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6:01 (목)
제주 초가에 앉아 있으니 너무 좋아요
제주 초가에 앉아 있으니 너무 좋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2.03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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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청춘예찬’ 일기] <6> 집이란 무엇일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청춘예찬 동아리 아이들이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강운봉 가옥을 들렀다. 초가 툇마루에 앉아 쉼을 즐겼다.

쉼, 참 좋다. 아이들에게 쉼이 필요한 건 요즘이다. 예전 어른들이야 놀 곳도 많고, 놀 시간도 많다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놀 곳도 없고, 놀 시간도 없다. 그러기에 쉼이란 너무 꿀맛이다. 쉼은 아주 긍정적이다. 모든 걸 끝내는 게 아니다. 마침표와 견주라면 쉼이 더 좋지 않을까. 다만 쉼은 뭔가를 계속 이어가야 하기에, 다음에 올 걸 준비하는 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쉼이 좋다.

삼양동에 있는 강운봉 가옥을 그래서 좋다. 쉼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아쉬운 점은 집안 내부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사람들이 강운봉 가옥을 보기 위해 집안을 둘러볼 그런 기회를 줬으면 하는데, 그게 아니라니 섭섭하긴 하다.

강운봉 가옥은 화북동이 아닌, 삼양동에 자리를 틀고 있다. 청춘예찬 동아리 학생들은 화북동을 위주로 돌고 있기에 웬 삼양동인가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화북동에는 문화재로 지정되어서 보존되는 초가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초가는 아직도 화북동에 있지만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없다. 강운봉 가옥에 들른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강운봉 가옥은 움푹 들어간 곳에 자리를 틀고 있다. 비가 오는데 왜 움푹 들어간 곳에 집을 지었을까? 궁금증이 발동하기도 한다. 예전 집은 다 그랬단다. 집이 들어선 땅은 우리가 ‘올레’라고 부르는 땅보다는 늘 낮았다. 이유는 있었다. 강한 바람을 맞아야 하는 제주도라는 땅에 살아남을 건축이려면 바람을 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움푹 들어간 집은 아주 세찬 바람에도 견딜 수 있었다.

바람에 견디면 된다는데, 비가 오면 어떨까. 강운봉 가옥만 움푹 들어가 있어서 비가 오는 날은 물바다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사실 강운봉 가옥은 비만 오면 물바다가 된다고 한다. 주변은 모두 아스콘으로 포장이 되어있기 때문에 땅으로 흡수되지 못한 물은 지대가 낮은 곳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강운봉 가옥으로 몰린다고 한다. 예전은 어땠을까. 그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강운봉 가옥만 지대가 낮은 건 아니었다. 그때는 올레를 포장을 한 것도 아니기에, 큰 비가 오더라도 물은 땅 속으로 속속 스며들었다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제주도는 돌이 많기 때문에 빗물이 땅 속으로 쉽게 들어가지 않았을까.

제주시 삼양동 강운봉 가옥 밖거리 툇마루에 앉아 있는 청춘예찬 동아리 아이들.
제주시 삼양동 강운봉 가옥 밖거리 툇마루에 앉아 있는 청춘예찬 동아리 아이들.

강운봉 가옥 내부는 보지를 못했다. 아쉽긴 하지만 안거리와 밖거리가 있는 제주도의 전형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대문이 없는 이 집은 정낭을 통해 진입한다. 정낭을 통과하면 먼저 맞는 곳이 밖거리다. 안거리와 밖거리 한 가운데는 마당이 자리잡고 있다.

생각해보라. 안거리와 밖거리 툇마루에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아무 생각없이 멍 때릴 수 있는 곳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강운봉 가옥은 그런 집 가운데 하나이겠지. 안팎거리에 앉아서 농담을 주고 받아도 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도 좋다. 우린 청소년들이기에 고단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나눠도 된다. 마당을 한 가운데 두고 안팎거리의 간격은 너무 짧기에 서로가 말하는 이야기는 다 들린다. 자칫 자신의 감정도 들킬만한 거리에 있다.

이 집은 예전엔 서당으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제주도 초가는 대문(있기도 하고 없기도 함)을 통과하고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이 마당이다. 이 집은 그렇지 않다. 밖거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밖거리에 서당을 했기 때문에 굳이 마당에 들어서지 않고 곧바로 밖거리로 들어갔다고 한다. 청춘예찬 아이들에겐 생소한 단어이지만 ‘머릿방’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했다. 머릿방이라. 어려울 수 있지만 강운봉 가옥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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