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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키니와 사람들은 죽을 건축물을 살리려 할까”
“왜 오키니와 사람들은 죽을 건축물을 살리려 할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1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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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10> 제주시민회관을 생각한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지역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오키나와 기억 담은 나하시민회관 구조진단 결과 ‘심각’

그럼에도 기억을 간직하려 건축가-시민 움직임 보여

12년째 신춘 콘서트 열면서 건축문화 알리기 애써와

오키나와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풍광으로서도 멋있는 곳이지만, 건축이 주는 멋은 그보다 더 값진 곳이 오키나와였다.

솔직히 오키니와 건축물로만 기획물을 한다면 더 시간을 들이고, 지면을 더 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의 이야기를 너무 오래 끄는 것도 그럴 것 같다. 이번 글이 오키나와 건축을 다루는 마지막이다. 다만 오늘은 건축물 이야기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이 가진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될 듯싶다. 왜냐하면 제주도 상황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건 ‘시민회관’이다. 현재 제주시민회관은 C등급으로,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초까지만 하더라도 B등급이었다가 갑작스런 구조진단을 통해 C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어쨌든 C등급은 구조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건축물을 없애려는데 있다. 어떤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멀쩡한 제주시민회관을 없애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데 혈안이 돼 있다. 행정도 그렇고,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해줘야 할 도의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주시민회관을 없애자고 한다.

제주시민회관은 해방 후 첫 건축사사무소로 등록한 김태식의 작품이다. 1962년 지어진 제주시민회관은 핀 구조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설계된 건축물이다. 제주시민회관은 상징성이 크다. 제주4·3의 응어리를 안고 있었던 제주도민에게 문화를 누리고, 생각을 공유하고, 스트레스도 발산하는 그런 장소였다.

오키나와의 나하시민회관. 건축물이 위험하다며 폐쇄돼 있다. 김형훈
오키나와의 나하시민회관. 건축물이 위험하다며 폐쇄돼 있다. ⓒ김형훈
나하시민회관은 구조에 문제가 많다. 하지만 지역 건축가와 시민들은 보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형훈
나하시민회관은 구조에 문제가 많다. 하지만 지역 건축가와 시민들은 보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형훈

오키나와로 가본다. 오키나와에도 시민회관이 있다. 1970년에 지어진 나하시민회관이다. 제주시민회관보다 늦은 시점에 세워졌다. 오키나와의 대표 건축가인 긴죠 노부요시 작품이다.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표현해낸 작품이다. 지붕은 붉은 기와를 올리지는 않았으나 붉은색으로 치장했다. 또한 지붕은 오키나와의 일반 민간에서 보이는 양식이다. 오키나와 민가의 대표적 장치인 ‘힌푼’이라는 차단벽도 표현해냈다.

특히 나하시민회관은 미군통치를 받아야 했던 오키나와 사람들에겐 기억의 장소로 남아 있다. 오키나와는 오랜기간 미군의 지배에 놓였다. 1972년 오키나와 복귀 기념식이 여기에서 열렸다. 그러기에 더 기억에 남는 장소가 돼 있다.

두 건축물을 보면 제주시민회관이 다소 빨리 지어지기는 했지만 시대별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르다면 나하시민회관은 오키나와 지역 건축가의 작품이고, 제주시민회관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두 건축물은 기억의 장소 역할을 해왔다. 제주에 살고 있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제주시민회관에 대한 기억이 그렇고, 오키나와 사람들의 나하시민회관에서의 기억이 그렇다.

두 건축물의 정말 다른 점을 꼽으라면 하나는 ‘멀쩡한’ 건축물이고, 하나는 ‘폐쇄된’ 건축물이다. 제주시민회관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반면, 나하시민회관은 안전 문제 등으로 사용을 하지 못하게 사람들의 이동을 막고 있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아마도 이게 제일 커다란 차이점이 아닐까 한다.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제주시민회관은 행정과 도의원이 나서서 없애려 한다. 나하시민회관은 무너질 건축물인 것 같은데 시민들이 지키려 한다.

나하시민회관을 지키려는 의지는 지역 건축가들로부터 출발했다. 2007년부터 발현됐다. 오키나와에 있는 성프라라수도원에서 매년 신춘콘서트를 해오고 있다. 건축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지역의 언론도 함께한다. 지역의 기업들도 거기에 함께한다. 지역의 시민도 함께한다.

그런 활동은 도코모모에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나하시민회관을 지키려는 그들의 활동은 도코모모를 움직였다. 도코모모는 건축물의 가치를 알리고, 보존하자는 국제적 기구이다. 드디어 나하시민회관은 일본에서 121번째 도코모모 등재 건축물이 된다. 올해 11월 현재 일본엔 216개 도코모모 등재 건축물이 있다.

오키나와 지역신문인 '류큐타임스'에 실린 지역 건축가의 글이다. 나하시민회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신문 기고는 일반인들도 하는 등 지역의 건축물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역 건축가 네로메씨의 페이스북에서 캡쳐.
오키나와 지역신문인 '류큐타임스'에 실린 지역 건축가의 글이다. 나하시민회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신문 기고는 일반인들도 하는 등 지역의 건축물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역 건축가 네로메씨의 페이스북에서 캡쳐.

 

두 건축물 가운데 하나는 근대체육시설로 보존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했음에도 내버려지고 있다. 바로 제주시민회관이다. 다른 건축물은 근대유산은 아니었으나 건축가와 시민의 노력으로 근대유산으로 재탄생했다. 나하시민회관이다.

제주시민회관과 나하시민회관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건 왜일까. 생각차이일까? 어떤 건물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건축가도 다르고, 시민들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건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건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단순한 생각차이로 보기엔 우리가 가진 건축에 대한 생각이 너무 편협하지 않은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건축을 문화로 보는 시각. 그렇지 않은 시각. 두 시선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우리도 이젠 건축을 문화로 보는 시각을 가질 때도 됐다. 그게 제주시민회관이었으면 한다. 오키나와에 있는, 쓰려져가는 나하시민회관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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