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국어 선생님은 수학을 모르는데, 우린 왜 모두 알아야 할까?”
“국어 선생님은 수학을 모르는데, 우린 왜 모두 알아야 할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1.0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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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데즈 교육도시의 창시자 ‘야곱 헥트’
“미래 교육의 지향점은 개인 고유성을 살리는 것”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018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하데즈 교육도시 야곱 헥트 대표가 강연 중이다.

“수학 선생님은 국어를 모르고, 국어 선생님은 수학을 모르는데. 나는 왜 모든 것을 알아야 하지?”

이스라엘의 하데즈 교육도시를 만든 야곱 헥트(Yaacov Hecht) 대표는 어린 시절 가진 이와 같은 의문을 가졌다.

이 질문은 16살의 그가 학교를 떠나게 만든 원인이자, 30세의 그가 하데라 민주학교를 만들게 된 원동력이 됐다.

1987년 세워진 하데라 민주학교는 이스라엘 교육부가 정식 인정한 대안학교다. 이곳에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모든 과목을 들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흥미 있는 과목, 잘 하는 과목을 열심히 배우면 된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세계의 각 학교에서는 많은 과목을 가르친다.

과목마다 전공 교사는 따로 둔다. 한 교사가 모든 과목을 섭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상황은 다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수 과목의 수업을 듣는다. 3~5일가량 치르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도 이 모든 과목을 습득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야곱은 “전통적인 교육체제는 모든 개인을 ‘상자(box)’ 안으로 밀어 넣는다”고 비유했다. 하나 된 교육 시스템 안에 갇힌 개인은 결국 그 안에서 버둥댈 뿐, 상자 밖 세상의 것들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야곱은 “모두가 동일한 방식의 교육을 받는다면, 개인 고유의 장점을 발전시키기 어렵다”면서 “네트워크의 물결 시대에 사는 우리는 새로운 교육방식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곱은 교육의 미래는 ‘상자(box)가 없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8세기 ‘교육’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기존과 같은 학교 교육이 시작될 무렵, 보편적인 지식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다수의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은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시대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수준으로는 더 발전할 수 없다.

야곱 헥터는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함으로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야곱은 “모든 지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지식을 학습할 때, 개인이 가진 고유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잘하는 과목, 못하는 과목, 흥미있는 과목,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과목은 사람마다 다르다.

야곱은 이러한 개인의 특성을 '고유성'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이 고유성은 학생 스스로 원하는 교육을 선택해서 받는 방식으로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의 재정 사정 등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야곱은 이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면, 인터넷 강의 등을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과목에 특기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내가 잘하는 과목’을 친구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부족한 과목’을 잘하는 친구에게 배울 수도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다 선생님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특기를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는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학습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되면, 모든 사람에게 배움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곱은 “학생 간 교육 교류가 확대되면 교실 간 교류도 가능하다. 교실 간 교류는 학교 간 교육 교류로, 더 나아가 마을과 도시, 국가 단위의 교육 교류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는 곧 우리나라 작은 마을의 학교가 이스라엘 작은 마을의 학교와 교류할 수 있음을 뜻하며, 전 세계가 이같이 협력해 교육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뜻한다.

이 같은 교육 협력은 학교나 국가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 소상공인, 예술가 등 모두가 협력할 수 있다.

야곱은 자신이 사는 곳의 예를 들었다.

그가 사는 곳에는 전력 발전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에너지와 관련한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요리사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된 바 있는 ‘현장 실습’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학교나 국가,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학습을 선택해 교육 협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실습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야곱 헥터는 마을교육공동체가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야곱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기술이나 지식이 풍부한 지역과의 교류로 교육을 일궈낼 수 있다면, 이것이 곧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를 증명하듯 이스라엘의 작은 대안학교로 시작한 하데라 민주학교는 현재 60여 개 국가에 약 2000여 개가 세워져 세계적인 대안학교로 손꼽힌다.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은 지역별, 분야별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더 나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서로에게 배움을 얻기 위해서다.

하데라 민주학교의 이러한 명성은 금세 입소문이 퍼져 이제는 입학을 원하는 학생이 많아 대기를 해야 입학이 가능할 정도다.

작은 마을학교에서 사람과 마을, 도시, 국가를 잇게 된 이 학교의 시작은 제주와 닮았다. 마을 단위로 결속력이 강했던 이스라엘 마을 공동체의 사정은 제주를 보는 듯하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상생하는 마을교육공동체는 '지방자치'를 넘어 '교육자치'를 꿈꾸는 제주에서, 그리고 어쩌면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교육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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