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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생존 수형인 ‘70년 억울함’ 풀어줄 재심 시작
4‧3 생존 수형인 ‘70년 억울함’ 풀어줄 재심 시작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10.29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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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제2형사부 29일 201호 법정 첫 공판
개인별 공소사실 특정 안 돼 검찰-변호인 공방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4.3 생존 수형인에 대한 70년만의 재심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이 70년전 사건에 대한 기록이 제대로 없어 재심 피고인들의 심문을 통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행위를 했는 지'를 명시한 공소사실을 특정하기로 해 '앞 뒤 순서가 바뀐' 재판이 될 전망이다.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재심 첫 공판일인 29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재심 첫 공판일인 29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양근방(86)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29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진행했다.

재심 대상은 1948년 계엄 당시 군법회의 재판에 내란죄로 기소돼 처분을 받은 10명과 1949년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분받은 8명이다.

재심이 시작되면서 이들 18명의 신분은 '피고인'으로 전환됐고 피고인 중 2명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재판에 불참했다.

재심 재판부는 이날 인정 심문을 통해 참석한 16명을 확인했고 불리한 진술에 대한 진술거부권을 고지했다.

인정 심문에서는 피고인들이 고령이어서 귀가 잘 안들려 주변에서 다시 큰 소리로 재판부의 질문을 다시 묻고 확인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이어진 재판부의 참여재판 의사 여부에 대해 "없다"고 답했다.

검찰 “피고인 심문 통해 공소사실 특정하겠다” 요구

변호인 “죄를 자백하면 공소사실 특정하겠다는 의미”

재판부 “다음 달 26‧27일 피고인 심문 올해 내 선고”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이날 재판에서는 공소사실(혐의)을 특정하지 못 한 검찰이 피고인 심문을 통한 공소사실 특정을 요구했고 변호인은 공소사실 특정인 검찰 측의 책임임을 강변했다.

검찰 측은 이날 자신들의 입장 설명을 통해 "이번 재심이 역사적인 의미가 이어 신중하게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록의 부재 등으로 인해 피고인 개개인의 공소사실 특정에 난색을 표했다.

검찰 측은 "범행 일시와 방법, 장소 등을 구체화하지 못 했다"며 "70년이 지나 기록을 찾기 어렵다. (재판 진행에 필요한)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피고인 심문을 통해 특정하고 정상적인 재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기록보존 및 기록의 복구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있다"며 "재심 개시를 위해 수집한 자료가 제출된 만큼 이를 통해 공소사실을 특정하는 것은 검사 측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또 "범죄 시기와 방법 등을 특정하는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그게 안 되면 공소가 성립하지 않아 공소기각 결정이 돼야 한다. 공소사실 특정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의 요구는) '네 죄를 네가 자백하면 공소사실을 특정하겠다'는 의미"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측은 "종전 (재심 개시 청구 당시) 진술을 토대로 몇 가지만 질문하겠다. 정식 재판을 받아야 피고인들도 만족할 것으로 본다"며 "피고인들의 진술이 그 당시 상황이나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피고인 진술(심문)을 하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4.3 생존 수형인들이 재심 첫 공판이 끝난 29일 오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재심 첫 공판이 끝난 29일 오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재판부는 양 측의 의견을 들은 뒤 "이번에 제출되는 자료가 향후 다른 재판의 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며 "그리고 피고인들에게 더 나은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변호인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검찰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재심 재판은 피고인 심문과 결심공판을 거쳐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피고인 심문 일정은 다음 달 26일과 27일 이틀간 진행되고 이 기간 첫 공판에 참석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인정심문도 하게 된다.

검찰 측은 이때까지 공소사실을 특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결심공판을 오는 12월 17일 오후에 하겠다"며 "선고는 해가 바뀌기 전에 하도록 하겠지만 가급적 올해 안이나, 해가 지나고 바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4.3 재심 청구인들 “죽기 전 명예회복 해달라” 호소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29일 재심 첫 공판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29일 재심 첫 공판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한편 4.3 재심 청구인들은 이날 재판에 앞서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회견에서 양일화(90) 할아버지는 "이번 재판에 승리한다면 이루 말할 것 없이 감사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29일 재심 첫 공판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29일 재심 첫 공판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오희춘(86) 할머니는 "해녀 모집인줄 알고 속아서 찍었다가 재판을 받았다"며 "70년만에 명예회복 기회가 생긴 것이 좋다"고 했다. 오 할머니는 '재판이 잘 될 것으로 보시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김평국(89) 할머니는 "(내) 죄도 모르고 맞아서 골병이 들었다. 이런 날이 올 줄 생각도 못 했다"며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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