을 가진 건축물이다. 여기에다 제주출신 건축가 김한섭이 이끄는 금성건축의 작품 아니던가.

깡그리 없애면 오히려 건축을 하긴 쉬울 때도 있다. 탐라지예 권정우 대표는 그걸 배격했다. 이왕이면 김영수도서관의 기억을 되살리고, 새롭게 탄생할 김영수도서관이 제주시 원도심의 대표적인 공간이 되길 원했다. 그 바람대로 됐다. 다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서원의 누각 분위기가 나는 김영수도서관 1층. 김형훈
서원의 누각 분위기가 나는 김영수도서관 1층. ⓒ김형훈
제주목관아 망경루가 보이는 김영수도서관 2층. 김형훈
제주목관아 망경루가 보이는 김영수도서관 2층. ⓒ김형훈

제주북초는 제주목관아와 이웃해 있다.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 제주도내 최고 책임자가 정치를 했던 곳이다. 더구나 김영수도서관은 제주목관아 담장과 바로 이웃해 있다. 김영수도서관 2층에서는 제주목관아의 ‘망경루’가 보인다. 옛 건축물과 새로운 건축물의 조화는 뭘까. 고민 끝에 김영수도서관은 한옥의 느낌을 살짝 옮겨놓았다. 1층은 조선시대 누각에서 만나는 그런 풍경이 보인다. 서원의 누각에 온 착각을 들게 만든다.

아이들이 쓰는 공간이기에 친환경적 소재를 써야 했다. 목재의 느낌을 살리려고 필름을 붙이거나 하지만, 김영수도서관은 100% 목재를 사용했다. 심지어는 강원도에서 가져온 참나무도 있다. 육지부를 오가며 고재(古材)를 실어오기도 했다.

새로 만들어진 김영수도서관은 예전엔 따로 떼어져 있던 숙직실을 이어붙였다. 숙직실 공간도 그대로 살려내서 옛 멋을 맛깔스럽게 살려냈다.

사람은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그리워한다. 김영수도서관에 대한 기억이 있는 이들, 제주북초 숙직실이라는 공간에 대한 기억을 지닌 이들에겐 그야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넘나드는 기쁨을 준다. 그렇다고 그런 기억을 지닌 이들만의 공간일까. 절대 아니다. 김영수도서관은 낯선 이들에겐 더 반가운 공간이다. 옛 것과 지금의 조화를 읽을 수 있고, 건축이 주는 매력도 맛볼 수 있으니까.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김영수도서관을 가들 채울 책을 찾고 있다. ‘책 한권의 기적’이라는 타이틀로 책모으기운동을 한창 진행중이다. 관심이 있는 이들은 제주북초총동창회 사무국(☎ 755-1907)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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