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람에게 씌워진 ‘빨갱이’를 지운 건 한국전쟁”
“제주사람에게 씌워진 ‘빨갱이’를 지운 건 한국전쟁”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0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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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25 참전 용사 기록의 최고 권위자 정수현씨

“참전 용사 모두에 대한 특별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
도민속자연사박물관, 오는 12일부터 관련 특별전 개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한국전쟁이 터진 그 해. 제주사람은 ‘빨갱이’였다. 빨갱이가 되려고 해서 된 건 아니다. 한국전쟁 이전부터 제주사람은 빨갱이 취급을 당했다. 제주4·3이 터지자 제주사람들을 모두 빨갱이라고 했고, 죽음으로 몰았던 것 아닌가.

그런 색을 바꾸려고 울분을 토했던 게 제주사람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먼저 참전을 했고, 먼저 총탄 앞에 섰다. 그제서야 빨간색도 차츰 달라지게 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에 대한 기록을 해오고 있는 정수현씨(80). 그는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제주사람들을 기억한다.

한국전쟁 관련 기록의 권위자인 정수현씨. 그가 민속자연사박물관의 특별전에 앞서 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한국전쟁 관련 기록의 권위자인 정수현씨. 그가 민속자연사박물관의 특별전에 앞서 전쟁 당시 LST 함정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인천상륙작전에 제주 사람들이 투입됩니다. 당시 해병대의 80%는 제주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인천의 어느 영감이 ‘제주는 빨갱이가 많다’고 했다는 거예요. 서울수복 현장에서도 그랬다고 해요. 제주사람은 빨갱이라는 인식이 깔렸어요. 그러나 그런 전쟁을 겪으며 제주사람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게 됐죠.”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오는 12일부터 개최하는 ‘대한민국을 구한 제주인’ 특별전. 한창 준비중인 박물관을 찾았고, 정수현씨를 만났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이런 특별전이 너무 의미 있다고 말한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제주사람들의 기록을 펼쳐보이기 때문이다.

“해병대 뿐만 아니라 6.25에 참전한 이들에 대한 전시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주도는 4·3 발발이후 붉은색이라는 시각으로만 다들 바라봤어요. 그런데 제주출신들이 전장에 참여해서 싸우고 몸을 바치면서 그런 인식이 달라진 겁니다. 제주도는 멸시를 당했으나 조국을 지키려는 애국열을 불태웠던 겁니다. 안보에 대한 의식이 흐려지는 때에 이런 전시를 해주니 더 좋죠.”

그는 이번 특별전을 위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다 내놓았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그가 지닌 정보를 토대로 <6.25 참전실화>라는 두 권의 책도 발간했을 정도이다.

사실 정수현씨는 공무원 출신이다. 그런데 왜 그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제주사람들의 이야기게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퇴임 2년 전에 수필가로 등단을 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기생각만 발표할 게 아니라, 사회에 뭔가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생각을 쓰면 자기만족을 주겠지만 사회와는 상관이 없잖아요.”

그는 글 쓰는 시각을 바꾸기로 했다. 자신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남을 위한 글쓰기를 하자는 마음을 다졌다. 그래서 꽂힌 것이 바로 6.25라는 키워드였다.

“13살 때였죠. 참여하는 이들을 동네에서 환송하고 박수를 치던 기억들, 이런 장면들이 생각나요. 얼마 지나고서는 전사를 했다는 통보를 받은 부인이 울고, 부모도 우는 장면이 (내 머릿속에) 입력이 돼 있어요. 제주의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런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전쟁중 제주사람들의 활동을 통해 제주도는 ‘빨간섬’이 아닌 ‘애국섬’으로 바꾸었고,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기록을 남겨야 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직접 만나고 기록 작업을 해오고 있는 정수현씨. 미디어제주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직접 만나고 기록 작업을 해오고 있는 정수현씨. ⓒ미디어제주

그는 2007년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내놓았고, 지금까지 11권의 관련 책을 빛보게 만들었다.

“2007년 남제주군문화원이 있을 때죠. 생각해보니 남제주군으로는 안되겠다 싶더군요. 재향군인회에 가서 브리핑을 했고, 제주 전역을 대상으로 기록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됩니다. 참전 했던 분을 직접 만나서 입대과정부터 제대를 하기까지 증언을 채록했어요. 그런데 증언만으로는 정확한 기록이 되질 않습니다. 국방부에서 펴낸 <6.25전쟁사>를 확보한 뒤에 증언과의 대조작업을 했죠.”

증언을 듣고, 사실 유무를 확인하는 고증작업도 거쳤다. 그런 결과물은 <6.25 전쟁과 제주영웅들>, <6.25 전쟁과 제주용사들>이라는 책으로 환생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한국전쟁과 관련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은 보훈청에서 해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다. 보훈청을 찾았으나 참전 통계조차 없다고 한다. 오히려 보훈청보다는 그가 더 전문가이다.

“제주도 단위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어요. 참전 통계는 1950년 10월까지만 나와요. 그때까지 제주출신은 육군 1만명, 해병대는 3000명이 파견됐어요. 그 이후는 정확한 자료가 없습니다. 2만명은 더 참전했을 겁니다.”

전장에 참여했던 인물들, 제주의 영웅들이 그의 입을 통해 술술 흘러나왔다. 어떤 환경에서 참전을 했고,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도 그의 기억에 오롯이 남아 있다. 다행히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그의 기억을 특별전을 통해 만날 수 있게 해주니 반갑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은 11월 12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수눌음관 특별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익히 아는 인물도 있을테고, 숨겨진 영웅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도 있고, 제주도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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