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도시재생은 돈만 투입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도시재생은 돈만 투입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2.14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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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1> 김영수도서관을 보라

당대 제주 건축 이끈 김한섭 작품으로 1968년 준공
60대부터 현재 북초 초등생들의 기억 온전히 남아
지역 커뮤니티 공간 꿈꾸며 지난해부터 작업 구상

도시재생. 말만 그럴듯한 도시재생 사업도 있고, 실제 “도시재생은 이런 것이다”고 보여주는 현장도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가장 오랜 학교에 도시재생을 새롭게 들여다볼 일이 일어났다. 바로 ‘김영수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김영수도서관을 통해 제주시 원도심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시재생 이야기를 다시 해보겠다. 이왕이면 다른 현장과 비교하며 도시재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새로운 옷을 입기 전의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김형훈
새로운 옷을 입기 전의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김형훈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시재생이란 무엇일까. 제주시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도시재생에 대한 답을 주는 일은 많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도시재생을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일들이 제주시 원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걸 일일이 여기서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도시재생의 올바른 사례인 김영수도서관을 얘기하며, 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제주북초등학교는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다. 조선시대인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이 근대학교 설립을 목적으로 소학교령을 공포하면서 제주에도 근대학교의 기틀이 다져졌다. 제주북초는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녔고, 동문도 많다. 그러기에 동문간의 애정도 깊다. 김영수도서관은 그런 동문의 애정이 담겨 있는 기억의 장소이다.

김영수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제주북초 20회인 고(故) 김영수 동문의 혼이 담겨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기업을 일군 김영수 동문은 고향 후배를 위해 도서관을 지을 수 있도록 돈을 내놓게 된다. 그 결과물이 1968년 준공된 김영수도서관이다. 1968년에 지어졌으니 50년이 넘은 건축물이다. 세월만큼이나 김영수도서관을 기억하는 제주북초 동문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다. 60대에서부터 지금의 10대까지 기억이 온전히 살아 있는 공간이다.

기억이란 무척 중요하다. 기억은 인간의 뇌에서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사라지려는 기억을 붙잡고 싶은 이들이 많다. 그게 추억이 된다. 살던 곳에 대한 추억, 동무들과 놀던 추억, 짝사랑했던 이야기도 그런 추억의 하나이다. 그런 추억들이 되살아나려면 장소는 필수이다. 공간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하나의 기억이 멋진 추억이 되게 만들어주는 장소로서의 으뜸은 바로 건축물이다.

김영수도서관은 당시 제주에서 맹활약하던 금성건축 김한섭의 작품이다. 김한섭은 김영수도서관 준공 3년 전인 1965년에 동양극장이라는 건축물을 제주에 선물로 남기기도 했다. 동양극장은 극장뿐아니라 상가를 겸한 대규모 건축물이다. 그에 비해 김영수도서관은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초등학교내에 들어서 있는 김한섭의 유일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의미만으로도 가치를 둘만한 공간이 바로 김영수도서관이다.

새롭게 탈바꿈한 김영수도서관. 김형훈
새롭게 탈바꿈한 김영수도서관. ⓒ김형훈

김영수도서관에 변화를 주자고 이야기가 나온 건 지난해부터이다. 김영수도서관을 새롭게 꾸며서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꿔보겠다는 제주북초 박희순 교장의 의지가 무척 강했다. 여기에 행정도 살짝 도움을 줬다. 그건 돈이다. 여기에 중요한 게 있다. 돈만 투입되면 다 되는가에 있다. 돈만 들이면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어도 된다. 김영수도서관은 그게 아니다. 새로운 건축물이 아니라, 기존 건축물을 살리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우린 그걸 얘기해야 한다.

없애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존재를 한다. 당연한 말이다. 우린 수없이 그런 현장을 봐왔다. 아무리 가치있는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다 뜯어냈다. 마치 전쟁을 치르면서 주변을 싹쓸이하듯이 그렇게 해왔다. 그러다보니 온전히 보전되는 건축물은 없다. 수명이 다하지 않았음에도, 갖은 이유를 대면서 건축물을 없애는 우리들이다. 김영수도서관은? 그렇지 않기에 김영수도서관을 보면서 도시재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김영수도서관의 기억, 혹은 추억을 되살리면서 새롭게 살려낸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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