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가 도내 천연기념물 등 보호 식물이 유전자원을 수집, 유전자 뱅크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기후 변화 등 원인으로 돌발적인 해충 발생에 대비하고 기상 재해로 인해 고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도내 천연기념물과 도 기념물, 지정 보호수 등 ‘역사식물’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겠다고 10일 밝혔다.
대상 식물은 천연기념물의 경우 팽나무 등 6종 7개체, 도 기념물 무환자나무 등 7종 7개체, 보호수 구실잣밤나무 등 16종 16개체로 모두 23종 30개체다.
이번에 수집되는 천연기념물과 도 지정 기념물, 보호수 유전자원은 한라생태숲에서 후처리 과정을 거쳐 내년 봄에 파종, 후계목으로 육성하게 된다.
특히 종자 번식이 힘든 수종은 삽목 등 방법으로 유전자원을 확보했고, 일부 천연기념물과 보호수는 해거리 때문에 종자 결실이 없어 내년에 유전자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유전자원이 수집된 목본류를 보면 우선 천연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돼 이슨 서귀포 성읍 느티나무와 팽나무 군의 팽나무 천연기념물 제162호 도순리 녹나누 자생지의 녹나무 등 모두 4종의 천연기념물 유전자원이 확보됐다.
또 도 기념물 6호인 금덕 무환자나무 및 팽나무 군락의 무환자나무와 팽나무, 제47호 식산봉의 황근 자생지 및 상록활엽수립의 황근 등 4종, 제48호 비양도의 비양나무 자생지, 제18호 선흘리 백서향 및 변산일엽군락 백서향의 삽수를 채취, 삽목 번식이 이뤄지고 있다.
보호수는 수종별 특성을 고려해 최고령목을 대상으로 선정, 구실잣밤나무와 동백나무 등 9종의 유전자원이 확보된 상태다.
앞으로 증식 결과와 후계목 성장 속도에 따라 한라생태숲 내에 기념물 숲을 조성, 탐방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숲 교육 장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상목 주변에 후계목으로 현지 내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도내 산재한 노거수목과 희귀식물 조사·발굴을 통해 제주 자연자산의 가치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정성호 도 산림과장은 “오랜 시간을 도민과 함께 살아온 제주의 산 증거인 기념물과 보후수 유전자원 확보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나무에 얽혀 있는 다양한 설화와 전설은 미래까지 이어져야 할 소중한 도민의 역사이지 문화자산”이라며 “단순히 수목의 종자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도민과 함께 해온 역사를 미래 세대까지 이어줄 수 있는 존재”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