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04 (금)
“제주사람들은 마음이 답답하면 찾던 곳이 신당”
“제주사람들은 마음이 답답하면 찾던 곳이 신당”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17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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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문화도시 조성사업 ‘모다정 마실 가게 마씨’
조천읍 신촌·함덕리 일대 돌아보며 신당 이해 높여
참가자들 진짜 심방인 김영철씨와 대담을 나누기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마을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한 사람도 있고, 단순히 자신이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는 사람도 있을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을은 세상의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이면서, 삶의 근원이라는 점이다.

제주국제화센터와 제주마을미디어협동조합이 제주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 프로그램을 통해 그같은 마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프로그램은 모두 5개팀이 참여하고 있다. 2팀은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으러 나서고 있다.

2팀은 17일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와 함덕리 일원을 돌면서 제주사람들이 가졌던 신앙을 되새기는 기회를 가졌다.

제주신앙연구가인 한진오씨가 현대화된 함덕리 본향당인 서물당에서 제주 신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신앙연구가인 한진오씨가 현대화된 함덕리 본향당인 서물당에서 제주 신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날 탐방은 신앙연구가인 한진오씨가 맡았다. 그는 제주도내에 있는 신당은 문화와 종교의 교차점이라고 불렀다. 신당은 차츰 사라지고 있지만 제주사람들에겐 종교였고, 그렇게 사라지는 걸 콘텐츠로 만드는 이들에겐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진오씨는 “신당을 인문학과 문학적으로 알려고 한다. 그것도 좋지만 부정적인 작용을 부르기도 한다”면서 “문화와 종교가 교차하고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만 관심을 두려 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왜냐. 아직도 제주사람들에게 신당은 기도를 하러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당을 들르는 제주사람들은 철저한 종교행위를 한다. 신전행위인 셈이다. 우리가 불국사를 갈 때 누구는 관광을 하겠지만, 누구는 기도를 하러 가지 않느냐”며 말을 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수홍씨는 조천에 거주하고 있다. 8년차의 이주민이다. 그러나 신당을 본 건 2차례 뿐이란다.

김수홍씨는 “전에 신당을 보러 가면 모양을 갖춘 그런 곳만 봐왔다. 오늘 같은 곳은 처음이다. 자연 그대로라는 사실이 놀랍다. 누군가가 ‘신은 가장 누추한 곳에 산다’고 하던데, 정말 인공적인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당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제주에 들어온지 2년 6개월이라는 안정향씨. 그는 그림을 그린다. 제주마을을 돌며 풍경을 담는다. 집이기도 하고, 아주 하찮은 풀도 그의 그림 소재가 된다. 그는 제주속살을 알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안정향씨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길 잘했다. 골목을 다니며 마을 풍경을 보면서 드로잉 소재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제주의 깊은 속을 더 잘 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당은 세월이 변하면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형상 제주목사가 신당을 불태웠으나, 몇 년 되지 않아 다시 살아난 건 제주사람들만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신당이 사라지지만 개발행위에도 불구, 사라지지 않고 남겨지는 신당이 있다. 함덕리 본향당인 서물당이 대표적이다.

서물당을 설명하던 한진오씨는 “어떤 사람은 안타깝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신당을 지키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유물이라는 건 한가지 면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부회장인 김영철씨 댁에서 제주사람들의 신앙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참가자들이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부회장인 김영철씨 댁에서 제주사람들의 신앙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특히 이날은 참가자들에게 심방과 직접 대면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굿을 할 때 보이는 심방과의 만남. 일반인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이 됐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심방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이날 마주한 심방은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씨다. 그는 함덕 출신으로 제주사람들이 만나는 신당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설명했다.

김영철씨는 “제주사람들은 답답하면 찾는 곳이 신당이다. 마음을 달래는 곳이 당이었다. 당은 역할도 다 다르다. 교육을 시켜주는 당도 있고, 병을 치료하는 당도 있다”며 “이를테면 제주도민들에겐 정신적인 지주였다”고 강조했다.

2팀은 오는 24일 마지막 탐방을 할 계획이다. 바다밭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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