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8:58 (목)
“미국에 가서 4·3 자료 찾도록 지원을 해줘야”
“미국에 가서 4·3 자료 찾도록 지원을 해줘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2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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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평화연구소,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초청 대담
“오키나와는 공문서관 만들면서 4년간이나 미국 파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4·3을 얘기하려면 미국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그러면 미국과 4·3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제주4·3의 또다른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대 평화연구소(소장 조성윤 사회학과 교수)는 28일 제주대 인문대 1호관 복합회의실에서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를 초청, 4·3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허호준 기자는 오랫동안 4·3을 들여다 봤고, 미국이 4·3에 개입했다는 이야기도 해왔다. 그는 <그리스와 제주, 비극의 역사와 그 후>라는 책을 통해 제주4·3은 미국과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허호준 기자. 줄곧 4.3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미디어제주
한겨레신문 허호준 기자. 줄곧 4.3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미디어제주

“4·3 취재를 하면서 계속 빠져들었어요. 제 인생의 한 부분은 신문기자였고, 한 부분은 4·3연구소에 몸을 담으면서 연구를 해왔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4·3과 관련해서 미국에 대한 문제는 연구가 되지 않았죠.”

그는 그리스 내전이 제주4·3과 너무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4·3연구에 있어서도 미군정의 역할에 관심을 쏟게 됐다. 최근에는 증언을 채록하며 또다른 4·3에 매달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해방 이후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제강점기와 4·3의 연관성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무장세력 내지는 해방후 제주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로 바뀌는데, 어떻게 4·3에 영향을 미쳤을지 봐야 합니다. 증언을 듣다 보면 그런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들이 나와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어요.”

대체 4·3은 무엇이던가. 단순히 무장봉기 세력들이 도민을 선동했다는 설명은 힘들다.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을 봐야 합니다. 왜 도민들이 무장봉기 세력에 동조적 입장이었는지에 대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섬 공동체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기에 그런 행동을 했는지 봐야 하죠.”

그는 아울러 4·3과 관련된 미국 문서 발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미군정의 G-2 보고서를 보면 작전명령이 발호됐다는 게 자주 등장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트루먼 자서전을 보면 제주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제주4·3이 백악관에 보고가 됐다는 게 아닌가요. 또한 ‘국무부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그런 걸 보면 미국의 국무부는 제주4·3을 인식하고 있다는 봐야죠. 어떤 내용인지는 우리가 찾아내야 합니다.”

제주대 평화연구소가 마련한 4.3 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허호준 기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대 평화연구소가 마련한 4.3 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허호준 기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문제는 그런 자료를 찾는 노력이 없었다는 데 있다. 미국에 있는 공립문서관에 가서 4·3 관련 자료를 찾는 노력은 사실 지지부진했다.

“연구자가 몇 되질 않습니다.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제도적 지원도 없고, 연구자의 위치도 불안합니다. (자료를 찾는데) 매달리도록 하고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오키나와는 공문서관을 만들면서 4년을 파견했다고 하잖아요.”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이 제주4·3과 관련이 돼 있다면 자료를 찾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원은 없다. 개인이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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