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후폭풍’ 도민사회 ‘부글부글’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후폭풍’ 도민사회 ‘부글부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2.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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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제주도내 정당 등 각계에서 긴급논평·성명 줄이어
관련 조례 발의한 이상봉 의원 “숙의민주주의 싹을 짓밟는 처사”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도민사회 여론이 들끓고 있다. ⓒ 미디어제주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도민사회 여론이 들끓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론조사위원회 권고안을 뒤집고 녹지국제병원을 조건부로 허가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원희룡 지사가 5일 오후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발표한 직후 의료연대 제주지역지부를 비롯한 도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도청 앞에서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원희룡 지사 퇴진 운동을 선언한 데 이어 도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논평이 줄을 잇고 있다.

도청 앞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원 지사 퇴진 운동과 함께 제주특별법 영리병원 관련 조항 삭제, 원 지사에게 공론조사 비용으로 쓰인 3억4000만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원 지사가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던 중 한 시민이 소리를 지르며 강력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회도 별도의 긴급 성명을 통해 원 지사의 이날 발표를 “도민 의견을 묵살한 비민주적인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어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회는 “영리병원이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여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을 촉진, 제주도 부동산 가격과 환경 파괴 등 도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원 지사는 ‘제주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도민 삶을 옥죄어 도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에 대한 공론조사의 단초가 됐던 ‘숙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대표발의한 제주도의회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노형동 을)도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 절차의 최후 보루인 도민 공론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론(公論)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한 의견으로, 사회구성원의 의사를 모아놓은 중론(衆論)과도 다르며 중론의 평균치를 의미하는 여론(與論)과도 다르다”며 “도민들의 공적 판단인 공론화 결과를 무시하는 이번 발표는 앞으로 정책 결정에서 도민 뜻이 반영될 통로를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숙의민주주의 싹을 짓밟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특히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권고안에 따른 보완조치 이행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개설 불허 권고안을 뒤집은 데 대해 그는 “권고안의 주객을 전도한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는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전국 최초로 제정된 조례이자 지역 차원의 첫 공론조사 시행이 원 지사의 이번 결정으로 최악의 공론화 사례로 낙인 찍히게 돼버렸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도민들의 노고와 예산 낭비, 그리고 도민사회의 정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무시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번 결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을 방문,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지난 3일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을 방문,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바른미래당 제주도당, 정의당 제주도당, 노동당 제주도당도 잇따라 관련 논평을 통해 원 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부성진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후 3년만에 원 지사의 허용으로 녹지국제병원이 문을 열게 됐다”면서

“최종 결정을 공론조사위원회에 떠넘기는 ‘미루기식 행정’의 얄팍한 꼼수를 부렸다가 결국 도민 의견을 저버린 원 지사의 태도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제주도당도 장성철 도당 위원장 명의 긴급 논평을 통해 “원희룡 도정이 정책 결정의 기준으로 설정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부정했다”면서 “원 도정 스스로 설정한 기준을 스스로 거스른 것으로, 도민 신뢰를 저버린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원 지사가 ‘제주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제주도민의 자존감을 짓밟고 제주 미래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제주도민에 대한 신뢰보다 외국 투자자본에 대한 신뢰가 제주 미래를 위해 더욱 중요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어 정의당 도당은 “원 지사는 제주도의 수장이 아닌 녹지국제병원 수장 자리가 더욱 어울려 보인다”며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도민들은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당 제주도당은 “두 달여 전 본인 스스로가 제안한 공론화조사위원회가 오랜 숙의과정을 거쳐 큰 차이로 영리병원 불허를 결정, 권고안을 제출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반도민적 쿠데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에 노동당은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지 채 반년이 되지 않은 지금 원 지사의 독재적이고 반도민적인 행태는 중지돼야 하고 주민소환이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더 이상 제주도를 규제 없는 자본의 실험장으로 전락하게 돌 수 없다. 영리병원 설립을 막고 제주특별법 전면 해체와 전환의 길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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