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의료체계 붕괴 방아쇠 당긴 원희룡 지사
국내 공공의료체계 붕괴 방아쇠 당긴 원희룡 지사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2.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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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 내준 원희룡 지사의 노림수는?
정부·국회·제주도, 제주특별법 ‘외국의료기관’ 관련 조항 삭제 나서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원희룡 지사가 제주 지역에서 숙의 민주주의 첫 사례로 받아든 녹지국제병원 관련 공론조사위 권고안을 무시하고 ‘조건부 허가’를 내준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급기야 원희룡 지사의 자진 사퇴 촉구와 함께 원 지사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 영리화 저지 및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10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제주 영리병원 철회를 위한 문재인 정부 행동 촉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퇴진 요구’ 기자회견을 갖는다.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가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이자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민주주의 파괴 조치라는 점을 강력 성토할 예정이다.

특히 ‘영리병원 설립 금지’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묵인 방조하고 있는 데 유감을 표시하고 대통령에게 제주 영리병원 개원을 중단시키기 위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녹지국제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의료법인이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보건복지부가 승인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를 재검토, 승인 철회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지사에 대해서는 공론조사라는 민주주의 최소한의 절차를 거스르면서 민의를 저버린 책임을 물어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허가 발표를 앞두고 지난 3일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을 방문,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허가 발표를 앞두고 지난 3일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을 방문,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이처럼 여론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도 정작 당사자인 녹지국제병원측이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제한하기로 한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 통보에 반발, 법적 대응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둘러싼 도와 녹지국제병원측의 공방은 사실상 ‘영리병원’이라는 본질을 가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의료법상 진료 거부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법적 대응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보건복지부의 승인 조건을 들어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근거로 내세우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영리병원 개원’이라는 방아쇠를 당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 허가를 내준 제주도로서는 녹지국제병원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패소하더라도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언론 보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원 지사는 ‘변방의 도지사’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단숨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결국 원 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지만, 반면 순식간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정계 개편의 중심인물로 부각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주도민사회의 비판 여론과 녹지국제병원측의 법적 대응 움직임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것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대권 도전의 꿈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는 원 지사로서는 결과적으로 회심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 됐다.

이처럼 원 지사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녹지국제병원의 실체가 ‘영리병원’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외국의료기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라는 의심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인 데다, 앞으로도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2호, 3호 영리병원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 국내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특별법의 이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차원에서다.

그러나 추가로 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내걸고 조건부 허가 뒤로 숨어버린 제주도정도 정작 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영리병원’이라는 괴물이 탄생하게 된 근거 조항을 삭제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둔다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영리병원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결국 이 ‘외국의료기관’ 관련 조항이 국내 의료계가 영리병원으로 대거 전환하는 근거가 돼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져버리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이 빗장을 풀어버린 원 지사는 두고두고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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