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야자수 올레길 만든다고 아무렇게나 파헤치나요”
“야자수 올레길 만든다고 아무렇게나 파헤치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25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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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문화도시 조성사업 ‘모다정 마실 가게 마씨’
조천읍 대섬 현장 일대 둘러보며 환경 중요성 새겨
“대섬은 사람이 주인이기 이전에 새들이 주인이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도는 ‘보물섬’으로 불리지만 정작 보물은 훼손되고 있다. 갖가지 개발행위로 망가지고 있다.

제주국제화센터와 제주마을미디어협동조합이 제주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 프로그램. 모두 5개팀으로 나눠 11월 한달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5개팀 가운데 3팀은 조천읍 일대를 돌며 프로그램을 해오고 있다.

3팀이 25일 찾은 곳은 조천읍 조천리와 신촌리 일대 바닷가에 들어서 있는 대섬. 최근 무분별한 개발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이다. 한양대학교 재단이 절대보전지역인 이곳에 마구잡이 개발을 해온데다, 원상 복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3팀이 찾은 이날, 대섬의 원형은 파괴돼 있고 개발의 흔적만 가득했다.

조천읍 대섬 입구. '야자수 올레길'이라는 반갑지 않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조천읍 대섬 입구. '야자수 올레길'이라는 반갑지 않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자연파괴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 조천읍 대섬 일대.
자연파괴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 조천읍 대섬 일대.

대섬으로 향하는 입구는 ‘야자수 올레길’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야자수는 인공적인 힘으로 휘어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할 뿐이었다.

참가자들의 눈에 들어온 대섬 현장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아우, 세상에….” “완전 어이없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대섬은 인간이 지배하기보다는 새들이 살아가는 현장이다. 현장 답사는 환경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정상배씨가 맡았다. 그는 새가 살아가는 조건을 다음처럼 설명했다.

“새는 물이 깨끗한 곳을 찾습니다. 사람이나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살죠. 물론 먹이도 있어야 합니다. 새들이 살아가는 곳을 찾는 건, 사람과 같아요. 사람들도 깨끗한 곳을 찾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려 합니다.”

대섬은 인간이 있기 전부터 새들의 땅이었다. 아니, 지금도 새들이 찾는 곳이 대섬이다. 이 일대가 인간의 하찮은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을 뿐이다. 정상배씨의 설명은 이어졌다.

“여기는 새들이 주인입니다. 개펄과 갈대는 오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주죠. 이젠 갈대도 사라지고, 옛날 방식으로 자연정화하는 건 한계에 다다랐어요. 하수가 너무 많아서 용량을 초과하고 있잖습니까.”

개발은 무엇일까. 이젠 적정한 개발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연은 오랜 세월동안 자신들이 만든 생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개펄을 매립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섬 일대를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대섬 일대를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정상배씨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인간들은 그걸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파괴를 진행하고 있다.

참석자들 가운데 서울에서 제주에 내려와 정착한지 5년째라는 이성환씨 부부도 만났다. 서귀포에 살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들에겐 대섬 현장이 어떻게 보일까.

“대섬 일대가 파괴되고 있다는 뉴스는 들어서 알고 있어요. 직접 와서 보니 보기가 좋지 않군요. 이번 프로그램은 몰랐던 제주도를 알게 되고,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어요.”

조천읍 신촌리와 조천리 경계에 있는 대섬. 여기엔 외래종도 자연스레 토종이 되기도 한다. 선인장이 그런 사례의 하나이다. 어쩌면 변화하는 제주의 흐름이 동식물에서 느껴진다. 다만 무턱대고 파괴는 하지 말자는 건 대섬 현장을 찾은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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