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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보물단지, 지역아동센터
우리 동네 보물단지, 지역아동센터
  • 김성건
  • 승인 2018.11.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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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톡(talk talk)] <1> 김성건 사무국장(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하늘빛과 바람의 촉감만으로도 기분 좋았던 지난 11월 3일 토요일 아침, 지역아동센터의 날을 기념하며 개최된‘토끼와 거북이 걷기대회’행사장을 찾았다. 너른 구좌운동장에 하늘색만큼이나 밝은 얼굴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아이들의 형, 누나쯤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차량을 안내하고 무대 위에서는 축하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몸짓이 흥겹게 진행되고 있었다.

토끼와 거북이 걷기대회

개회식을 하려나 싶을 때 쯤 으레 행사들이 그렇듯 내빈소개가 이어지고 어른들의 장황한 말씀이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아이들이 준비한 짧은 축하공연에 이어 본행사인 걷기대회로 이어진 것이다. 여느 행사장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신선함이었다. 오롯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행사를 준비한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의 아이들을 위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 감사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선생님은 지역아동센터가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만 이용하는 시설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지역아동센터가 지역의 모든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에게 낙인을 새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선은 우리 사회복지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하며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를 던져 주었다.

원어민 교육 연합 발표회
원어민 교육 연합 발표회

그 날 오후에는‘찾아가는 원어민 외국어 교실’이 진행되었던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교육성과를 발표하는 행사장에 들렀다. 필리핀 출신의 결혼이주 여성들이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서 아이들을 위해 영어교육을 진행한지 3년.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쌓아 온 믿음의 결과를 작은 무대에서나마 선보인다는 설렘,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신도 지역사회에 뭔가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하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장은 찾은 한 부모는 이주여성 선생님으로부터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며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부모들이 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면서 보다 많은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아동센터는 말 그대로‘지역사회 아동의 보호ㆍ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하여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아동복지법 제52조 제1항 8호). 아이들이 생활하는 지역에서 보호받고 친구와 이웃들과 어울리며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보편적이며 가장 지역 중심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지역아동센터가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만 이용하는 시설일 수 없고 보다 많은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분명하게 있다.

사회복지실천 활동은 문제의 해결이나 완화 또는 환경이나 상황의 변화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문제의 발생과 환경의 악화를 예방하는 노력으로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 의미를 더욱 키우는데 있어 지역아동센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래 아이들이 센터에서의 활동을 통해 서로 어울려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며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 자랄 수 있는 자질을 갖춘다는 것은‘예방’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역복지의 시작점으로서 지역아동센터의 자격 또한 충분하다. 지역복지를 위한 고민은 우리 아이들이 가정과 지역에서 보호받고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데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기에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곧 지역복지의 시작이라는 무게감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의 다양한 기관들과 자원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 지는 노력이 지속될 때 지역은 성장하고 복지는 일상이 되는 현실이 가능할 것이다.

혹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존재를 확인 했다면‘우리 동네 보물단지’를 발견한 셈이다. 이제는 그 단지 안에 더 값지고 빛나는 이웃들의 관심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 그것이 지역복지 활동에 참여하는 첫 걸음이자 지역의 생명력을 지켜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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