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이긴 선인들의 지혜를 우선 배워라”
“자연을 이긴 선인들의 지혜를 우선 배워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0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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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7> 바람을 이기는 건축

친환경 건축물이 속속 지어지는 미야코지마
건축가 이시미네 작품은 지역성이 가득 들어
연중 불어오는 바람을 먼저 이해하고 작품활동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오키나와는 중심부의 큰 섬만 생각하곤 한다. 류큐제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 오키나와섬이며, 거기에 오키나와 현청이 자리를 잡고 있고, 큰 공항도 있다. 그래서 오키나와를 얘기하면 오키나와 본섬만 생각한다. 그러나 오키나와 본섬이 오키나와 전체가 될 순 없다.

오키나와는 남북으로 길게 자리를 잡고 있다. 동서의 거리는 1000㎞나 된다. 우리나라 남북의 길이만큼이다. 남북으로도 이오토리섬부터 헤테루마섬까지 400㎞라고 한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섬과 섬이 연결된 그런 형태이다.

때문에 섬과 섬의 날씨도 다르다. 열대기후인 섬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온대지역도 있고, 아열대성 기후도 지닌 곳이 오키나와이다.

이번에 가볼 곳은 미야코지마(宮古島)이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니와 본섬에서 남서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키나와섬의 나하공항에서 출발해 미야코지마의 미야코공항까지 2시간이 좀 넘는다. 이 섬은 높은 곳이 없다. 대부분은 평지를 이루고 있다. 마치 가파도를 닮은 섬으로, 가파도를 가로·세로로 잡아당겨 죽 늘려놓은 모양새다.

여기엔 일본 환경성이 추진한 ‘21세기 환경공생형 주택 모델 정비건설촉진사업’의 결과물이 있다. 그 사업의 결과물로 2010년에 시가지형과 교외형 등 에코하우스 2곳이 만들어졌다.

이들 에코하우스는 설계방침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그 방침이 독특하다. 설계방침은 모두 3개 항목이다.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① 에코하우스 보급에 신경을 쓴다. 자연환경에 입각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지 않도록 한다.

② 섬의 자연환경을 숙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③ 선인들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지혜를 배우고 남은 과제해결에 임해야 한다.

세 항목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들어온다. 바로 ‘자연’이다. 미야코지마의 자연을 이해하고 건축을 하라는 주문이다. 미야코지마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건축을 해왔는지, 그걸 이해하라는 독특한 설계방침이다.

교외형 건축물을 먼저 찾았다. 미야코지마 남부에 위치한 이 건축물은 1층의 건축물이면서 2개동으로 나눠졌고, 지붕과 지붕이 이어진 건축물이다. 2개동의 사이엔 중정 형태의 공간이 있다. 이 건축물의 핵심은 태양을 막고, 바람을 끌어들이는 구조로 돼 있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 본섬보다 태양렬이 더 강렬하다. 오키나와 본섬보다 열대지역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교외형 주택은 바람이 곳곳에 통하게 돼 있다. 에코하우스 평면도를 보면 바람의 방향이 나온다. 1월부터 12월까지 어디서 바람이 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들 바람이 집안 곳곳에 퍼져 나가기 위한 장치로서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있는 테라스를 주목해야 한다. 통풍이 잘 되는 이 공간은 부엌과 연결이 되어 있어 만남의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 있는 에코하우스 교외형. 바람이 잘 들게 설계돼 있다. 김형훈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 있는 에코하우스 교외형. 바람이 잘 들게 설계돼 있다. ⓒ김형훈

교외형 주택엔 나무 하나를 심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건물 남쪽 공간엔 심은 나무는 단순한 조경용이 아니다. 이 나무를 통해 바람을 받아들이고, 그 바람이 집안 곳곳에 스며드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교외형과 달리 시가지형은 2층 건물이다. 이 건물 1층의 바닥부분엔 창이 나 있다. 그 창을 통해 작은 바람이라도 들어오게 설계를 했다.

이 두 건축물은 미야코지마에서 활동하는 이시미네 도시코의 작품이다. 그는 미야코지마 출신으로,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바람을 이용하는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미야코지마는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을 동반하며 건물을 쓸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은 콘크리트 건축물이 많다. 나무로 만든 건축물은 자연에 순응하는 듯하지만 자연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콘크리트 건축물은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 처마를 만들었다. 빛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아울러 외벽 밖으로 또다른 벽을 만들었다. 이들 벽은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외벽 사이에 공간을 만듦으로써 강한 열을 차단하고, 구멍이 난 공간을 통해 바람이 스며듦으로써 더위도 차단하고, 바람도 끌어들인다.

미야코지마의 에코하우스 시가지형. 태풍 등을 이기기 위해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했으나 내부는 전부 목재로 마감을 해서 강한 습도도 잡아주고 있다. 김형훈
미야코지마의 에코하우스 시가지형. 태풍 등을 이기기 위해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했으나 내부는 전부 목재로 마감을 해서 강한 습도도 잡아주고 있다. ⓒ김형훈

어찌보면 이들 건축물은 닫히면서도 열린 공간이다. 강렬한 햇볕을 차단하는가 하면, 바람이 통하게 열어두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이들에겐 더위를 이기는 또다른 방법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방법은 에어컨을 늘 켜두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더위는 이기겠지만 에코하우스 본래의 목적인 ‘친환경’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에코하우스는 애초부터 에어컨과 거리를 둬야 했다. 그런 점에서 미야코지마 에코하우스는 시시하는 바가 크다.

섬은 강한 습도와의 싸움은 필수이다. 에코하우스 내부는 목재를 사용한다. 교외형 건물이나, 시가지형 에코하우스 건축물 내부는 모두 목재를 사용해 습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그러고 보면 미야코지마의 에코하우스는 예전 거기에 살던 사람들이 쓰던 방식을 빌려왔을 뿐이다. 다만 현대적인 모양을 하고 있고, 태풍에 이기려고 철근콘크리트를 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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